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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소리 Nov 25. 2020

달님이 숨었어요

제2화

"하루빨리 달님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면 좋겠어요."

"달님과 숨바꼭질을 다시 하고 싶어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아기별들은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 별에게 말했어요. 할아버지 별은 아기별들의 눈물을 닦아주었답니다. 옛날 자신도 달님이 사라져 울었던 그 날이 떠올랐어요. 기억을 더듬으며 아기별들에게 조심스레 말해주었지요.


"자, 모두 진정하려무나.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봐. 나도 너희 같을 때 달님이 숨어버렸다고 했잖니. 그때 달님을 찾게 된 이야기를 해주마."


아기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물을 그쳤어요.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모두 할아버지 별을 보았어요. 굉장히 조용하고 짧은 시간이 흘렀어요.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한 시간이었답니다. 아기별들은 할아버지의 이야기 중 하나라도 놓칠세라 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어요.


"흠흠, 이제 이야기해주마. 저 아래 반짝이는 불빛이 모두 사그라들고 친구들이 잠이 들면 된단다!"


할아버지 별은 굉장한 비밀을 말해주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아기별들의 표정은 달님이 사라졌을 때보다도 더 실망한 표정이었답니다.


"그게 뭐예요! 나는 마법이라도 있는 줄 알았어요!"

"에이, 할아버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어요? 말도 안돼요!"

"할아버지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거짓말쟁이! 할아버지는 거짓말쟁이야!"

"이제 달님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야. 할아버지 미워요!"


할아버지의 해답은 아기별들에게 명쾌하지 않았어요. 웅성이던 아기별들은 곧 소리 지르며 할아버지에게 대들었어요. 달님이 사라진 모든 원망과 화를 할아버지에게 쏟아내기 시작했지요. 할아버지 별은 아기별들을 달래려고 노력했지만, 아기별들의 원망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실망한 아기별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어요. 터덜거리며 돌아가는 아기별들의 뒷모습에는 눈물 자욱이 말갛게 번졌답니다.


  아기별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할아버지 별과 아주 작은 꼬마 별이 남게 되었어요.


"아니, 꼬마야. 너는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 게냐?"

"저, 할아버지. 저 하늘 아래 친구들이 모두 잠들면 되는 거예요?"

"그럼 그렇고 말고. 캄캄한 밤에 하늘 아래 친구들이 모두 잠들기만 한다면, 달님은 다시 돌아와 캄캄한 하늘을 환하게 비춰줄 게야. 그 친구들이 더 이상 밤을 미워하지 않고, 밤이 오는 것을 싫어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군요."


꼬마 별은 할아버지 별의 대답에 무언가 확신하는 듯했어요. 작고 작은 꼬마별은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반짝이기 시작했답니다.


"할아버지, 감사해요! 저는 할 일이 많이 생겨서요, 먼저 갈게요! 정말 감사해요 할아버지!"

꼬마 별은 말이 끝나자마 힘차게 하늘 위로 날아올랐답니다.


  꼬마 별은 집으로 돌아가 커다란 하늘 도화지를 펼쳤어요. 커다란 하늘 도화지 위에 하늘 아래 반짝이는 빛을 따라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하늘 아래 반짝이는 빛 지도를 그려나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어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빛들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답니다. 분명히 한 곳에서 반짝여서 표시했었는데, 힘을 내서 가까이 바라보면 복잡하게 세네 개의 빛이 얽혀있기 일쑤였어요. 꼬마별은 지치지 않고 하늘 도화지에 빛 지도를 완성해가기 시작했어요. 달님이 사라진 하늘 아래에서 빛 지도를 그려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꼬마별은 달님을 어서 빨리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힘차게 자신의 빛으로 잘 보이지 않는 빛 지도를 비추었답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니 꼬마 별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요. 자신의 모든 빛을 다 써버린 것만 같았어요. 꼬마별은 또다시 며칠을 잠에 빠지고 말았답니다.


  며칠 동안 밤낮으로 꼬박 잠만 잔 꼬마별은 다시 기운을 차렸어요. 잠에서 깨어난 꼬마별은 짐을 싸기 시작했어요.

'아주 멀고 먼 길이 될 거야. 단단히 짐을 싸야겠어. 어디서든 잘 수 있도록 말이야.'

꼬마별의 짐은 꼬마별보다 더 커졌답니다. 꼬마별의 짐 위로 우뚝 빛 지도가 꽂혀있었어요. 단단히 짐을 멘 꼬마별은 하늘 아래로 힘차게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하윤이는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엄마와 싸움을 시작했어요.

"나는 밤이 싫다고! 밤이 오는 게 너무너무 싫어!"

하윤이는 밤마다 엄마와 잠자는 것으로 실랑이를 벌였어요. 한 시간이라도 빨리 자도록 하는 엄마와 하윤이의 전쟁은 하루라도 빠지는 날이 없었지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해. 밤에 잘 자야 키도 쑥쑥 크고 튼튼해진단다."

하윤이에게 엄마의 이야기는 잔소리에 불과했어요.

"나는 밤이 싫어 엄마. 밤만 되면 괜히 무서운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리고 아직 이 인형을 가지고 놀지 못했어!"

"어허!! 엄마가 몇 번을 이야기해야 하는 거야, 어서 불을 꺼야 해. 엄마가 경고했어."

"싫어 싫어 싫다고!"

"엄마가 꼭 소리를 질러야겠니!"

엄마의 소리에 하윤이는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엄마는 소리를 지르자마자 하윤이에게 묻지 않고 방의 불을 끈 채로 문을 닫아버렸답니다. 울고 있던 하윤이는 훌쩍이며 방 안의 꼬마 등을 켰어요. 캄캄한 방 안에 빛나는 꼬마 불빛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방을 비추었어요. 꼬마 불빛에 비친 하윤이의 인형은 더 예뻐 보였어요. 하윤이는 얼른 눈물을 닦고 인형을 바라보고 빙그레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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