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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Jan 15. 2021

추월의 시대라고요?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우리나라는 일본 식민 통치 시절을 지나 한국 전쟁을 겪었다. 1950년대 먹고 살기 무척 힘든 나라에서 1980년대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얻었다. 1990년대 OECD 회원국이 되어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나 했지만 IMF 관리 체제를 거치며 혹독한 시간을 겪어야 했다. 그 후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가지고 있으나 국민들은 잘 실감하지 못한다. 특히 세대마다 체감하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위상은 다르다. 60대 이상의 세대는 여전히 미국, 일본을 비롯한 잘 사는 나라들에 주눅 들어 이들 나라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40~50대는 윗세대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들 나라에 대한 열등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으나 이들 나라보다 나은 점이 있다고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이들 세대가 고도성장기를 경험하며 추격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었다고 분석한다. 또, 30대는 윗세대가 겪은 바를 목격하고 성장하여 윗세대의 의식을 이해하나 윗세대와 많이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각 세대마다 국제, 국내의 정치 경제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각 세대마다 국가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다르며 삶에서 지향하는 바가 다름을 생활하다 보면 종종 겪는다. 각 세대는 그 경험에서 차이는 있겠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그 경험이 각 세대에만 특별하게 적용되었다고 여겼다. 저자들은 이 경험들을 직시하고 분석, 제시한다. 어느 세대가 옳다고 말하지 않으며 각 세대가 겪었던 역사를 말하며 앞으로 우리가 같이 지향해야 할 바를 이야기한다. 이를 들어보자.      



 우리가 꽤 잘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 건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을 보도한 외신을 접하고 서다. 우리 스스로, 우리 내부에 가진, 특히 40대 이상이 가진 잘 사는 나라들에 대한 열등감은 상당히 뿌리 깊다. 


<추월의 시대> 표지


50대 이상의 세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을 뿐 아니라, 그 이전 세대로부터 잘 사는 나라들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주입받았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늘 잘 사는 나라들과 비교당하고 열등함을 되새겼다. 일본 식민 지배를 무척 부끄러워하고 피해의식이 강하다. 그래서 국제 운동 경기에서 일본만큼은 이겨야 한다는 국민 정서를 투영하기도 했다. 반면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비교적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를 겪지 않았다. 물론 2000년 세대는 물질적 풍요로움을 그 앞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이 누렸다. 직장에 90년 세대가 본격 등장하면서 80년 이전 세대와 90년 세대는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90년 생이 온다’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으며 읽히기도 했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어떤 세대이든 그 세대 나름대로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90년 세대도 마찬가지다. 90년 세대는 물질적 풍요를 겪었을지언정 불안이 극대화된 시대와 직면해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많은 희생을 했다. 저자들은 어느 세대가 더 고생했고 덜 힘들었다는 걸 이야기하고자 하지 않는다.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은 한국인들이 세대마다 생각과 세상을 읽는 방법에 차이가 많은 건 당연하다. 오랜 세월 사회가 천천히 변화했다면 세대 간 공통점이 많겠지만 우리나라는 변화가 극심했기에 세대 간 차이가 더 격심해졌다. 게다가 젊은 세대로 갈수록 세대 인구수는 줄어들어 연금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됨은 분명하기에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은 꼭 필요하다.     

 

<세대 간의 갈등>


저자들이 파악한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이 1988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중도파가 폭넓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 중도파가 군부독재 권위주의 정부를 붕괴하는 데 동의했지만, 그 정부를 주도한 세력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견해까지 동의하지 않아서라고 분석한다. 이들 중도 세력은 정치적 분기점에서 큰 역할을 했다. 최근 20여 년간 크고 작은 선거에서 민주화 세력이 공고히 자리 잡지 못하고 고전하거나 보수 세력이 집권하는데 이들 세력이 일정 부분 기여하였으며 지금도 극심한 정치 싸움판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중도 세대는 1980년대 생의 부모 세대이기도 하다. 1980년대 생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선배였던 1970년대 생이 수용한 민주화 세대의 사회인식을 학습했지만 부모 세대가 형성한 산업화 유산의 영향으로, 이들 세대는 민주화에 우호적이지만 산업화에 완전히 부정적이지 않다.  

      

<87년 민주항쟁과 노태우 대통령 당선 >

‘혐한일뽕’은 꽤 오랜동안 누적된 현상이지 최근에 인터넷에 등장한 현상은 아니다. 80년대생 이전 세대들은 ‘일본을 배워야 한다’, ‘한국인은 엽전이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심지어는 ‘한국인들은 두들겨 맞아야 말을 듣는다’라는 일본인들이 했던 말을 같은 한국인으로부터 심심치 않게 듣고 자랐다. 이를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살기를 원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과정은 미국과 같을 수 없으므로 더 노력해야 하고 우리와 근접한 일본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우익, 특히 뉴라이트의 말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영미권 해양문명으로 가는 길을 밝혀낸 것은 일본이므로 우리가 일본의 과정을 따라야 미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일본인과 한국인의 기질이 달라 일본 롤모델을 따라가는데 문제가 생기므로 이를 다스릴 ‘채찍의 장인’이 필요했으며 바로 이 장인은 박정희였다. 채찍의 장인 박정희의 긍정적인 역할을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산업화를 채찍의 장인이 혼자 다 했다고 보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그래서 일뽕, 우리 한국인들의 콤플렉스는 뿌리가 깊다. 하지만 이 콤플렉스는 약해지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넘어설 수 있고, 넘어섰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그때, 한국이 이미 객관적으로 선진국이고 세계 시민들이 이를 인정할 때 콤플렉스는 약해진다. 우리의 삶이 동시대 미국인, 유럽인, 일본인의 삶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다면 열등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한 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일본의 소니 워크맨, 추격하는 한국의 삼성전자 마이마이>

