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향이 넘실거리는 옛 어르신들의 밀크티

루피시아 5677. 카눌레

by 미듐레어

몽블랑과 마찬가지로 그랑마르쉐 한정으로 판매되는 카눌레.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전통 과자인 카눌레를 이미지로 한 가향 홍차다. 역시나 밀크티 시리즈로 추워지면 뜨끈한 밀크티로 마셔야지 하고 쟁여두었다가 어라? 다 마셨네? 하고 미처 시음기를 작성하지 못했던 차. 의외로 사진은 착실히 남겨뒀길래 뒤늦게라도 시음기를 작성해 본다. 가격은 몽블랑과 동일하게 50g 봉입에 680엔으로 상미기한은 제조로부터 2년. 넉넉하게 산다고 두 봉지를 샀는데 거의 1년을 가지고 있다가 겨울 동안 다 마셨다.

카누레

딱히 특별할 것 없는 패키지.

호노카니 라무가 카오루 후-미 유타카나 카누레오 이메-지。미루쿠토 사토-데 데자-토티-니모 오스스메나 코-차데스。
은은하게 럼 향이 나는 풍미가 풍부한 카눌레를 이미지. 밀크와 설탕을 넣어 디저트 티로도 추천할 만한 홍차입니다.

근데 원래 카눌레가 럼 향이 그렇게 풍부했었나. 한국 미국 일본 등등에서 카눌레 먹어봤지만 럼 향이 짙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거지.

같은 핑크페퍼인데 사쿠란보 핑크페퍼랑 너무 다른 느낌

봉투를 열면 찌르는 듯한 향이 나긴 하는데 어랏 이건 늘 맡아온 그 느낌이 아닌데. 가향 알코올류의 휘발향이라기보다 럼 같은 브랜디 향이 강하게 치솟는다. 그리고 눌러붙은 설탕 같은 달달한 향. 캐러멜 향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밀크캐러멜의 그 향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이 정도의 향도 물론 캐러멜라이즈 향이긴 한데 어쩐지 캐러멜 향이라곤 못하겠다. 당연히 CTC 위주의 건엽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브로큰 홍차가 꽤 들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림 시간도 일반 홍차였지. 핑크페퍼마저 오븐에서 잔뜩 구워진 듯 낙엽색에 가까워져 있다. 루피시아 토핑의 재미는 바로 이런 디테일.

럼향 안나는 바삭 카눌레와 함께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약간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이 맛도 저 맛도 아니라는 감상이다. 과감하게 생략하고 밀크티만 이야기해 보자. 우선은 10g의 찻잎을 300ml 100도의 물에서 2.5분 우려낸다. 그 뒤에 우유를 조금 부어주고 취향에 따라 설탕을 조금. 과자의 향보다 럼의 향이 훨씬 지배적이어서 그냥 럼 조금 섞은 밀크티 같은 느낌도 든다. 그쪽이 취향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사실 럼이나 브랜디 향이 짙은 홍차라면 꽤 옛날 감성인데 그 시절 어른스러운 밀크티 맛이 떠오르는 카눌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호불호가 좀 있겠다 싶다. 좀 더 자세히 마셔보니 쫀득한 빵에 가까운 카눌레가 아니고 바삭한 크럼블 쪽에 가까운 카눌레가 연상되는 맛과 향. 그런데 이제 럼에 절여져 있는. 우유를 부어 먹는 편이 훨씬 좋았던 게 로얄 밀크티로는 아무래도 럼의 향이 많이 날아가 버려서 어딘가 심심한 밀크티가 되어버린다. 우유를 살짝 넣고 설탕도 조금 넣어서 무거워진 느낌으로 묵직하게 마시는 걸 추천한다.

절묘한 비율

어쩌다 보니 꿈빛 파티시엘 시리즈가 되어서 몽블랑과 카눌레를 연달아 마시게 되었다. 실제로는 12월에 둘 다 뜯어서 번갈아 가면서 밀크티로 팍팍 마셔버리고 달랑 메모만 남겨놨었는데 뒤늦은 시음기를 이제야 적어본다. 어찌 보면 주제도 비슷하지만 점수도 좀 비슷하게 되어버린 몽블랑과 카눌레다. 그래도 카눌레는 특유의 럼 향이 옛날에는 꽤나 인기 있는 스타일이었고 지금도 충분히 마니아층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마침 시음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딱 1년 만에 돌아온 겨울의 온라인 그랑마르쉐가 시작되었다. 기억하기론 작년과 동일한 구성이니 카눌레와 몽블랑을 구입한 지 딱 1년이 되는 셈이군. 럼 향이 넘실거리는 밀크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 기념일인 듯하게 올려보는 럼 향 가득 카눌레,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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