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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Jan 04. 2021

바이든 플랜

위기의 한반도 외교, 바이든의 해법은 무엇인가?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지난 선거와 같이 예측과 차이가 컸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이 압승을 거둘 거라는 예상과 달리 바이든이 힘겨운 싸움 끝에 승리를 얻었다. 이번 선거는 20년 전 엘 고어 후보가 조지 부시 후보에게 패배를 당한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 관례적인 선거 결과 승복 대신에 선거 소송으로 대응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미국인도 많지만 트럼프 지지를 겉으로 표현하지 않은 미국인이 여전히 많음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미국 대통령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와 북한의 관계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정치,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 우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나쁜 대통령이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이 처음으로 성사되었다. 미국 전임 대통령 조지 부시나 오바마가 최근 4년간의 정치 환경에 처했다면 김정은과 만나려고 했을지 의문이다. 이는 조 바이든 당선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래서 바이든 미 차기 대통령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해야 하며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인들은 조 바이든 당선자를 비정상화의 정상화 지도자로서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바이든을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상속, 유지해 나가는 지도자로 여긴다. 저자는 바이든과 미국의 정치환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를  명료하게 기술하였다.      



 

<바이든 플랜> 표지



저자는 바이든 행정부를 ‘오바마 3기’ 내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오바마는 집권 9개월 만에 노벨평화상을 받고 최초의 유색 대통령으로서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끝낸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대북 정책에 있어서 ‘전략적 인내’로 표현되는 북한 압박과 제재 중심으로 끌어나갔다. 오바마 정부에서 바이든의 역할은 역대 미국 부대통령과 달리 막강했다(이에 대해서는 10월에 출간된 메디치의 ‘바이든과 오바마’에 잘 나타나 있다). 바이든은 36년 상원의원 재임기간 동안 외교 영역에서 큰 역할을 했으며 오바마 정부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다. 트럼프가 동맹을 위협, 협박해서 비용을 청구한다면 바이든은 ‘갈취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나 주한 미군 철수 등의 수준 낮은 협박은 하지 않겠지만, 오바마가 했듯, 한미일 군사 협력 재추진, 일본 우선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다른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겠지만 대중 강경책을 표명하고 시진핑을 비난하는 모습은 트럼프와 다를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기뻐하는 美 오바마 前 대통령 : 사진 출처, 연합뉴스>
<8월에 출간된 메디치미디어의 '바이든과 오바마'>

   

 북한 비핵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었지만 방향을 제시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한국에 있었다. 네오콘이 판을 친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선제공격, 예방전쟁으로 위협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끌어오기’ 노력으로 북한과 비핵화를 전제로 한 종전 선언까지 고려했다. 이에 반해 ‘적과도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공언한 오바마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밀어내기’에 협상 테이블에서 멀어졌다. 이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역할에 따라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17년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막말 수준의 발언들이 오갔다. 당시 상황은 외신들에 의해 일촉즉발로 묘사되었으며 북한과 미국은 서로 미사일 발사를 주고받았다. 한반도에서 전쟁 기류가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러나 2018년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1차 남북 정상회담, 5월 26일 2차 남북 정상회담, 6월 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9월 19일 평양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반전은 계속되었다. 2019년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으며 2020년 개성 연락사무소 폭발로 이어졌다.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절반의 성공을 안고 바이든 정부를 북한과 대화하도록 설득하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이어진 정상회담 : 사진 출처, 연합뉴스>


 저자는 아주 나쁜, 현재로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미국의 오바마 시대로의 회귀를 전망한다. 바이든은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경제 지원 등 반대급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선호하며 아무런 조건 없이 김정은 회담을 여는 일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또,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무책임한 접근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나아가 북한의 도발 등 예측 가능한 악순환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조를 재소환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몇 가지 이유로 덜 나쁜 시나리오인 북미 협상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 바이든은 동맹을 강조한다. 현 문재인 정부는 ‘끌어오기’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동맹을 강조할 전망이다. 즉, 문재인 정부와 후임 정부가 ‘끌어오기’ 기조를 유지한다면 바이든 정부는 무작정 북한을 무시하기 힘들다. 둘째, 북한의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미사일 확보 여부다. 미국은 자국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가만히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12년 오바마 행정부의 2•29 합의는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로 일어난 유일한 시도였다. 셋째, 미국은 미중 갈등이 심화될수록 북한과 중국 간 밀착 강화를 우려한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을 압박, 고립시키는 전략을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북한을 그대로 두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기회로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는 분석이 많다. 2기 오바마 정부는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트럼프가 거칠게 중국을 흔들었을 뿐 바이든 시대에도 미국 민주, 공화 양당은 초당적으로 협력해서 중국을 때리기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계승해 나갈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은 한 손은 악수를 청하면서 다른 한 손은 주먹을 쥐고 불끈 쥐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금융 위기를 중국의 도움으로 극복했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르며 평화롭게 부상한다’라는 국시를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진핑 중국 정부와 이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지속되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 사진 출처, Forbes>


남중국해 분쟁은 이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바이든은 미국의 패권주의를 미국의 민주주의와 동맹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로 밝혔다. 

