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자세를 내려놓는 순례

몸이 기억할 때, 마음은 내려놓는다

by 매체인간

정렬된 자세는, 마음이 조용히 놓이는 순례의 길이 된다.




하루 만에 다시 발레 수업을 들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조용히 기대고 있었다.

턴아웃과 풀업이 무엇인지

이제는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걸 유지하는 일이었다.

자세를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자세로 움직이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집중이었다.


선생님이 정리해주신 정렬.

그 뒤에 흐르는 긴장.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팔 안쪽으로 흐르는 땀을 느꼈다.


나는 땀이 많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니 그 한 줄기의 땀은

나의 몸이 스스로 깨어났다는 신호 같았다.

의식보다 앞서 움직이는 몸.

말보다 먼저 반응하는 근육.


배가 고팠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토스트를 구웠다.

치즈, 꿀, 요거트를 올려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몸에 들어왔다.

기억하는 몸.

따뜻해진 중심.

그리고 이어진 꿀잠.


이 모든 것은 기도였다.

기도란

말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몸이 지속적으로 정렬을 반복하며

마음을 놓아주는 그 과정이었다.


나는 오늘,

자세를 세우는 일이

곧 자세를 내려놓는 순례라는 것을 알았다.



#발끝으로드리는기도 #3장 #자세와존재 #순례하는몸 #발레명상 #풀업의기도 #몸이기억하는순간 #발레일기 #서창현선생님레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2 동작으로 쓴 회심(μετάνοι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