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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잃은 당신에게 – 한 신학교 출신 여성이 씁니다

침묵의 시대, 언어의 윤리와 신앙의 양심에 대하여

by 매체인간




질문을 잃은 당신에게 – 한 신학교 출신 여성이 씁니다


신앙인은 질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침묵의 시대, 언어의 윤리와 신앙의 양심에 대하여



질문은 신성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질문조차 조심스러워진 시대에 살고 있다.

신앙인의 언어가 위축되고, 침묵이 미덕이 되는 이 시대에, 나는 다시 묻고 싶다.

“신앙인은 질문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이 글은 한 신학교 출신 여성의 내면에서 출발한, 시대를 향한 질문이다.



‘질문은 신성한 것이다.’ 저는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습니다. 가톨릭 신학교에 다니던 시절, 그리고 이후 신앙 공동체와 사회 안에서 지내며 느꼈던 수많은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을 꺼내기 어려웠던 순간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여학생으로서 소수자였고, 늘 주변부에 머무는 사람이었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사회 안에서도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은 언제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중심보다 주변에, 권력보다 약자에게 더 가까이 계신다는 믿음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정치적 견해를 나누는 자리에서도, 저는 말하기가 어려운 존재였습니다. 한때 지지하던 정당이 권력이 되자, 그 안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저의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안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흔들리는 현실을 마주하며, 질문하는 것이 점점 더 조심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괜찮을까?’ 하는 마음은 언젠가부터 저의 기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말이 줄고, 질문이 줄고, 기도가 침묵 속으로만 향할 때, 저는 신앙인의 언어가 위축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질문은 하느님께 다가가는 언어입니다. 질문은 신앙의 출발입니다. 마리아도, 베드로도, 엘리야도 모두 질문으로 하느님과 대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 질문도 조심스러워하며 살아갑니다. 이는 단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신앙의 자유와 연결된 깊은 문제입니다.


저는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는 것이 어렵다고 느낍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다시 묻습니다. “신앙인은 질문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이 질문이 바로 제가 신앙 안에서 붙드는 진실입니다.


저는 언젠가 더 많은 이들이 두려움 없이 질문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그 시작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나는 여전히 질문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하느님께 가는 길입니다.

질문을 잃은 당신에게,

이 글이 위로이자 자극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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