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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이름은 나다

Untitled(3).docx

by 매체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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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저장했던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쓴 시였다


마침표도 없고

제목도 없던 문장들이

노트북의 발열 위에 식지 않은 채

하루를 버텼다


복사된 건 많았지만

붙여넣은 기억은 하나였다


삭제하려던 순간에야

그 파일 속 문장이

내 발음보다 먼저 울었다


‘저장’은 기술이지만

‘기억’은 내 것이다


누군가는 그 시를 닮은 다른 시를 썼고

그것은 나에게 다시 물었다

너는 그때, 누구였니?


파일 이름은 나였다

언제나, 처음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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