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이 따끔거려서 이불을 뒤적이다 보니 가습기를 꺼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동안 신경도 안 쓰고 그냥 제습기만 계속 돌렸던 것 같은데 어느새 가을이 왔다는 게 이렇게 느껴지네요.
나도 모르게 아침 공기가 살짝 메마른 느낌이랄까요.
가습기를 꺼내서 물을 채우고, 전원을 켜고 나서 한숨 돌리며 소파에 앉았어요.
창밖을 보니 햇살이 살짝 비치는 게 눈이 부시게 예쁘더라고요.
아침 햇살에 커튼 너머로 나무 그림자가 살랑대는 걸 보고 있으니 괜스레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드네요.
그래서 별생각 없이 다니엘 시저의 "Best Part"를 틀어 봤죠.
음악이 흐르면서 방 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그 따뜻한 목소리가 꼭 가습기 안개랑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방 안은 서서히 촉촉해지고 다니엘 시저가 내 아침을 포근하게 감싸 주는 느낌이었어요.
"You're the coffee that I need in the morning."
이 가사 부분이 흘러나올 때 아침에 딱 어울리는 느낌이었어요.
아침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온기 속에 몸을 녹이는 그 순간처럼 이 노래도 그런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더군요.
햇살은 조금씩 더 강해지고 안개처럼 퍼지는 가습기 물방울은 잔잔히 방 안에 머무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이라면 더 좋겠지만 때로는 혼자 있는 아침도 참 좋은 것 같아요.
혼자 누리는 이 조용한 평화로움 그리고 내게 주어진 시간.
바쁜 하루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머물러서 내 삶의 "Best Part"를 즐길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느끼게 돼죠.
음악이 잔잔히 끝나갈 때쯤 가습기에서 흘러나오는 물방울 소리마저도 나름대로 정겹게 들리네요.
지금 이 순간 이 고요한 아침 속에서 모든 게 완벽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는 이 아침 덕분에 좀 더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