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시아 8583. 톤데류 ~Flying Dragon~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루피시아에서 간지차를 발매했다. 열두 간지 그 간지 맞다. 똘기 떵이 호치 새초미 그 열두 간지. 다들 눈치챘겠지만 올해만 내는 건 아니고 매년 발매해 왔던 신년 한정 시리즈이다. 녹/홍 하나씩 세트로 발매되었는데 앞에서 소개한 신년 한정들과 함께 보부상님이 산타클로스 마냥 집 앞에 배달해 주고 가셨다. 오늘은 그중에서 녹차 라인으로 발매된 톤데류, 흔히 날아용으로 부르는 대만 우롱차 베이스의 가향차를 마셔본다. 톤데류, 날으는 용이란 이름의 차인데 이걸 또 날아용이라고 이름을 붙이다니 다들 너무 재밌어. 50g 한정 일러 무려 토파즈 금색 캔입이고 1350엔이다. 봉입은 없고 티백 버전이 있다. 상미기한은 1년.
우롱차 베이스인 만큼 녹색과 노란 금색의 조화가 일러스트의 기본적인 톤이다. 송죽매가 순서대로 쌓여있는 것도 보인다.
타이완 우롱차 니 베르가모또 또 라후랑스 노 카오리 오 츠케마시타. 텐 타카크 노보루 류 노 요니 히약쿠 수루 이치넨 오 네가테.
대만 우롱차에 베르가못과 라프랑스의 향을 더했습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용처럼 도약하는 일 년을 기원합니다.
대만 우롱차 베이스의 베르가못과 서양배 가향차. 서양배, 라프랑스라고 하면 좀 생소하겠으나 검색해 보면 의외로 모양은 어디선가 봤던 기억이 날 것이다. 식감은 물컹한 복숭아 쪽인데 달달하고 향은 배와 비슷한 과일. 아무튼 그 라프랑스를 가향했다고 한다. 베르가못에 라프랑스를 섞으면 어떻게 될지. 관전포인트다.
봉지를 개봉하면 휘발성과는 조금 다른 아주 가벼운 톤의 베르가못 향이 난다. 약간의 마른 풀내가 우롱차의 발효도가 높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건엽을 덜어내니 사플라워와 콘플라워가 빨강파랑 깃털이 되어 똬리를 튼 용과 같은 우롱차와 함께 눈을 즐겁게 한다. 건엽의 향과 모양이 근래 접한 루피시아중 아주 높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사실 개봉 전 기대했던 우롱차에 비해 꽤나 충실한 찻잎을 쓴 것 같아 그 반전이 유독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5g, 150ml, 85도 물에 1분으로 다관에 우려 본다. 차분하게 맑고 노란 수색이 새해를 시작하는 기분으로 정갈하게 빛난다. 향을 맡아보니 베르가못의 향이 가볍고 산뜻하게 날아오른다. 복숭아나 멜론 따위의 과일처럼 약간의 새콤 달달한 향도 있다. 한 모금 마시면 플라워리한 베르가못이 톡 쏘듯 진한데 베르가못에 취약한 사람들에겐 허들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베르가못 탕이냐 하면 절대 그렇지가 않다. 엄청난 휘발성으로 굉장히 하이 피치인 베르가못이 휙 하고 비강에 들어왔다가 날아가 버린다. 빠르게 훑고 날아가는듯한 이 베르가못과 라프랑스 향의 조화가 정말 용이 날아가는 듯하다. 뒤에 남겨진 메인은 아주 옅은 열대과일 향이 은은하고 달달한 데다 베이스인 우롱차의 맛이 잘 살아있다. 용이 날아간 뒤의 남아있는 차가 루피시아의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인 모모우롱과 너무 흡사한 느낌이라 베르가못에 거부감이 없고 모모우롱을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 맛. 황도우롱 정도 되는 느낌이다. 추천을 하긴 하는데 한정판이라 벌써 판매가 종료된 모양.
회사에서는 주로 80짜리 개완에 4g 정도의 찻잎을 넣고 우리는데 딱 적당하게 잎이 불어난다. 내포성도 나쁘지 않아서 4g으로 600ml 까진 마시는 것 같다. 뒤로 가면 가향이 빠져나가고 담백한 우롱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워서 최근의 인기가 납득이 된다. 이 정도면 상시품으로 넘어와도 좋을 것 같다. 설이 다가오고 용의 해를 기념하는 오룡차를 마시자니 절로 기분이 차분해진다. 약간은 세련된 서양풍이면서도 동양적인 고전미가 있는 톤데류였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