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제주도민

이삿짐을 부리며 처음 만난 제주의 첫 거주지

by 은노

그런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무언가 원하는 바를 자꾸 입으로 뱉었더니,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모두 가능하도록 태도를 바꾸는 현상 말이다.

나의 제주도민이 되는 과정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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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육지에서의 삶을 접어 섬으로 옮기는 걸 결정하기까지.

한 명이 입으로 뱉으며 희망회로를 심으며 다니고, 불가능하다며 매 번 회의적으로 반응하던 다른 한 사람은 그 희망회로에 감전되어 갔다. 그리고 그 현상은, 오지 마을에 전기가 흘러들어 가 기적 같은 빛을 뿌려 세상을 밝히듯, 마치 주변의 모든 상황들이 내 등을 떠미는 것처럼 가능한 각도로 방향키를 틀어갔다.

우리가 살 집도, 몇 번의 온라인 컨택 후 겨우 안면을 텄을 뿐인, 현지에 사는 온라인 지인이 대신 가서 봐주고 계약까지 해주셨다. 가서 보니 집이 괜찮더냐는 나의 질문에

"사람이 살만한 곳이니 나왔겠쥬." 하셨다. 그래, 살만한 곳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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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첫 거주지는 가운데 베이지색 단층이다

20150604_102852.jpg 낡은 촌집 같은 단독의 바깥채, 입구의 꽃들은 정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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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신이 났는지 모르겠는(4살 꼬맹이의 감정을 일일이 이해한다는 게 가능하긴 한가?) 아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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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면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다. 나름의 바다뷰.

나는 곧 제주도민이 된다.

어지간한 살림살이들은 대부분 팔거나 나누어 짐을 단출하게 줄이고 나니 세 식구의 살림살이는 1톤 트럭

한 대도 채 되지 않았다. 5톤 트럭의 일부를 빌어 짐을 실어 보내고 목포로 향했다.

삶의 중요한 순간들에 불현듯 나타나서 생각지도 못했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처음 제주도 마켓에 참가했을 때, 서울에서 알고 지내던 선배 한 명이 제주에 사는 걸 알게 되어 잠시 인사를

나누고 갔었더랬다. 버블마임을 하는 선배는 공연 때문에 드나들다가 제주가 너무 좋아 대구의 살림살이를 정리해 이주했다고 하였다. 그 선배와, 목포를 출발해 제주로 가는 배 안에서,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에는, 네가 여기 왜 있느냐는, 놀라움과 의아함 등이 묻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잠시 여행을 가는 것이라면 비행기를 탔을 테니까.

그 배에서 선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4살 꼬맹이를 데리고 제주에 입도한 첫날밤이 어떠했을까.

5톤 트럭에 실려 제주로 먼저 출발한 우리의 살림살이들은 제주항에서 1톤 트럭으로 옮겨져 어둑해진 저녁에야 집 앞에 도착했다. 짐을 내려줄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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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되었는지 우리와 동행해 준 선배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기막혀하며, 함께 짐들을 내려주었다.

누울 자리도 없고 이불은 어느 박스에 들어 있는지도 모르는 우릴 데려가 잠도 재워주고,

다음 날 밥도 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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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동네 백반집이라는데, 착한 가격에 상다리가 부러지게 나왔다. 우와~! 제주는 이런 곳이구나!

유산균이 가득하다는 제주막걸리와 함께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제주의 삶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시작은 늘 설렘을 일행처럼 달고 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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