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윤미향 전 의원의 광복절 사면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습니다.
이 일은 법과 도덕, 그리고 역사의 무게가 한데 뒤엉켜 있어서 어느 한쪽 말만 듣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분명 법원의 판결로 일부 기부금이 사적으로 유용됐고 회계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됐습니다.
그 점에서, 위안부 피해자 운동이라는 숭고한 영역에서조차 재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은 예외일 수 없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에 1심 판결에서조차 “죄가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을 때 그 말은 무겁게 받아들였어야 했을 겁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2020년 그 거센 여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쏟아졌던 수많은 의혹들 가운데 상당수는 재판을 거치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일부는 너무 과장되게 전달되었습니다.
피해자 돈을 강제로 빼앗았다거나 단체 명의로 사익을 위해 대형 부동산을 샀다는 식의 이야기들은 끝내 법정에서 입증되지 않았죠.
그럼에도 이미 초반에 찍힌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유죄’라는 인식이 깊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이유가 무엇이든 피해자 지원 성금을 개인 용도로 썼다는 행위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는 쪽입니다.
역사적 상징성이 큰 활동에서 그런 일탈이 있었다는 건 사회 전체의 신뢰를 배신한 일이고 설사 금액이 적더라도 그 상징성만으로도 충분히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겁니다.
특히 형이 확정된 뒤에도 피해 금액을 스스로 반환하지 않은 채 사면을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커도 반성의 기색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사람에게 관용을 베푸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런 시각에서는 이번 사면이 “권력이 있으면 죄를 지어도 벌을 피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국민에게 줄까 우려합니다.
다른 하나는, 이 사건을 정치와 이념의 대립 속에서 해석하는 시선입니다.
실제로 법정에서 입증된 범죄사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보수 언론과 정치세력이 의도적으로 부풀린 결과라는 겁니다.
초기에 퍼진 ‘윤미향 일가가 후원금으로 집을 여러 채 샀다’는 식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었음에도 대중의 심증을 굳혀버린 것처럼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방식이 이미 결과를 규정지은 셈이라는 지적입니다.
일부에선 정권 교체기 항소심에서조차 법리상 타당하지 않은 부분까지 유죄로 인정됐다고 보고 이를 사법 왜곡의 사례로까지 부릅니다.
그런 만큼 이번 사면은 잘못된 마녀사냥을 바로잡는 계기이자 국가가 운동가를 범죄자로 낙인찍어 퇴출시키는 상황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마음은 복잡합니다.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이 걸어온 모든 길을 부정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위안부 운동이라는 대의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사람에게 씌워진 수많은 의혹 중 많은 부분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음에도 그 상처와 낙인은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관계가 흔들리고 운동 자체의 명예마저 훼손된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사면이 단순히 한 사람을 풀어주는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시민운동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나갈 것인지 묻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면 이후에는 정치적 공방을 넘어, 시민단체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역사문제 해결 운동의 신뢰를 회복하는 진지한 노력이 뒤따르길 바랍니다.
잘못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지키고자 했던 대의와 가치까지 함께 사라지게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