 

 청년세대에 지적되는 큰 문제 중 하나가 저출산이다.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영유아기의 양육비용과 유아기 돌봄을 넘어 ‘자녀를 번듯하게’ 키워야 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상 소모비용과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출산을 포기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언론이나 우리 주위에서 출산을 이야기하면 출산을 ‘성과’로 이야기한다. 아이를 양육하는 건 양육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와 고통을 행복으로 극복한다는 이야기인데 저출산은 손해와 고통이 행복보다 훨씬 커서 출산을 포기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담론을 바꾸어야 한다. 저자들은 출산을 ‘성과’로 보지 않고, 출산한 청년에게 금전적 보상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출산으로 발생하는 불편함을 개인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줄여나가자는 정책을 이야기하거나 ‘번듯하게’와 ‘평범한 삶의 가치’를 성찰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저출산이 문제다’라고 떠들지만 말고 저출산 현상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파생될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여러 차례 소개된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코로나 19 방역 시스템, 일명 K-방역은 외신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그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방역 시스템은 정쟁과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20년도 지속가능 발전 보고서에서 한국이 OECD 국가 중 코로나 19 초기 대응도 평가에서 1위로 집계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인구 100만 명당 사망률, 전파 억제율, 경제활동 제한과 감염 억제 정도에서 2위를 차지한 라트비아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국뽕에 취했다는 말이 인터넷에 돌기도 했지만 우리 앞에 방역에 관한 한 롤모델이 존재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롤모델이 되어버렸음은 분명해 보인다. 어느 순간 ‘추격의 시대’를 지나 ‘추월의 시대’로 진입했다. 우리 모두는 추격의 시대에 태어났지만 앞으로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은 여타 선진국들을 앞지르는 추월의 시대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든 영역에서 추월을 경험하는 건 아니다. 특정 산업 분야의 특정 기술에 대해 성립한다. 불확실성이 큰 세상에서 암중모색하는 시기가 자주 펼쳐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여전히 한국 사회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음에도 최소한 방역과 관계된 사회 시스템, 국민의 태도 등에서 우리 스스로 결정하고 고쳐나가야 하는 단계로 진입해 버렸다.  

   

<K-방역모델의 국제표준화>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IMF 이후 인식을 변화시킨 게 있다. 노동 유연화다. 어느새 우리는 비정규직을 우리의 삶을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높은 IT 보급률과 적용으로 자동화를 내면화시키고 있다. AI가 보편화되면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우려와 달리 우리나라 제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현장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날로 고도화되는 IT기술을 AI와 결합해서 사람을 현장에서 몰아내고 있다. 1987년 대규모 노동운동 이후로 제조업 현장에서는 놀랍도록 자동화가 진행되었으며 우리 곳곳에서 자동화된 현장을 쉽게 목격한다. 우리나라 코로나 19 상황에서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게 기여하였고, 비대면 경제의 선봉장인 택배업에서도 이미 자동화가 진행되어 물류 센터에서 물품 분류를 로봇이 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역무원을 찾아보기 힘들고, 최근 배치된 경전철은 기관사 없이 전자동으로 운행되며, 혼잡시간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스크린도어이다. 점차 이러한 풍경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 전체로 보았을 때 대한민국의 자동화 진행률은 세계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파생된, 기계를 대신한 저임금 노동직이 청년들에게 몰린다. 한국의 소득불평등 수준은 미국 다음이며,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미국, 아일랜드 다음이다. 이 ‘선망국’ 한국 현실은 언젠가 선진국들이 경험하게 될 현실이다. 즉,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할 롤모델을 더 이상 선진국에서 찾을 수 없으니 우리 스스로 롤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전 연령에 걸쳐 큰 관심사 중 하나가 고용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 안정적이고 임금이 높은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공채 채용방식을 통한 고용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시험 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은 시험을 놓지 못한다. 민간이나 공공 영역을 막론하고 배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정한 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피 말리는 시험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타파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저자들은 채용에 대한 관점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공채에 대한 통념을 바꾸고 중견·중소기업에서부터 역량을 쌓아 성과를 내서 좋은 일자리로 옮기는 전략이 흔해지면 첫 직장이라는 신분 장벽을 허물게 되고 시험에 많은 자원을 쏟는 병폐를 무너뜨리는 게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첫 직장이 낙인이 되어 일하는 생애 동안 구직할 수 있는 한계를 만드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을뿐더러 국가 차원에서 볼 때 극심한 갈등과 낭비를 불러온다. 시험 선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가는 저자들의 제안과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우리가 약소국을 벗어났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 세계 군사력 기준 10위 안쪽인 우리나라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동쪽으로 우리보다 인구는 2.5배 경제규모는 3배인 일본이 있고, 서쪽에 인구 규모 25배 경제규모 10배인 중국이 있으며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와 접하고 있어서다. 어찌 보면 강하다고 여기는 게 이상하다. 전근대사에서 한반도 왕조가 소멸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한반도 왕조가 독립성을 스스로 쟁취하지 못했기에 우리 스스로를 약소국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벗어던지지 못한 건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열등감을 벗어던져야 한다.      

우리가 가진 다양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려면 우리의 역량을 정확히 알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는 쉽게 주위 사람에게 ‘삶을 긍정하고 진취적으로 행동하라’ 충고한다. 그 충고를 우리 스스로에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저자들의 제안은 일리 있다.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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