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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을 보는가?

by 참지않긔


군대 생활 중 상병 때쯤으로 기억이 납니다.

60 트럭을 타고 산길을 가다가 20여 미터 길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사건을 당했습니다.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고

팔다리 부러진 사람이 3명

운전병은 좀 많이 다쳤고요.

자동차가 길아래(거의 수직으로 떨어졌습니다)로 떨어지면서

호로(덮게)를 씌운 트럭은 완전히 뒤집히게 되었는데



별로 길지 않은 그 시간에 사고당한 사람들이 본 것은 각각 다 다르더라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떨어지는 순간 살아온 모든 시간이 스크린에 빠르게 지나가더군요.

태어나서 사고당하는 순간까지 다 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떨어졌다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떠보니

하얀빛이 보이고 그 길을 따라 기어 나왔더니 트럭 밖이었습니다.



사고 수습되고 난 다른 사람은 무엇을 보았을까 궁금해서 물어보았죠.

한 사람은... 무중력상태의 느낌이었고.. 본 것은 없으며 밖에서 소리가 들려 기어 나왔다 했고

한 사람은 종소리를 들었답니다. 풍경소리 같은 종소리를

한 사람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보았답니다.



그리고 다리가 부러진 내 동기는

"보긴 뭘 봐... 차가 구르길래 잽싸게 뛰어내렸지..... 쳇.. 다리만 부러졌어"



7명 정도 타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 말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죽음과 부딪치면

사람은 뭘 보긴 하는 걸까요?

만일 뭘 보는 게 맞다면... 누가 본 게 사실일까요?

아님 흔히 말하는 잠재의식 뭐 어쩌고 하는 걸까요?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임무를 수행하다 같은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보고 느낀 것은 서로 다릅니다.

사람이 다 다르듯

보는 것도 다 다른 모양입니다.



삶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어떤 사람은 삶 속에서 죽음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삶 속에서 욕망을 바라보기도 하겠지요.



오늘 또 한 사람의 죽음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난 지금 멀 보고 있는가.



그냥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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