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광화문 촛불집회
사회운동 이론은 두 가지 테제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는 불만이 있으면 사회운동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둘째는 공동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 테제에 대한 반성은 1960년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여러 사회운동 이론들은 이 테제들을 반하는 테제를 가지고 있는데, 먼저 불만과 사회운동간의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공동이익과 집단 행동 사이의 관계도 필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박형중-박영자의 ‘북한변화 축진 및 남북친화성 증대 - 이론발굴과 적용모색- 이라는 연구에서 살펴 볼 수 있다시피 북한은 불합리와 억압이 극도로 높은 구조와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2016년 12월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사회운동이 일어났다. 주최측 추산 230만명이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을 들고 평화시위를 한 것을 두고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사건 자체의 규모와 더불어 성격에 대해 주목을 하였다.
사회운동 이론에서 보다시피 불만과 공동이익이 사회운동을 표현하는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면 어떤 요인들이 촛불집회를 설명할 수 있을까? 사회운동이론은 대표적으로 자원동원이론, 정치기회-정치과정론, 프레이밍 이론, 합리적 선택 이론과 구조-인지 모델이 있다.
자원동원이론은 자원의 다양성, 사회운동의 다른 집단에 대한 연계, 외부 지원의 역할, 당국이 운동을 통제 혹은 통합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술 등에 주목을 한다. 이는 지식, 돈, 대중매체, 노동, 연대성, 정당성, 대내외 권력 엘리트의 지지를 포함한다.
이러한 측면은 촛불집회가 일어나게 된 원인과 성격을 컬러풀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먼저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인 한국은 두터운 지식층이 형성되어 있으며, 자본주의로 인한 경제적 여유가 있다. 이는 시민사회 구성원이 문제의식이 자유로운 독립개체로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더불어 대중매체의 경우에도 최순실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한 JTBC 방송국 뿐만 아니라 Facebook, Daum, Naver 등 인터넷 포탈 사이트와 플랫폼 등을 통해서 즉응적으로 공론화된 의견을 수용하거나 유기적으로 소통 - 담론 형성이 가능했다. SNS, 동영상 플랫폼 등은 뉴뉴미디어로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풍자하여 사회운동을 정치의 영역에서 문화화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는 연대성, 정당성과도 통합하여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이 의견을 주고 받는 창구로서 기능한 것 뿐만 아니라 생태계로서 담론이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은 광화문 촛불집회의 활발한 활동 요인으로 주목할 만하다. 미디어 생태계의 자기 진화적 특성은 자원동원이론 가운데서도 대중매체, 연대성, 정당성, 대내외 권력 엘리트의 지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측면임을 헤아릴 수 있다.
정치기회-정치과정론은 맥다암의 정치기회 구성요소를 살펴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데, 1) 제도화된 정치체제에서 상대적 개방 또는 폐쇄, 2) 정치체를 기본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엘리트 상호 관계의 안정성 또는 불안정성, 3) 엘리트 동맹의 존재 또는 부재 4) 국가의 억압 능력과 억압 성향이 그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타오루도 네 가지를 거론했는데, 1) 새로운 행위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접근 경로의 개방, 2) 정치체 내부에서 정치적 동맹관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 3) 영향력 있는 엘리트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 4) 엘리트 내부에 등장하고 있는 균열 등이다.