말하자면 트럼프의 미국에 비해 바이든의 미국은 다소 ‘형식적 예의’를 차리는 모양새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들어 대만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기 시작했고 바이든의 민주당도 정책 강령에서 하나의 중국 표현을 삭제했다. 중국에 대한 반감은 미국 국민의 73%가 중국이 세계에 부정적 영향력을 미친다고 하는 조사 결과에서 확인된다. 시진핑의 중국은 2013년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실크로드를 구축한다는 일대일로 구상을 발표하고 2019년 중국인들 기억 깊숙이 남아있는 ‘대장정’을 끌어냈다. 여기에 절정은 2020년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시작되었음은 분명한데 이를 부인하는 비상식을 보였다. 이러한 중국의 모습은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의지 표명으로 보이지만 이에 동조하는 국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이미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거스르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사드 사태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오판하지 않아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오바마 정부가 시작되었을 때 북한과 비핵 협상 수준이 클린턴 행정부 수준으로 돌아가기를 바랐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북미 관계 진전을 바라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는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오바마의 대북 정책은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한의 태도 변화,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의 협력, 중국을 통한 우회 압박으로 굳어졌다. 북한 문제는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 과제가 아닐 뿐 아니라 과거 누적된 실패 경험 등으로 북한을 사실상 억지와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대하려 한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미중 충돌이 북중 밀착으로 유발되는 문제점과 북한이 핵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 핵 보유 욕구 가중, 확산 가능성 증가의 부작용을 노출했다. 오바마 정부는 초기부터 북한 붕괴를 믿었다. 특히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후계 구도를 불완전하게 보고 북한 내부 붕괴에 대한 기대를 키웠으나 붕괴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 붕괴가 곧 찾아온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유지되었고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준비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결과적으로 오판이었으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걸 얻지 못했다. 그 뒤 북한은 미국과  2012년 2•29 합의를 이루어 냈으나 곧 파기했다. 이는 세 가지 배경을 가진 걸로 보인다. 첫째, 북한에 2012년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자 강성대국 진입의 해였다. 둘째, 김정은 집권 직후 대내 결속 및 리더십 부각 등 정치적 필요성이 있었다. 셋째, 오바마 정부의 의도에 대한 시험이었다.      

 오바마 정부 이후 미중 간 긴장과 갈등이 깊어짐에 따라 북핵 문제는 처리하고 싶어도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되었다.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과 중국 협력이 필수적인 전략적 인내는 상반되는 정책이다. 김정일이 후계 작업을 위해 중국을 집중적으로 방문한 건 2010년 5월부터였다. 이해 8월 북중 정상 간 만남은 고립무원의 북한과 달라이 라마 미국 방문,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위안화 환율 문제, 남중국해 자유 항해권 문제 제기 등 미중 갈등이 지속, 심화되던 시기였다. 이 상황들이 맞물려 북한과 중국 간 전략적 소통이 강화되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은 남한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싸고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강대국을 긴장시키고 그들의 이목을 한반도에 집중시켰다. 미중 정상들은 한반도에 증대된 긴장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6자 회담을 재개할 예정이며 그전에 남북 수석대표 회담 개최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남한은 강경책을 고수했다. 

김정일 사망 후 집권한 김정은은 7년간 중국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다. 김정은은 초반 집권 5년간 탄도 미사일 31발을 시험 발사했다. 연이은 핵실험은 미국만 극도로 자극시킨 게 아니라 중국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트럼프가 칼빈슨호 항모전단을 서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북미 간 전쟁의 암운이 깊이 드리우면 이웃 중국은 당연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중국은 특사를 북한에 보냈지만 김정은은 면담을 거부했다. 2018년 3월 26일 김정은은 첫 해외 방문지로 베이징을 선택했다. 

이 방문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보험 들기, 중국 안심시키기 등 다양한 전략을 이면에 두었다. 그 후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나고 나면 중국을 찾았다. 특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처참한 실패 이후 시진핑은 북한을 달래며 중국의 북한에 대한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경제제재와 국제적 고립은 거의 유일한 동맹, 중국의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더불어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는 한 시진핑의 수사대로 북중은 운명 공동체, 순치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처음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 부부 : CCTV 방송 화면 캡처>

 다시 바이든으로 돌아가자. 바이든은 전형적인 워싱턴 기득권 정치가이다. 바이든이 미국의 기존 유럽, 중동 우선 대외 정책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우선 대외 정책으로 선회시키더라도 그에게 아시아는 중국이나 일본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거나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북한이 과거에 언급한 위기를 일으키고 그것을 멈추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하는 패턴을 지지하지 않으며 북한이 진정한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에만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이 전략적 인내를 다시 끄집어낼 가능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바이든 정부의 북미 관계를 다음과 같이 예측한다. 첫째, 일반적인 외교 관례나 통념상 비정상적이었던 트럼프와 김정은의 러브레터 주고받기와 같은 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바이든이 톱다운식의 협상 방식을 거부하고 협상 실무자들에게 최대한 힘을 실어줄 것을 의미한다. 둘째, 북미 협상 과정에서 만남의 조건은 더 높아지고 인권 문제가 거론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안전한 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원할 것이다. 셋째, 오바마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더욱 불편해질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을 통해 반중 연대를 구축해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적어도 성공한 정책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 사드가 배치되고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이었나를 따져보면 명확하다. 그래서 바이든이 집권해 다시 정상 외교가 가능해졌다고 무조건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실천할 사항들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모두는 남북 간, 북미 간 대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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