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5244. 나츠코이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는지 비 오는 모양이 심상치가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며칠은 습도도 꽤나 오르고 30도를 웃도는 날도 여러 차례 있었다. 역시 이런 날엔 아이스티만 마시게 되는데 좀 더 까슬까슬한 느낌을 찾게 되다 보니 급랭을 선호하게 된다. 여름이 오고 급랭의 계절이 오면 뭐다? 당연히 나츠코이. 이미 브런치 초창기에 시음기를 썼던 나츠코이지만 2년이 지났고 갈수록 가향이 더 좋아지는 기분이라 기록해두고 싶었다. 리메이크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이왕에 주문하는 거 한정 일러 캔으로 구입. 한정일러캔은 40g밖에 안 파는데 매년 마시고 있으니 이번에도 맛만 보자는 생각으로 하나만 샀다. 물론 후회 중. 하지만 올여름에 마시기 위해 준비해 둔 그랑마르쉐 차들도 많아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1050엔으로 상미기한은 제조 반년인데 나츠코이 하츠코이 시리즈는 레몬을 강하게 입혀서 그런지 수지 변질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경고가 붙어있고 빨리 마시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절대 쟁이지 마시오의 느낌이 있다. 그래서 매년 더 기다려지나.
계절 한정차가 발매되면 매년 저렇게 일러캔을 새로 내는데 토파즈 아니고 일반적인 은색캔으로 나왔다. 나츠코이를 알파벳으로 적을 때는 항상 저렇게 마지막 아이 위에 우믈라우트를 찍어주던데 이유를 잘 모르겠다. 캔 안에는 평범하게 설명라벨이 카드로 앞뒤 일본어, 영어로 적혀있다.
레몬오 싯콧따 요우나 가쥬우칸 아후레루 카오리오 코우차니 부렌도 시타 나츠 겐테이차. 아이스티-데모.
레몬을 짜낸 듯한 과즙감 넘치는 향기를 홍차에 블렌딩 한 여름 한정차. 아이스티에도.
설명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레시피도 평범. 지난번 나츠코이의 시음기를 적을 땐 변해버린 내 혀에 적응을 못해서 저렇게 안 마신 거 같은데 혀가 늙어서인지 이제는 저 비율이 제게 맞습니다.
봉투를 열어보면 레모나 향이 상큼하게 코를 치고 지나간다. 시음기를 적었던 해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작년도 올해도 레모나 향이 정말 진하다. 이미 인공의 향이지만 너무 친숙해서 인공적이라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상큼한 레모나향. 건엽을 덜어내면 역시 비슷한 건엽이 나오는데 올해 들어 이거 인도 베트남이라고 되어있는 것 중 인도는 닐기리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레몬필도 듬성듬성 들어있다. 참을 수 없어 얼른 아이스티.
확신의 급랭이기 때문에 12g의 찻잎을 100℃의 물 300ml에서 2.5분 우리고 얼음이 가득한 서버에 따라낸 후 다시 얼음컵에 담아주었다. 바삭하다, 까실까실하다는 표현을 나는 주로 쓰는데 급랭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까칠함이 첨가되어야 나츠코이의 매력이 잘 사는 기분이다. 정말 레몬을 쫙 짜서 넣어준 듯 레몬의 향이 가득하다. 거기에 까슬까슬한 홍차의 맛과 향까지. 참고로 루피시아에서는 150ml의 끓는 물에 10g의 차를 3분간 우리고 200ml의 찬물과 100g의 얼음, 거기에 마지막으로 150ml의 탄산수를 넣어서 소다로 마시는 어레인지도 추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략 500~600ml인데 내가 만드는 레시피의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좀 더 적은 양의 물로 우리고 얼음이 아닌 얼음물에 급랭하는 방식을 추천하는군. 물대신 탄산수나 탄산음료를 넣어주는 건데 워낙 레몬향이 진하므로 플레인 탄산수로도 충분하지 싶다.
이미 시음기가 있는데 한번 더 추가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좋아해서. 이미 마셔야 할 차가 한가득인데 꾸역꾸역 또 사서 마시는 걸 보면 정말 좋아하긴 하나보다. 원래부터 레몬을 좋아했으니까. 쓰려고 보니 딱히 더 쓸 말도 없고 옛날에 썼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레몬향이 그때보다 조금 더 진해진 듯 느껴져요, 정도. 매년 여름마다 또 사 먹게 될 것이 분명한 나츠코이,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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