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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소리 Nov 20. 2020

달님이 숨었어요

제1화

  옛날 옛날 캄캄한 밤하늘에 달님과 별님이 사이좋게 살았어요. 캄캄한 밤이 될 때면 반짝이는 달님이 나타나 세상을 환하게 비춰주었지요. 환하게 빛나는 달님이 나타나면 아기별들은 그 주변에 둘러싸여 수다를 떨기도 하고, 구름 사이로 숨기도 했지요. 밤사이 달님은 숨바꼭질의 술래가 되어 구름 속에 숨은 아기별들을 찾으며 놀았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캄캄한 하늘에 아무리 기다려도 달님이 나타나지 않았어요.


"오늘은 달님이 늦으시나 봐."

"달님이 늦잠을 자나?"


그렇게 아침이 올 때까지 별님들은 달님을 기다렸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달님은 별님들 곁으로 오지 않았어요. 그날 밤은 사라진 달님 때문에 어두컴컴한 밤을 보내야 했지요. 아기별들은 캄캄한 밤이 못 견디게 싫었어요. 아기별들은 엄마 별님은 보채기 시작했어요. 다음날도 그다음 날에도 달님이 나타나지 않았거든요.


"엄마, 엄마! 왜 달님이 나타나지 않아요?"

"엄마! 달님은 어디로 간 거예요?"


아기별들은 캄캄한 밤이 싫어서 달님을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캄캄한 밤하늘 사이를 비집고 달님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캄캄한 하늘에 달님만 있다면, 환하게 보였을 텐데.'


  달님이 나타나지 않은 스무 날째, 아기별들은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시작했어요.


"도대체 달님이 어디로 간 걸까?"

"나도 모르겠어. 우리처럼 숨바꼭질을 너무 오래 하고 있는 거 아닐까?"

"우리가 얼른 찾아야 할 텐데! 달님이 없는 숨바꼭질은 너무 재미없어!"

"혹시 우리랑 노는 게 싫어진 걸까?"


아기별들의 회의는 슬퍼지기 시작했어요. 몇몇 아기별들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지요.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아버지 별은 슬그머니 다가갔어요.


"얘들아, 달님이 어디 있는지 궁금하니?"

"네! 그럼요!"


아기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합창했지요.


"그럼요, 얼마나 달님을 찾았는지 몰라요!"

"할아버지는 달님이 어디 있는지 알아요?"

"어디 있어요? 달님이 어디 숨은 거예요?"

"달님이 멀리멀리 여행이라도 갔나요?"

"달님이 우리랑 노는 게 싫증이 난 건 아니죠?"


그동안 아기별들은 마음속에 숨겨둔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별은 아기별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지요. 할아버지 별은 아기별들을 다독이며 다급하게 말했어요. 할아버지 별은 아기별들이 슬퍼지는 게 싫었거든요.  


"자, 잘 들어보렴. 달님이 아기별들과 놀기 싫어진 것은 아니란다."


아기별들은 폭 한숨을 내쉬었어요. 하지만 더 큰 궁금증이 생겨났답니다.


"그런데 왜요? 왜 달님이 없어진 거예요?"

"아무리 찾아도 달님이 보이지 않아요!"

"엄마에게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어떡하면 좋죠?"


그제야 할아버지 별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이야기했답니다.


"아주 오랜 옛날에도 이렇게 달님이 사라진 적이 있단다. 그때에도 나와 친구들은 달님을 찾으러 다녔지. 아주 오래 전이구나. 다시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어쨌든, 이제 이야기해주마. 캄캄한 밤이 되는 걸 싫어하는 친구들이 있어서란다."


할아버지 별의 이야기는 아기별들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아기별들은 캄캄한 밤은 싫었지만, 밤이 오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대체 누구예요? 우리 중에 그 누구도 밤이 오는 걸 싫어하지 않아요!"

"맞아요! 우린 달님이 없는 밤이 싫은 거예요."

"우린 밤이 오는 것이 너무 좋은걸요!"


아기별들은 서로 다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어요. 자신들 때문에 달님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었어요. 할아버지 별은 다시 아기별들을 다독이기 시작했어요.


"아니 아니, 우리 별들이 아니란다. 저 하늘 아래에 살고 있는 친구들 이야기란다. 땅 위에 살고 있는 아이들 중에 캄캄한 밤이 되는 것을 싫어하고, 밤이 되어도 더 환하게 불을 켜는 아이들이 있거든. 그 아이들은 밤이 되는 게 싫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단다. 캄캄한 밤에 잠자는 것을 싫어하고 더 환하게 불을 켜서 놀고 싶어 하지. 그 아이들이 달님을 숨게 했지."


아기별들은 또 한 번 깜짝 놀랐어요. 달님이 자신들이 아닌 다른 친구들을 때문에 숨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요. 아기별들은 일제히 하늘 아래 반짝이는 불을 바라보았지요. 먼 하늘 아래에 반짝거리고 있는 커다란 빛들을 발견할 수 있었답니다. 한 번도 하늘 아래를 보지 않았던 아기별들은 그제야 할아버지 별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어요.


"할아버지! 대체 그럼 어떻게 달님을 찾을 수 있죠?"


아기별들은 눈물을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 물었어요. 목소리에 한가득 슬픈 눈물이 떨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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