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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딸기 가향은 몽환적인 맛이 난다.

Fortnum & Mason - Black tea with strawbe

by 미듐레어

집과 탕비실을 넘나들면서 차를 마시다 보면 소량으로 여러 차를 가지고 있는 것이 편할 때가 있다. 반대로 대용량의 차 한종만 있는 경우는 마음이 참 어렵다. 지난번 포트넘 주빌리를 구입하면서 125g 두 개를 구입하고 싶었으나 그럼 가향만 두 개 사야 해서 난처했다. 그렇다고 주빌리 하나만으론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결국 같이 집어 들고 온 스트로베리. 이거 없었으면 8월이 많이 답답할 뻔했으니 결과적으론 잘 한 선택이었다. 두고두고 데일리 티로 마실 예정. 근데 이렇게 차를 퍼마시면 모든 티가 데일리라서.

처음보는 예쁜 디자인에 한편으론 홀리면서 또 한편으론 이건 뭘까

틴 케이스는 이번에 처음 본 디자인인데 바뀐 지가 좀 된 것 같다. 큼직하게 Black tea with…이라고 적혀있는데 옛날엔 이런 문구가 달려있진 않았어서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 이게 내가 생각하는 (먹어본) 그게 맞나, 새로 나온 건가 리뉴얼인가 긴가민가하면서 집어 들었다. 마셔본 것도 너무 오래전이고 그 조차도 기억이 희미해서 리뉴얼인지 뭔지는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 마실 때마다 그 부분이 조금 찝찝하다. 포트넘 고수분이 계시다면 정보 좀.

딸기 과육의 함량이 높아진 기분이다. 옛날엔 작게 찔끔 들었던거 같은데.

건딸기가 들어있다. 검게 물든 건딸기로 아기들 이유식과 함께 주는 딸기침과는 좀 다르다. 이건 뭐랄까 젤리랄까. 흔히 딸기의 색과 모양을 살리려고 동결건조를 하기 마련인데 쪼리다시피 말려서 그런 듯. 굳이 집어먹을 맛은 아니다. 어렸을 땐 과육 있으면 쏙쏙 집어먹곤 했는데 이젠 그런 게 너무 싫은 거 보면 으른이 되었나 보다. (꼰)

딸기 가향이 향긋하다. 생각보다 짙은 바닐라향에 팟을 행굴때까지도 묵직한 크림향이 올라온다.

300ml, 5g, 3분. 황금보다 짙은 갈색의 수색이다. 특이한 게 브루잉이 끝나고 따라낼 때 투명한 붉은빛이 감도는 점인데 딸기주스를 한없이 투명하게 만들면 나올 것 같은 빛이 돈다. 큼직한 과육의 힘. 마셔보면 뜨겁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크림의 맛이다. 서양은 보통 크림이나 설탕을 딸기에 곁들인다. 해외 나가보면 한국 딸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게 될 것. 그래서인지 포트넘도 웨지우드도 묘하게 스트로베리에선 항상 크림향이 난다. 정확히는 바닐라향이랄까. 딸기가향으로 유명한 차 중에 인지도가 좀 있는 (정확히는 2썸으로 인해 접근성이 좋은) TWG의 1837 같은 경우 약간의 캐러멜 단내와 함께 은은한 딸기향이 실제 딸기처럼 나는데 어찌 보면 이쪽이 동양적인 딸기 가향이고 최근 많이 시음기를 적은 루피시아 쪽도 생물딸기에 가깝게 풍선껌스러운 가향을 한다. 영국 쪽 가향은 바닐라향이 섞이는 크리미 한 딸기. 덕분에 포트넘의 딸기는 아이스로도 그저 그렇고 심지어 밀크를 넣어도 허용이 되는 맛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트로베리 티가 딸기쥬스는 아니다. 아니라고. 밀크티로 만든 들 딸기우유맛이 날 수가 없다. 이쪽을 원한다면 생떨기를 다져서 딸기퓨레로 잼을 만든 뒤 밀크티에 넣어보자. 진짜 손 많이 가고 진짜 맛있다.

수렴성이 포트넘치곤 높지 않고 가향도 꽉 들어찬 편이라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도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크리미 한 딸기라니 뭔가 상상이 잘 안 될 수도 있는데 약간은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되도록 티백으로 먼저 접해보고 잎차를 사길 권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딸기와는 다른 감성이고 그 묵직하면서도 어딘가 깊은 달달함이 오히려 몽환적인 포트넘의 스트로베리였다. 끗.


추천곡 - Strawberry Feilds Forever (Bea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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