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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entMeditator Oct 07. 2024

<조커: 폴리 아 되> 자기 파괴의 성찬

<조커: 폴리 아 되>는 영화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작품입니다. 

1편에서 구축된 조커라는 캐릭터가 단순히 악인의 전형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심리적 변화와 내면적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룬다는 점에서 예술적 성취가 돋보입니다. 

특히 2편에서 아서 플렉은 더 이상 내면 갈등에 휩싸이지 않고, 사회적 억압과 자신의 분노를 광기의 정점으로 승화시키며 그 과정을 정교하게 풀어냅니다. 

이는 전형적인 악인 서사를 넘어선 캐릭터 중심의 서사적 진보라 할 수 있으며, 영화는 그를 둘러싼 사회적 반응과 대중의 광기, 그리고 윤리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탐구합니다.



특히, 이 영화가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은 '우리는 왜 악인에게 매혹되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이것은 단순히 영화적 장치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가진 억압된 감정과 욕망이 어떻게 예술적 서사를 통해 해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첫 편에서 아서 플렉은 고립된 사회적 희생양으로 그려졌으며, 많은 관객은 그의 범죄적 행위를 통해 억눌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했습니다. 

이러한 기제는 단순한 감정적 해방을 넘어, 조커가 사회적 혼란과 불만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로 기능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해집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조커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그를 응원하는 모순적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의 딜레마는 영화 속에서 대중의 광기와 맞물려 더욱 심화됩니다. 

아서 플렉은 본래 대중의 아이콘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대중은 그를 반항과 혼란의 상징으로 신격화하며 그에게 기대감을 투영합니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아서의 범죄적 행위를 더 이상 단순한 개인적 차원에서 바라볼 수 없게 만들며, 그의 행동은 대중의 요구와 기대 속에서 사회적 상징으로 변모합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안티 히어로적 서사와 대중문화의 변증법적 관계를 심도 있게 파헤칩니다. 

조커는 단순한 악인이 아닌, 현대 사회의 억압된 감정과 좌절의 표상으로서, 그가 행하는 파괴적 행동은 사회적 해방의 메타포로 읽힙니다.



특히, <듄>의 폴 아트레이데스와 같은 다른 안티 히어로들과 비교할 때 조커는 더욱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폴이 자신의 운명과 역할을 고통스럽게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반면, 조커는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파괴하며 이를 사회적 혼란으로 확장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아서 플렉이 느끼는 내면의 고통은 단순히 개인의 고통을 넘어, 대중의 억압된 좌절감을 투영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변환됩니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서 도입된 뮤지컬 형식은 매우 흥미로운 연출적 시도입니다.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한 전작과 달리, 뮤지컬 장면은 아서 플렉의 내면적 갈등을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관객이 그의 세계에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도록 '소격효과'를 유발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는 브레히트의 소격이론을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관객이 작품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동일시하지 않고, 영화의 메시지를 보다 객관적으로 분석하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합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1편에서 논란이 되었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이며, 관객이 조커와의 감정적 동일시를 피하게 함으로써 그를 보다 냉철하게 바라보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연출적 선택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전히 악인의 미화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많은 평론가와 대중은 조커가 사회적 희생양으로 그려지는 과정에서 그의 범죄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수정주의적 히어로물의 대표적인 딜레마 중 하나로, 영화가 대중에게 제시하는 윤리적 갈등의 지점입니다. 

특히 조커는 전형적인 악인 서사와 달리, 대중의 기대와 요구에 의해 계속해서 변형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은 필연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윤리적 논란 자체가 영화가 의도한 바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대중의 반응과 현실의 문제를 서로 교차시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 속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조커의 범죄가 과연 그의 사회적 위치와 억압된 감정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혹은 그가 본질적으로 악인이기 때문에 저지르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관객이 영화와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사유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합니다.



<조커: 폴리 아 되>는 현대 히어로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것은 단순히 악인을 미화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대중의 반응을 탐구하는 복합적인 영화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며 조커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를 동정하지만, 동시에 그의 행동에 동의할 수 없는 윤리적 갈등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는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며, 시간이 지나도 재평가될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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