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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헨드릭스, 바람과 함께한 그리움

by 참지않긔

가을이 저물어가는 찰나 어느덧 저 북쪽에서는 눈소식이 들려오는 겨을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두 계절이 서로 겹치는 듯한 이 짧은 시간 속에서 바람은 한층 더 차갑고 매섭게 불어옵니다.
사계절마다 다르게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각기 다른 선율처럼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바람을 주제로 한 노래들은 그 계절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내어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가을의 쓸쓸함과 겨울의 황량함이 맞닿는 이 시기에 바람이 불어오는 음악은 청량하게 때로는 애잔하게 마음을 두드리곤 합니다.




바람이 깃든 노래는 흔히 공허한 마음을 떠올리게 하며 추억의 한 자락을 희미하게 떠오르게 만듭니다.
차가운 겨울이 다가올수록 그 선율은 깊어지며 우리 마음속 기억을 건드립니다.
바람은 자연의 현상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기억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자주 쓰입니다.
바람은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동시에 그리움과 잃어버린 사랑을 되새기게 하며 그 속에서 듣는 이의 마음에 더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헨드릭스의 The Wind Cries Mary는 바람을 주제로 한 곡들 중에서도 특별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1967년에 발표된 이 곡은 헨드릭스 특유의 기타 연주와 깊은 감정이 담긴 곡으로 연인과의 다툼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곡입니다.
바람을 통해 헨드릭스는 복잡한 감정을 시적으로 풀어냈으며 특히 인트로 부분의 기타 연주는 전설처럼 남아 듣는 이를 곡 속으로 단숨에 끌어들입니다.




헨드릭스는 이 노래에서 단순히 상실의 감정을 넘어 그가 겪은 내면의 고독과 상실감을 바람에 실어 보냈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며 메리의 이름을 부르고 헨드릭스는 그 바람 속에서 그녀를 떠올리며 자신의 감정을 곱씹습니다.
그가 연주한 기타는 더 이상 악기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 울림은 헨드릭스의 내면이었고 그의 외로운 감정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듯 울려 퍼졌습니다.




헨드릭스의 The Wind Cries Mary는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와는 대조적입니다.
딜런의 노래에서 바람은 세상의 답을 찾기 위한 물음으로 시대의 불안을 반영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헨드릭스의 바람은 개인적인 그리움과 상실을 담아내며 세상에 대한 질문보다는 자신의 내면과 마주합니다.
딜런의 바람이 변화에 대한 외침이라면 헨드릭스의 바람은 조용히 사색하고 자신의 슬픔과 고독을 껴안는 여정입니다.




한편 니나 시몬의 음악에서도 바람은 내면의 아픔과 투쟁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녀의 곡은 억눌린 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바람처럼 부드럽고도 강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하지만 헨드릭스의 바람은 니나 시몬과 달리 외부 세계보다는 개인의 감정 속에서 흐릅니다.
헨드릭스는 바람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과 그리움을 탐색하며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한편 메리와의 추억을 되새깁니다.




헨드릭스의 기타 연주는 이 곡에서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 기타 리프는 차갑고도 부드러운 음색으로 시작해 그의 감정적 배경을 명확히 설정합니다.
리듬과 멜로디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흘러가며 예측할 수 없게 변화합니다.
헨드릭스가 다루는 기타는 메리를 그리워하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황하는 그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기타의 울림은 때로는 깊은 슬픔을 때로는 희미한 희망을 나타내며 그의 고독한 여정을 더욱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헨드릭스의 The Wind Cries Mary는 그가 자신의 내면과 메리라는 이름에 얽힌 감정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곡입니다.
한편 그의 다른 곡들 예를 들어 Purple Haze는 초현실적이고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며 그의 음악적 폭넓은 면모를 보여줍니다.
Purple Haze는 정신적 혼돈과 내면적 갈등을 반영하며 헨드릭스의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가 그 불안한 감정을 고조시킵니다.
반면 Little Wing은 보다 서정적이고 부드럽습니다.
두 곡 모두 감정적으로 강렬한데 The Wind Cries Mary는 그와 대조적으로 차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이처럼 헨드릭스의 다양한 스타일은 그가 왜 천재적인 뮤지션으로 평가받는지 잘 보여줍니다.




헨드릭스가 이 곡을 쓴 계기는 사소한 다툼이었습니다.
요리 문제로 시작된 작은 갈등이 그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고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곡이 탄생했습니다.
이는 우리 일상 속의 작은 순간들이 때로는 커다란 예술적 영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헨드릭스는 그 순간 느낀 감정과 상실감을 음악으로 승화시켰으며 그 결과 그의 예술적 역량이 더 빛났습니다.




헨드릭스가 이 곡을 발표한 1967년은 히피 문화와 사회적 변화가 절정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기존의 권위에 반항하며 자유와 평등을 외쳤고 헨드릭스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독특한 목소리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음악은 단순히 개인적인 사랑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았고 그가 느낀 감정과 시대적 불안이 녹아 있었습니다.
헨드릭스의 바람은 그가 잃어버린 사랑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아가며 그가 마주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아내는 상징이었습니다.




메리는 헨드릭스에게 단순한 연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녀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이었으며 그의 곡 속에서 메리는 헨드릭스가 잃어버린 것과 그리워하는 모든 것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메리라는 이름은 곡의 제목처럼 바람 속에서 울리고 헨드릭스는 그 바람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바람은 그가 놓아주지 못한 기억과 감정들을 끌어안는 동시에 그가 예술적 자유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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