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lentMeditator Nov 17. 2024

윌리엄 셰익스피어 '맥베스' 리뷰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죄의 흔적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다시 읽으며 오랜만에 그 어두운 무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눈을 감으면 맥베스가 그 깊고 어두운 욕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이야기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마음과 그 속삭임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페이지를 넘기며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욕망의 무게와 죄책감의 그림자를 한 줄 한 줄 따라갔습니다. 

마치 오래된 잉크 냄새가 나는 책을 손끝에서 느끼듯 그 시대의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이 작품은 1603년,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1세가 왕좌를 이어받던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속에 넘실대던 불안과 변화의 물결이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역사에서 실존했던 맥베스라는 인물을 셰익스피어는 그만의 방식으로 빚어내어 우리 앞에 놓습니다. 

그가 그린 맥베스는 한때는 용맹했던 장군이었지만 세 마녀의 불길한 예언에 이끌려 점차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전쟁에서 돌아오는 길, 맥베스는 세 마녀를 만납니다. 

그들은 맥베스에게 왕이 될 운명을 속삭입니다. 

그 순간 나는 마치 그의 두근거림이 내 가슴속에서도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황당한 말로 여겼겠지만 그 말은 서서히 그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그의 곁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아내, 레이디 맥베스는 마치 바람에 불씨를 더하는 불길처럼 그를 더 깊은 욕망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녀의 차가운 손길과 강렬한 말투는 맥베스를 흔들었고 결국 덩컨 왕을 죽이게 만듭니다. 

그들이 바랐던 왕좌는 이제 그들의 것이 되었지만 그 순간부터 행복은 점점 멀어집니다. 

맥베스는 더 이상 전쟁터에서의 승리감으로 가득 찬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그의 마음속에는 끊임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았습니다.





맥베스의 이야기는 점점 깊어집니다. 

덩컨 왕을 죽이고 난 후 맥베스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바라봅니다. 

나는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그 피가 맥베스의 손을 적시는 느낌이 나의 피부 위에도 스며드는 듯합니다. 

그는 "내 손에 묻은 피는 바다를 붉게 물들일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피는 단순한 피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가 결코 씻어낼 수 없는 죄의 흔적이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죄책감의 상징입니다. 

레이디 맥베스 역시 처음에는 냉정하고 단호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내면 역시 시간이 지나며 점차 부서져 갔습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손을 씻으려 하며 "이 저주받은 얼룩, 지워지지 않는 피!"라고 외칩니다. 

그 외침은 마치 그들의 영혼 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울음소리처럼 들립니다. 

결국 그녀는 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합니다. 

그 장면은 나로 하여금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연약하고 또한 얼마나 무거운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에서 여러 문학적 장치를 사용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맥베스가 왕좌에 오르기 위해 저지른 죄는 결국 그에게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옵니다. 

그가 바란 권력은 그에게 힘을 주기보다는 더 큰 두려움과 고통을 안겨줍니다. 

이것이 바로 셰익스피어가 그려낸 이야기의 아이러니입니다. 

왕이 된 후에도 그는 안식을 찾지 못하고 밤마다 그를 찾아오는 환영과 불안에 시달립니다. 

이야기 속의 피는 단순한 피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와도 같습니다. 

씻어내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흔적, 그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는 죄의 상징입니다.





마녀들의 등장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음산하게 만듭니다. 

그들의 주문과 말은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생은 백치가 말하는 허무한 이야기다"라는 맥베스의 마지막 독백은 그가 느낀 허무함과 절망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나에게 인생이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삶이란 무엇일까요? 마치 덧없는 꿈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들과 비교해 보면 맥베스는 특히나 인간의 내면을 깊이 탐구합니다. 

햄릿은 복수와 고민 속에서 갈등하는 모습이지만, 맥베스는 자신의 욕망을 따라가며 점점 더 어둠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행동하지만 그 행동의 결과는 더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오셀로는 외부 인물인 이아고의 계략으로 인해 파멸하지만 맥베스는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오는 파멸입니다. 

이 점에서 맥베스는 더욱더 인간의 마음속 깊은 욕망과 그 결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맥베스는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위치 더 큰 권력을 원하면서 때로는 도덕적 기준을 넘기도 합니다. 

현대의 정치적 스캔들이나 사회의 윤리적 문제들은 맥베스가 주는 교훈을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마음속에서 겪는 갈등과 불안 그리고 양심의 소리는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를 통해 욕망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그 무게는 때로는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결국엔 파멸로 이끌 수도 있습니다.





맥베스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마음에 도사린 욕망이 불러오는 비극을 보여주며 우리가 그 속삭임에 귀 기울였을 때 어떤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그의 대사와 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인간의 본성을 더욱 명확하게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결과를 되돌아보고 우리의 마음속 욕망의 소리에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이전 01화 엔도 슈사케의 '침묵', 신의 침묵 인간의 고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