한국사회의 촛불집회는 국가정치체제에서 상대적 개방에 해당한다. 이는 북한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치체를 떠받치고 있는 엘리트 상호관계도 안정적이라 볼 수 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교과서 사건은 잠재적인 사회운동 세력인 역사 및 문화 전문가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사회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일부 정치 엘리트의 범위에서 역사-문화 지식인층이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이 되었다. 이는 지식인들의 정치적 연대성이 안정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번째 요소인 국가의 억압 능력 및 성향이 낮다고 볼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국정교과서, 위안부 문제, 한반도 사드배치에 이르기까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불러온 오류들이 누적되어 엘리트집단의 연대성 강화와 비박의 움직임 등은 국가의 억압 능력에 대한 정당성을 떨어뜨렸으며, 촛불집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점진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프레이밍 이론은 자원동원이론과 정치기회-정치과정론이 가지는 구조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사회운동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보는 것인데, 사회운동과 아직 참여하지 않은 잠재적 구성원간의 프레임을 일치시키면 사회운동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촛불집회가 230만 인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지점이다. 세월호 사건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구조가 가능했던 시간과 기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문의 사건으로 남은 탓이다. 더불어 메르스 역시 노무현 정권의 방역 메뉴얼을 폐기하면서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만으로도 정권의 유지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던 외신들을 보면, 세월호, 메르스에 이어지는 정부의 무능함에 국민들의 피로도는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었다.
더불어 국정교과서 문제는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역사 및 문화, 교육계 지식인들의 학문적 양심을 자극하였고, 잠재적 사회운동 부류로 볼 수 있는 학자들이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위안부 문제와 한반도 사드배치에 이어지는 결정들은 피해 당사자들이나 국민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정부의 문제해결능력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고, 소통조차 원활하게 되지 않는 정부인 것이 증명되었다.
집단 행동 프레임은 세 가지 핵심 프레임 업무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진단 프레이밍, 처방 프레이밍과 동기부여 프레이밍이 그것이다. 진단 프레이밍은 잠재적 참여자에게 이슈 또는 사건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처방 프레이밍은 진단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기한다. 동기부여 프레이밍은 사람들이 집단 행동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고자 시도한다. 벤포드와 스노우가 사회운동 기업가가 잠재적 동원층을 동원하고자하는 전략적 관점에서 집합행동 프레임을 규정했다면, 갬슴은 어떻게 의미를 협상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대안적 목록을 제기한다. 이는 정체성, 행동성, 부정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사회운동이 내세우는 집합행동 프레임이 잠재적 참여자를 실제 참여로 이끌어내자면, 사회운동 자체의 집합행동 프레임과 잠재적 참여자 개인의 프레임이 일치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 개념이 프레임 일치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공명이다. 집합행동 프레임은 잠재 참여자가 불만의 해석과 표현이 매우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면 공명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공명이 강한 프레임은 “자연스럽고 친근하게”여겨지는 문화 상징으로 만들어지는 경우이다.
촛불집회의 경우 이러한 공명이 강한 프레임으로 볼 수 있다. 문제의식에서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내용의 의미 해석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접근과정들이 필요하다. 촛불집회의 경우 대통령및 측근의 무능력과 봉건적인 사고방식이 점층적으로 드러나면서 잠재적 구성원들의 연대성이 성숙할 수 있는 배경이 있었고, 최순실 국정농단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중도 보수 젊은층까지 박근혜 정권에 배신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적 - 문화적 시위라는 사회운동 성격은 잠재적 구성원들이 집회에 참가할 수 있는 프레임의 일치로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사회운동 이론인 자원동원이론, 정치기회-정치과정론, 프레이밍이론을 통해서 촛불집회의 성공 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미디어 리터러시와 콘텐츠 활용에 능숙했다는 점은 자원동원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사회구성원의 성격 등 외부적 요소로 볼 수 있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역사 국정교과서, 위안부 문제, 한반도 사드배치에 이르기까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불러온 오류들이 누적되어 왔다는 점은 정치기회-정치과정이 드러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레이밍 이론으로 볼 수 있는 촛불집회의 성격은 집합행동 프레임과 잠재 참여자 개인의 프레임이 일치하게 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평화적이고 축제 같았던 집회 성격이 물리적 대다수 개인 프레임과 일치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사회운동의 성공여부는 다양한 관점에서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사회운동 이론에 근거한 단상만을 서술하였다. 분명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광화문 촛불집회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소통의 오류가 최소화한 건강한 사회에 대한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보며, 이에 대한 고민은 풍요롭고 깊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