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스러워지기

란 쉽지 않더라.

by 은노

누구냐 넌?

우리가 살게 된 곳은 단독주택에 딸려 있는 바깥채라는 곳이었다.

주인 어르신은 장애인용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셨는데, 전동 휠체어가 그렇게 빠른지 몰랐다. 쌩~하고 순식간에 사라지셔서는 맥주를 싣고 돌아오는 게 주인집 어르신의 일상 중 하나였다.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그 집이 경사가 제법 있는 골목길에 있어서 꼬맹이가 오르내리긴 좀 힘들었고 또 주차공간을 찾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집에서 우리는, 입도를 위해 우리가 빠르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기에, 전원생활은 아니지만 나름의 촌동네스러운 정취가 있지 않느냐며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적응이 잘 되지 않던 한 가지.

20150825_223157.jpg 삐뚤빼뚤 대충 재단된 촌스런 비닐장판과 꼬맹이가 시대를 착각하게 만든다.

잘 때는 바닥에 이불을 깔고 생활하던 그곳에서 아침에 잠에서 깨며 눈을 뜨면, 나를 향해서 오는 건지 마는 건지 모르게 느릿느릿 움직이는 그 녀석과 눈이 마주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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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은 맨몸으로 끈적한 점액질을 질질 흘리며 더듬이를 요리조리 돌려가면서 다가오는 모습을 처음 마주한 날, 이사를 생각했다. 처음부터도 그곳에서 오래 살 계획은 아니었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이사를 고민하게 해 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니, 민달팽이야?

이 녀석은 방바닥에,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냄비 벽에, 변기 안쪽 벽에, 마시다 둔 머그컵 밖에 등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했다. 아니, 이 녀석들(이겠지? 한 놈일 리 없잖아)이 서식하는 곳에 우리가 침입한 걸 수도 있지. 나는 매 번,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녀석을 종이로 곱게 떠서 바깥 풀 속으로 던져주곤 했다. 이 녀석들은, 바퀴벌레처럼, 발견하는 순간 놀라 숨을 멈추게 하고 이내 속도를 선점하기 위해 기싸움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리쳐 죽이기에 뭔가 죄책감이 들게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언제나 완전한 무방비 상태로 나를 공격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어떨 땐, 놀아달라면서도 눈을 껌뻑이며 나를 쳐다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생아 같기도 했다. 몇 번 만나다 보니 가끔은, 잠에서 깬 나와 눈이 마주치는 지점까지 오는 데 얼마 큼의 시간이 걸렸을까를 가늠해 보며, 가만히 녀석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에, 어디에서 출발했건 내가 잠을 자던 밤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이동했을 거라는 추론을 내리게 되었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힘들게 이동해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렴, 풀숲으로.(애초에 풀숲에서 온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만)

이제 우리 그만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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