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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디치 Feb 19. 2021

스페이스 러시

우주 여행이 자살 여행이 되지 않기 위한 안내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는 인류의 오랜 의문이었다. 유명한 SF소설인 ‘우주 전쟁’은 거대 문어 괴물을 화성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우리에게 외계 생명체는 미지의, 공포스러운 존재이다. 인류가 외계 생명체를 찾으려는 이유 중 하나는 인류가 우주에 진출해서 생존할 수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국가 간 자존심 싸움이 덧붙여졌다. 중국은 2025년 미국 경제 규모를 앞지를 거라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1957년 러시아가 먼저 스푸트니크 위성을 쏘아 올린 충격은 미국이 달에 우주 비행사를 보낸 계기였다. 이와 유사하게 중국이 세계 제일의 최강대국임을 선전하기 위해 준비한 기획이 화성 유인탐사이다. 중국은 2030년 초에 화성에 중국인을 보낼 계획을 천명하고 이미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거라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중국발 화성 탐사 충격이 미국의 유인 화성 탐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우주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 기술될 만큼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우주 탐사를 위해 많은 기업들과 정부가 앞다투어 투자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성이 높은 달과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해 우리가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한 저자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고 유익하다. 지금 임박한 우주시대를 열기 위해 꼭 챙겨야 할 점들을 따라가 보자.

     


<스페이스 러시(Space Rush) 표지>


 달 탐사를 위한 큰 명분은 달에 풍부한 자원인 헬륨과 희토류 광물이다. 달에 비교적 풍부한 헬륨-3은 이상적인 핵융합 연료다. 지구에서는 희귀한 이 물질이 지구로 가져올 수 있다면 우리는 깨끗한 ‘그린’ 에너지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또, 달에서는 지구에서보다 희토류 광물을 더 쉽게 추출할 수 있어 지구는 이 추출과정에 발생하는 공해로부터 안전해진다. 달에서 추출한 희토류 자원은 지구로 쏘아서 바다에 떨어뜨린 다음 수거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자원 채굴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정도로 능숙하게 사용해야 하고 희토류 가격이 충분히 상승해야 경제성이 있다는 점이다. 달에 유인기지를 건설할 유인은 이보다 더 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연습에도 있다. 이를테면 우리 몸이 달의 1/6G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게 되면 화성의 0.38G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추정할 수 있다.          

 생명체에게 지구는 정말 안전한 곳이다. 즉, 지구 밖은 생명체에게 전혀 호의적이지 않다. 왜 지구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 수 있는지 보자. 첫째, 적어도 생물학 교과서에서 생명현상은 유기체에서 이루어진다. 이 유기체가 만들어내는 많은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곳이 액체 상태의 물이다. 액체 상태의 물은 비열이 커서 열을 많이 포함하고 화학반응이 안정적으로 일어나게 한다. 지구는 태양계 내의 다른 행성들과 달리 이 액체상태의 물이 풍부하다. 태양계 내의 행성이나 위성 중 물을 포함하는 곳은 많으나 액체 상태의 물이 포함된 곳은 아직 관측되지 않았다. 둘째, 지구에는 대기가 존재한다. 지구의 대기는, 특히 대류권에 공기 대부분이 존재하는데, 지구 반지름 6400km에 비해 20km 이하이다. 이를 비율로 보면 사과의 얇은 껍질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유기체에 무척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하며 액체 상태의 물이 기화하여 대기권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다. 셋째, 지구에는 자기권이 존재한다. 흔히 말하는 별, 항성은 엄청난 고에너지 입자를 밖으로 뿜어낸다. 우리 태양도 항성으로 매 순간 엄청난 에너지 입자, 우주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 태양 입자 에너지는 세포에 닿으면 세포 내를 파괴하여 암세포로 만든다. 자기권은 태양 입자와 우주 방사선을 편향시켜 지구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한다. 달이나 화성은 이 자기권을 가지지 않아 보호받지 않는다. 어떤 행성에 이 조건들을 만족한다면 인류는 대체로 정착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류가 달이나 화성 등에 정착하려면 위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거기에 준하는 상황을 갖추어야 한다.      

