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볍게 상쾌한 은은 달달 머스캣 아이스티

루피시아 9224. 콘스탄시아

by 미듐레어 Aug 25. 2025

차라는 것이 보통은 학명으로 카멜리아 시넨시스라는 차나무로부터 채엽한 찻잎을 우려내는 것으로 좁게 정의한다면 넓게는 루이보스나 각종 허브차를 비롯하여 꽃차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곡류나 뿌리류까지 뻗어나가는 수많은 우려낸 물을 포함하는 용어라 딱 잘라서 정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좁은 의미의 차만을 차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그래서 그 외의 모든 걸 대용차라고 부르는데 왜 이렇게 좁게 보느냐고 싸울 일은 아니고 차/대용차의 구분이 그렇다는 것만 알면 되겠다. 카멜리아 타리엔시스는 어쩔 거냐고 득달같이 달려들 사람도 있겠는데 차/대용차 구분에선 시넨시스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겠다는 정도로만 언급할 테니 알아서들 생각하는 걸로. 이렇게 장황하게 대용차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루피시아에서도 논카페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꽤나 많은 블랜딩을 내놓고 있고 최근 맛있다고 이야기 나오는 한정판들 중에서도 루이보스 베이스가 꽤 많이 보이기 때문에 한 번쯤 이야기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주 가을차가 업데이트되면서 허브인퓨전 라인도 상당 부분 업데이트가 되었고 티백 패키지들도 다양하게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리고 그랑마르쉐에서 느꼈던 웰니스를 겨냥한 허벌인퓨전 라인의 밀어주는 분위기들로 보아 앞으로 더 많은 차들이 이쪽에서 나오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루이보스 이야기를 하는 김에 그랑마르쉐 한정이었다가 위에서 언급한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했는지 여름부터 레귤러에 편입한 콘스탄시아 시음기를 다뤄보자. 콘스탄시아는 진즉부터 추천을 받아와서 꼭 사야지 하고 있었던 상품인데 2월에 있었던 온라인 그랑마르쉐에 떴길래 냅다 두 봉지를 주문했었다. 여름 냉침으로 추천을 엄청나게 받았어서 날 더워지면 마셔야지 하고 있다가 네 살 조카가 레몬 루이보스를 너무 맛있게 마시더란 이야기를 듣고 오사카 회장에서 시음뒤에 바로 티백으로 두 봉 더 구입. 그런데 조카의 반응이 사뭇 충격적이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시음 부분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그랑 마르쉐 회장에서도 아이스로 시음을 진행하고 있었고 지금 보니 상품페이지에서도 아이스 추천 마크가 붙어있다. 이상하게 여름에 아이스티로 마시는 차들은 다 마시고 뒤늦게 시음기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도 늦더위가 길어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무려 2월에 구매한 50g 봉입은 900엔으로 상미기한은 2년. 그리고 오사카 회장에서 구입한 티백은 5g 10개들이 980엔이었다. 여름의 온라인 그랑마르쉐가 진행된 7월 말에 레귤러로 편입이 되었는데 조금씩 가격이 올랐으니 참고.

루이보스라 길게 우리시오

레귤러 편입 이후에 라벨지의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것은 2월 온라인 그랑마르쉐에서 팔던 버전의 봉투 라벨. 지금의 상세페이지에 동일한 소개문구가 뜨는 걸로 봐서는 딱히 바뀌진 않았을 것 같다.

키힌아루 시로와잉오 이미지시, 그린루이보스니 마스캇토노 카오리토 레몬마토루오 쿠와에마시타.
기품 있는 화이트 와인을 이미지 하여, 그린 루이보스에 머스캣의 향과 레몬 머틀을 더했습니다.

루이보스 자체가 남아프리카에서 예로부터 대용차로 마시던걸 상품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식민지 시절 남아공의 콘스탄시아에서 와인 생산을 시작한 데에서 이름을 따온 듯하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콘스탄시아가 위도로 따지면 대략 제주도 느낌이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뜨거운 아프리카는 아닌 데다가 해류나 기단의 영향으로 오히려 지중해성 기후의 날씨인 케이프타운을 생각해 보면 와이너리가 충분히 있을법한 지역. 특히나 달달한 디저트 와인이 유명한 콘스탄시아를 루이보스 베이스의 차에 매칭한 건 꽤나 훌륭하다. 케이프타운에 루피시아 지점이 있었다면 지역한정으로 발매되었을 블랜딩이지 싶다.

