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8577. 레몬 스쿼시
여름철의 대표 음료인 레모네이드는 보통 아이스로 차갑고 상큼 달달하게 마시는데 한국은 사이다 등을 베이스로 해서 만드는 경우도 많고 어쨌든 탄산을 넣어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걸 좀 더 세부적으로 따져서 탄산이 들어가지 않은 물에 희석한 걸 전통적인 레모네이드라고 하기도 하고 탄산이 들어가면 레몬스쿼시라고도 하는데 레몬 스쿼시의 경우엔 뭐랄까 좀 더 논알코올 칵테일의 인상이 있어서 탄산이 들어간 논알코올 KGB 레몬 같은 이미지랄까 그렇다. 아무튼 한국에선 좀처럼 레몬스쿼시라는 음료를 찾기가 어렵지만 일본에선 편의점에 레몬 스쿼시라고 이름이 붙은 음료들이 있기도 하니까 레모네이드와 차별을 둔 좀 더 진하고 쌉싸름한 레몬을 통으로 갈아 넣은듯한 느낌을 표현하고자 레몬 스쿼시라는 이름을 사용해서 그랑 마르쉐 한정 상품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2월 온라인 그랑 마르쉐에선 팔지 않았었고 7월 온라인 그랑 마르쉐에서는 950엔에 판매했었다. 나는 오사카 회장에서 구매했는데 동일하게 50g 봉입으로만 판매했고 가격은 900엔. 상미기간은 제조 1년으로 레몬가향치곤 꽤 길었던 편. 시음 때 느낌이 괜찮았고 과일우롱 냉침이야 이젠 그냥 믿고 구매해도 되는 지경이라 별 고민도 없이 두 봉지 구입.
역시나 겉으로는 평범한 가향우롱으로 보이지만 그랑 마르쉐 한정으로 제법 치열하기까지 한 루피시아의 과일우롱 리스트에서 살짝 숨어있는 메뉴다.
호노카니 아마쿠 사와야카나 레몬스캇슈오 이미지시타 우롱챠. 스킷토시타 아지와이와 아이스티니모.
은은하게 달콤하고 상쾌한 레몬 스쿼시를 이미지 한 우롱차. 깔끔한 맛은 아이스티에도.
말이 필요 없는 레몬가향 우롱으로 하츠코이 나츠코이가 녹차 홍차로 갖춰져 있는데 우롱차는 어디 있을까 싶은 의문을 해소해 준다. 그러고 보면 의외로 레몬티가 한정으로만 나온단 말이지. 재미있는 점은 뒷면의 원산지 정보에 있는데 오랜만에 대만우롱이 아닌 중국우롱을 쓴다. 이렇게 되면 엽저가 너무 궁금하다. 개봉.
봉투를 열어보면 의외로 하츠코이나 나츠코이 같은 진한 레몬향이 아닌 소다향과 좀 섞인듯한 묘한 쇠향이 나는데 그러고 보니 좀 더 음료수인 레몬 스쿼시에 가까운 향이 되려면 이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쎄한 이 향이 나중에 마실 때 더 재미있게 올라오는데 그 부분은 뒤에서. 급하게 건엽을 덜어내니 의외로 대만우롱처럼 단단히 포유 된 우롱차와 노랗고 하얀 금평당이 함께 나온다. 금평당이 의미하는 건 레몬의 노란색과 레몬스쿼시의 하얀색이겠지. 귀엽다. 우롱차는 아마도 민남우롱으로 철관음이 아닐까 싶다. 보이기에도 그렇게 보이지만 일반적인 루피시아의 과일우롱이 청향이었던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청향 철관음 외엔 떠오르지가 않는다. 농향이나 암운이 느껴지는 차에 레몬 스쿼시? 아무래도 이미지가 잘 매칭이 되질 않는다.
따뜻한 레몬 스쿼시를 떠올리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보니 쭉 아이스티로만 마셨다. 아이스티 추천 마크가 붙어있기도 하지만 인지적으로도 핫티를 시도할 생각이 전혀 안 들었던 레몬 스쿼시. 5g의 찻잎을 500ml의 물에 넣어 냉장고에서 반나절이상 우려냈다. 잔에 따라내고 나니 역시나 하츠코이 나츠코이와는 다르게 레몬향이 탁 튀는 느낌은 없고 레몬즙을 물에 섞은 은은한 향으로 느껴진다. 오히려 민트향이 조금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한 모금 마셔보면 약간의 쌉쌀함도 느껴지는 듯하고 그런 점이 탄산의 끝맛과도 유사해서 어떤 걸 표현하고자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무래도 머릿속에선 상쾌한 레모네이드를 거품 보글보글하게 캬- 하고 마시고 싶은 마음이라 어딘가 좀 반발심도 들긴 하지만 설탕 없이 약한 탄산수에 레몬즙만 탁 넣어서 마시는 느낌으로는 이게 맞지 싶다. 건엽의 향에서 느껴진 약간의 쇠 같은 금속성의 향이 레몬제스트를 우려낸 듯 우롱차의 풋풋한 향을 머금은듯한 뉘앙스로 변해 채즙처럼 느껴지는 게 뜬금없는 웃음포인트. 그렇게 냉침으로 대부분의 양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언제나 그렇지만 급랭에서는 차맛이 조금 더 힘을 얻고 냉침에선 그렇지 못한 게 이번에도 유지되었다. 급랭에서도 차맛이 가향을 이겨내거나 하는 건 아니고 가향을 뚫고 차맛이 조금 더 느껴지는 정도. 청향우롱이구나 싶은 정도의 차맛이기 때문에 급랭을 마시는 재미가 특별하진 않아서 쉽게 쉽게 냉침으로 퇴근길에 쟁여놓고 다음날 즐겨마신 듯하다.
실제 레몬을 갈아서 넣은듯한 의외의 실물감은 좋긴 했으나 아무래도 여름 과일우롱의 포인트는 청량함이 우선인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선 오히려 좀 아쉽게 되었다. 아무래도 호불호가 좀 있을 것 같은 맛.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침으로 차갑게 마시면 시원시원하게 쭉쭉 들어가는 맛이 상당하기 때문에 클래스가 어디 가진 않는다는 걸 느낄 순 있다. 아쉽다면 아쉬운 게 탄산냉침을 좀 해봤어야 하는데 한참 모든 게 다 힘들시기에 그냥 냉침으로 소진을 완료해 버렸다. 진짜 칵테일 느낌 나고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뭐 가끔은 설렁설렁 넘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하츠코이 나츠코이를 보낸 아쉬움을 달래주었던 레몬 스쿼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