 우주여행에서 문제가 되는 중요 요인으로 인간의 특성이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고립감을 가장 견뎌내기 힘들어한다. 1990년대 초 지구 내에서 이루어진 거대 실험인 바이오스피어 2에서 보여준, 선발된 구성원들의 분열된 모습은 오랜 우주여행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인간의 심리 상태임을 보여준다.

애리조나주 어러클에 위치한 바이오스피어2의 사진이다. 원래는 외계 공간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생태학적 폐쇄 시스템의 유지 가능성을 증명하기 위해 건설됐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실험 장소는 핵잠수함이다. 핵잠수함은 깊은 우주환경과 아주 비슷하다. 심해의 잠수함은 완전한 어둠에 싸여 있으며, 온도가 낮고, 비정상적으로 환경의 압력이 높으며, 들이쉴 산소가 없고, 비좁으며, 무서울 정도로 고립돼 있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제한되는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조명과 장비에 공급할 전원, 숨 쉴 공기, 마실 물을 직접 만들어야 하고, 음식을 확보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곳이다. 핵잠수함 승조원은 적대적인 주위 환경과 끊임없이 생사 투쟁을 벌여야 한다. 화재, 압력 손실, 누수, 가스 누출 같은 사고가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승조원 전원이 사망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8월, 러시아의 쿠르스크 핵잠수함에서는 과산화수소 누출과 석유로 인한 화재로 촉발된 탄두 폭발로 잠수함이 완전히 분해됐으며 초기 폭발로 118명 승조원 대부분이 사망했다. 잠수함은 한 번 잠수하면 석 달을 넘기지 않는다. 반면 화성 탐사 경우 화성에 가는 데 9개월, 화성에 도착해서 좁은 거주지에서 2년, 지구로 귀환하는데 9개월이 걸린다. 몇 명 안 되는 탑승자들은 온갖 위험과 사투를 벌이며 오랜 시간 동안 고립감을 이겨내야 한다. 밀실 공포증, 폐쇄 공포증은 인간에게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우주 탐사원 중에 의료요원이 한 명은 꼭 있어야 하는 이유다. 거기에 의외의 복병이 있다. 미세 중력이다. 우리는 화면에서 중력이 약하면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본 기억이 있다. 이 미세 중력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실제 우주인의 대량의 대사물질, 사이토카인, 단백질을 측정한 결과 산소 결핍 스트레스, 염증 증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또, 미세 중력이 조직 세포에 미치는 영향 자체로 면역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 우주여행이 가능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나사의 인간 탐사연구 아날로그(HERA). 실험 참여자들은 수개월 동안 이 공간 안에서만 생활하면서 화성 또는 소행성으로의 여행을 시뮬레이션 했다. 

 지구가 아닌 우주 밖에서 거주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첫째, 달에 거주하면 생기는 문제는 지구보다 약한 중력이다. 달에서 장기간 거주한 다음 지구로 돌아오면 곧바로 뼈가 부서질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달에 평생 살게 아니라면 적당한 시점에 지구로 돌아와야 한다. 둘째, 달에는 유독한 먼지가 많다. 먼지라고 해서 지구의 먼지를 떠올리면 안 된다. 달 먼지는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석면처럼 거칠다. 미소 유성체와 우주 방사선이 달 표면을 폭격하여 이런 상황이 되었다. 이 먼지를 인간이 흡입하면 폐 세포가 찢겨 복구 불가능해진다. 셋째, 달에서 식량 확보가 어렵다. 수경 재배를 연구하고 있지만 식물이 싹은 트지만 잘 자라지 못하고 있다.      

달에서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화성 거주까지 생기는 문제도 살펴보자. 첫째, 화성까지 가기 위해 지구 중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구 중력을 벗어나 화성까지 가려면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연료는 질량을 가지므로 로켓의 질량을 늘리게 된다. 이를 고려해야 하므로 로켓은 더 커져야 한다. 게다가 되돌아올 연료까지 고려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사는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여 화성 여행비용을 줄이려고 하였으나 오히려 우주 정거장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다. 그래서 중국은 우주 정거장 운영을 포기했다.