포도알 발굴

봉투를 열어보면 이미 익숙하게 잘 알고 있을 루피시아의 머스켓향이 훅하고 나는데 의외로 휘발성향이 덜 난다는 느낌이 들고 약간은 상쾌한 느낌마저 든다. 아마도 그린루이보스와 레몬머틀의 작용이겠지 싶다. 그린루이보스 특유의 신선한 향이 있는데 루피시아가 그린 루이보스를 좀 좋아하는 듯. 루피시아 머스캣이 보통은 가벼운 듯 흐릿하지 않은 기조를 가지고 있는데 콘스탄시아의 경우엔 와인을 이미지 한 것 치고는 약간 달달머스캣에 가깝지 않나 싶은 향이다. 레몬머틀도 그린루이보스도 건엽향만으론 가향을 이기는 종류는 아니니 전반적으로 머스캣. 냉침용이겠거니 싶은 향이 난다. 건엽을 덜어내어 보니 덩어리 진 루이보스가 툭하고 나오길래 이게 뭐지 싶었는데 무려 청포도 과육이 들어있다. 청포도 과육에 건엽들이 잔뜩 달라붙어서 마치 잎이 흑설탕 덩어리 진 것처럼 뭉쳐있었던 것. 티백은 잘라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과육이 잘라져 들어갔든 빠졌든 했을 것 같다. 과육만으로도 꽤 많은 무게와 부피가 나가니까 5g 이하 적은 양을 우릴 땐 과육은 아껴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티백도 5g 단위로 나오는구먼.

논카페인은 뭔가 저녁에 마셔야 본전뽑는 기분

확신의 냉침차인 콘스탄시아. 5g의 찻잎을 500ml 물에 넣어주고 냉장고에서 반나절쯤 우려내었다. 퐁퐁퐁 올라오는 머스캣향. 차가운 아이스티에서 상쾌한 머스캣향이 느껴진다. 그린루이보스 특유의 상쾌함이 입안을 깨끗하게 해주는 느낌이 지배적이고 향 자체는 머스캣향이 다른 모든 향을 압도한다. 거기에 레몬머틀이 반짝반짝 느껴지면서 상큼하다는 느낌보단 시원하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냉침이라 그런지 그린루이보스라 그런지 루이보스의 맛도 특유의 진한 인상의 맛이 아니라 꽤나 연한 느낌을 준다. 건엽에서도 느꼈지만 머스캣의 향이 꽤 달달한 쪽이어서 맛에서 달달함이 느껴지는 듯 착각이 들 정도.

급랭에서는 루이보스와 레몬머틀이 살짝 더 끌어올려지지만 산미가 달달함을 더 치켜올리는지 조카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 젤리맛이 나네?" 하는 느낌이 되어버린다. 아이들이 좋아하겠다 싶어서 사 왔는데 조카는 그 뒤로 다시는 입을 대지 않았다는 슬픈 소식. 그 친구에게 루이보스는 오직 레몬 루이보스만 인정을 받았다.

많은 포도알

회사에서 500ml 두 개씩을 퇴근길에 냉침해 두었다가 다음날 마시는 걸 반복했더니 꽤나 빠르게 소진이 되었다. 시음기를 쓰고 있는 지금은 이미 차를 소진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시점인 듯하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계절한정도 아니고 그냥 상시 레귤러로 업데이트가 된 콘스탄시아가 그래서 너무 반갑다. 논카페인으로 저녁에 마셔도 별 부담이 없으니 아침마다 출근 전에 집에서 냉장고에 넣고 가도 퇴근 후에 즐기기 좋을만한 차. 부담 없이 냉침으로 즐기기 좋은 깔끔한 차를 찾는다면 추천할만하다. 가볍게 상쾌한 은은 달달 머스캣 콘스탄시아, 끗.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화적으로 내 유년시절이라고 느껴지는 남의 추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