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장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영화 '인도로 가는 길'의 한 장면이었지요.
맑은 물가에 발을 담근 채 앉아 있던 인도 교수와 영국 여인, 그리고 그 옆의 젊은 남자.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고요한 풍경은 어딘가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듯했습니다.
이 영화는 아마도 고등학생 때 영화관에서 본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때는 영화 속 이야기의 깊이를 다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인도 교수의 알 수 없는 말들과 영국 여인의 눈빛은 그저 낯설고 신비로웠을 뿐이었죠.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 시절의 저는 아직 세상의 복잡한 감정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기에는 조금 서툴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진을 바라보며 그 장면의 잔잔한 분위기가 다시금 마음을 감쌌습니다.
마치 멈춘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듯한 그 순간의 평온함과 인물들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감정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떠오른 것은 그 인도 교수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알렉 기네스였다는 사실을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에게 그는 언제나 스타 워즈의 오비완 케노비였으니까요.
어릴 적 스타 워즈를 처음 보던 순간 오비완 케노비의 죽음을 보고 느꼈던 충격과 아쉬움이 아직도 잔잔히 남아 있습니다.
그의 존재는 영화를 넘어 제 추억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진 한 장이 이토록 깊은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니 참 신기하고도 따뜻한 일입니다.
오래된 기억들은 우리가 잊고 지낼 때도 마음 한켠에 고이 자리 잡고 있다가 이런 순간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곤 하지요.
그렇게 작은 조각 하나가 우리의 마음을 오래전 어느 날로 데려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