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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듐레어 Aug 14. 2023

레몬과 홍차의 황금비율은 씨티팝

루피시아 5244. 나츠코이

루피시아의 대표적인 여름여름 블랜딩 나츠코이. 여름 하, 그리워할 연으로 한자 그대로라면 하연. 이름부터가 청춘물 여주인공 느낌인데 해석하면 여름사랑으로 여름의 연인, 연정 뭐 이런 느낌이다. 오히려 Summer love 하면 더 직관적이다. 계절 한정이라 쉽게 기회가 닿지 않아 마지막으로 맛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보부상님께 연락받았을 때가 마침 시즌이라서 이때다 싶어 부탁드린 1.5순위의 차 되시겠다. 1순위는 올해 첫차 수량한정 부탁드렸으나 이미 품절. 아무튼 이름부터 여르무아이스티인 나츠코이 스타트.

기본적인 정보는 사진을 참고하시라. 레몬 짜서 넣은 것 마냥 과즙이 넘치는 향의 홍차 블랜드로 여름한정이라는 뜻이고 아이스티로도 괜찮다고 추천하는 내용. 2.5~3g을 뜨거운 물에 2.5분~3분이라고 한다. 무시하고 평소대로 400ml 좀 넘는 티팟에 도저 한 스푼으로 3g 좀 넘게 넣고 펄펄 끓기 시작하는 물 붓고 2분 우렸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333에 가깝고 서버 따로 없어서 첫 잔 2분)

가아아아아아아향! 레몬사탕향이 화아아악

뜯자마자 풍선껌향 확 올라오는 가아아아향차의 존재감. 탕비실에 있는 티백이나 대충 마신 지가 십수 년이라 이젠 잎을 봐도 베이스가 뭔지 모르겠어요. 처음 마셨을 땐 분명 분간하던 시기일 텐데 시음기를 적지 않은 것 같다. 한탄. 아쌈과 실론이 적당히 들어있는 거 같습니다. 모르겠어요, 내 혀는 그렇다는데. 아무튼 오랜만에 잎차 제대로 마시는 거 같아서 정석대로 찍어보았습니다. 이런 게 다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믿고 마시는 루피시아. 적다 보니 또 레피시에라고 적고 있어서 옛날 사람은 한숨 쉬며 수정한다.

집에서는 얼음이 떨어진날 핫으로 마셨고 아이스는 회사에서 마셔서 사진이 없다.

수색은 선입견이 생겨서 그런지 레몬 넣고 흔들면 나오는 약간 밝으면서 노란색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우바나 딤불라에 레몬슬라이스 넣어 먹은 적이 많은데 평소 좀 어둡다 싶게 진한 수색에서 레몬을 넣으면 색이 저렇게 밝아진다. 아이스로 마시게 되면 윗쪽 얼음 많이 떠있는 층의 수색은 정말 아름다운 황금빛이다.

레몬향이 엄청 진하기 때문에 달달하다고 느껴질 정도. Brisk, crisp 이런 단어가 딱 튀어나오는 맛과 향이다. 핫티보단 아이스, 냉침보단 급랭이 낫다. 급랭시에 홍차와 레몬이 톡톡 튀면서 살아있는데 수렴성과는 별개로 까실까실하게 화사한 맛이 있다. 냉침 시에는 너무 부드러워서 밋밋해져 버린다. 솔직히 좀 맹탕. 실제로 회사에선 다시백에 한 스푼 (4.5g) 넣고 450ml 머그컵에서 150ml 정수기 뜨거운 물에 2분쯤 우려서 알갱이 작은 얼음 가득 채워 급랭으로 마셨다. 이렇게 대충 만드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나온다고? 하면서 정말 즐겁게 마신 차. 올여름 아이스티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1위다. 손이 먼저 나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교훈과 함께 시음기 끗. 은 아니고, 왜 그런 날 있잖아요. 하루종일 음악 들으면서 아이스티만 마시고 싶은 날.

80년대 일본음악을 시작으로 흔히 말하는 씨티팝 계열의 음악을 어렸을 때 많이 듣고 자라서인지 나츠코이 아이스를 마시면 씨티팝 한 자락이 떠오른다. 언제든 듣기 쉽고 세련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고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어려운 점까지 나츠코이는 너무도 씨티팝을 닮았다. 타케우치 마리야, 마츠다 세이코 등등 청량한 그녀들의 음색이 떠오르는 여름의 맛.

레몬필 들어있는거 보여준다는게 깜빡해서.

나츠코이 아이스. 여름이었다.


참고로 이 시음기는 쑥떡을 먹으며 작성되었습니다.




추천곡 - 푸른 산호초 (마츠다 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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