<1970년대에 핵추진 로켓으로 우주 탐사를 주장했던 프리먼 다이슨과 그가 예상했던 우주선>

 둘째, 화성까지 비행해야 한다. 화성까지 여정은 6~9개월 정도 걸린다. 이 정도 시간을 미세 중력 환경에서 보내면 뼈와 근육이 점점 약해진다. 나사는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340일을 보낸 우주인을 대상으로 신체 능력을 정밀 테스트했다. 지구 착륙 후 우주인은 겨우 걸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물리적인 활동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조정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를 화성 탐사에 적용해 보면, 우주인들이 화성에 도착하면 0.38G의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여행 중 하루 4시간 저항 훈련을 하거나 우주선에 인공중력을 생성하도록 해야 한다. 조정력을 상실한 우주인이 화성에서 계획된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를 꼭 해결해야 한다. 셋째, 화성에 착륙이다. 지구 상 어느 나라도 몇 톤 정도의 화물을 착륙시켜본 경험이 없다. 화성의 엷은 대기는 진입하는 우주선의 온도를 높이는 동시에 낙하산을 이용한 감속을 어렵게 한다. 역추진 장치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 방법은 당연히 로켓의 질량을 증대시킨다.      

화성 정착에 따른 문제도 살펴보자. 화성 정착 초기 단계에서, 소형 로봇 굴착기가 2층 높이 정도 되는 양의 먼지를 파낸다. 이 공간에 피난처를 만들고 가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피난처는 안정적인 공기 교환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다음 목표는 화성의 대기에 크리스토퍼 맥케이가 제안한 바와 같이 유사한 질소 50%, 아르곤 30%, 산소 20% 비율의 혼합 기체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 산소가 높은 비율이 인간에게 유리하다 여길지 모르나 고농도 산소는 가연성이 높아 불꽃 한 번이면 거주구 전체가 날아갈 위험이 있어 지구 대기와 유사한 게 유리하다. 질소는 식물을 키우는데 필요하다. 질산염은 농업에 필요한 비료로 만들 수 있다. 한편 화성에 종종 부는 먼지 폭풍이 문제다. 영화 ‘마션’에 묘사된 먼지 폭풍은 실제로도 큰 위협이다. 먼지 폭풍이 지속되면 식물 성장에 필요한 태양광을 확보하지 못한다. 

<영화 "마션"에서 묘사 된, 화성 먼지 폭풍과 2018년 마스 익스프레스 탐사선이 촬영한 화성 북극의 먼지 폭풍. ⓒ ESA  [출처]>

그럼 온실 보조 인공조명이 태양광을 대체할 수 있을까? 영화 ‘마션’에서는 마크 워트니는 화성에서 감자를 키워 생존했다. 이런 일이 화성에서 실제로 가능할까? 화성 토양에는 독성이 있다. 또, 기본 조명으로만 감자를 키우는 건 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 화성에서 재배한 감자에는 인간에게 필요한 핵심 영양성분이 결핍되어 있다. 산 넘어 산이다. 지구에서 화성에서 일어날 모든 문제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까? 물리적인 거리는 이런 문제에 대처할 능력을 극도로 어렵게 만든다. 식량 문제뿐만 아니라 워트니와 같이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잘할 수 없다. 현대인은 사물의 작동원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를테면 컴퓨터를 사용하는 법은 알지만 어떻게 만드는지는 모른다. 즉, 우리는 수많은 자립 기술을 상실했다. 집을 짓고, 비가 새지 않게 하고, 금속을 다루고, 옷을 짜고, 고장 난 기계를 고치고, 심한 출혈을 멈추고, 뼈가 부러졌을 때 등을 한 사람이 조치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선발대가 필요하며 우리는 이들 선발대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할 수 있도록 많은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8월 우리나라 최초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계획대로 시행될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한참 뒤처져 있는 건 사실이다. 세계는 달을 우주탐사 중간기지로 삼고 자원 채취를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화성 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화성에 일반인이 거주하기 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이 과정에 필요한 바와 현재 진행상황을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주 탐사에 관심이 있고 저자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보면 우리가 지구에 거주하는 행운아들이라는 알게 된다. 나아가 우주 탐사가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인류가 이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해 왔으며 그 성과가 가시권 안에 들어왔음을 보게 될 것이다. 

<화성에서 본 지구. 큐리오시티 화성 탐사선이 촬영한 사진. 인류의 모든 것, 우리의 추억, 과거와 현재의 우리의 모든 꿈이 들어있다.>


본사와 제휴한 외부 필자에 의해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 서평 글은 필자의 개인적 의견으로 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필자 : Nebula20

* <스페이스 러시>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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