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선정
넷플릭스 영화 Scoop은 정말 한 번 보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영화적으로 아주 뛰어나서 그런건 또 아니고요.
사실 제가 앤드루 왕자의 그 유명한 인터뷰를 이미 봤던 사람이거든요.
그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그냥 얼떨떨했던 기억이 나요.
"이게 진짜로 방송에서 나가는 거야?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가 나왔을 때도 “아, 그거 다시 한 번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봤어요.
그런데 막상 보니 감정이 조금 복잡하더군요.
먼저, 루퍼스 스웰이 앤드루 왕자로 나온 거는 정말 놀라웠어요.
그 인터뷰에서 제가 느꼈던 그 특유의 태도, 그러니까 뭔가 현실감각이 없으면서도 자기가 하는 말은 다 옳다고 믿는 그 뻔뻔한 자신감 있잖아요.
그걸 완벽하게 살려냈더라고요.
보는 내내 "아, 맞아. 저랬지. 저렇게까지 말했었지" 하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어요.
인터뷰 내내 점점 더 깊이 스스로를 파고드는 앤드루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루퍼스 스웰은 외모, 목소리, 표정 하나까지도 그날의 앤드루를 완벽히 복사해 놓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에밀리 메이틀리스 역할로 나온 질리언 앤더슨
와, 이 분도 정말 한몫했어요.
당시 인터뷰를 이끌었던 메이틀리스의 그 침착하고 단호한 태도가 기억나는데 앤더슨이 그걸 너무 잘 살렸더군요.
인터뷰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앤드루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제가 원본을 보고도 다시 몰입하게 만들었어요.
솔직히 이 연기는 박수를 쳐줘야 할 만큼 대단한 연기였어요.
하지만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앤더슨의 연기가 약간 '더 크라운'에서 연기했던 마거릿 대처 느낌이 겹쳐 보이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게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캐릭터의 본질을 표현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빌리 파이퍼가 연기한 인터뷰 준비 과정의 핵심 인물도 좋았어요.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상당히 생생했고 이런 장면들은 저처럼 당시의 인터뷰 뒷이야기를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왔을 거예요.
하지만 그녀의 개인적인 야망이나 드라마적인 서사 부분은 살짝 지나치게 부각된 느낌도 들었어요.
그 때문에 영화의 본질, 그러니까 인터뷰의 기이함과 무게감을 약간 벗어난 게 아닌가 싶었죠.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앤드루 왕자가 스스로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줬던 순간들이에요.
"나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같은 대사가 아직도 생생해요.
그 말을 자신만만하게 던질 때 인터뷰를 보던 제가 얼어붙었던 기억이 나요.
영화에서도 그 순간을 정말 잘 살렸어요.
그 어이없고 민망한 대사가 얼마나 시대와 왕실 이미지를 엉망으로 만들었는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죠.
다만, 영화가 인터뷰와 그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 데에 중점을 두면서도 피해자들의 시각이나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왜 이 영화가 원본 인터뷰 이상의 가치를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한 것 같았어요.
원본을 본 저로서는 "음, 그래도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했네" 싶었지만 그 이상은 조금 아쉬웠어요.
그래도 특권과 오만이 한 사람을, 아니 한 나라의 상징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생각해볼 거리를 주는 작품인 건 분명해요.
당시 생방송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저로서는 그날의 기억을 더 입체적으로 떠올리게 해준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