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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소리 Nov 26. 2020

달님이 숨었어요

제3화

  하윤이는 꼬마 등을 켜고 인형과 노는 시간이 제일 좋았어요. 인형이 더 반짝거리며 예뻐 보였거든요. 한참을 신나게 놀고 있는데 어디선가 '똑똑' 소리가 들렸어요. 하윤이는 깜짝 놀라 얼른 꼬마 등을 끄고 이불을 덮었지요. 잠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엄마가 얼른 방으로 다시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는데도 '똑똑' 소리는 계속해서 들리는 것 같았지요. 하윤이는 슬그머니 꼬마 등을 켰어요. 그리곤 일어나서 방문을 빼꼼히 열어보았지요. 방문을 열자 캄캄한 어둠이 밀려 들어왔어요. 하윤이는 얼른 방 문을 닫고 조용히 속삭였어요.


"누구야?"


하윤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에 집중했어요. '똑똑' 소리는 점점 더 크고 선명하게 들렸어요. 그제야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방문이 아닌 창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하윤이는 얼른 꼬마 등을 들고 창문으로 갔어요.


"앗, 눈이 아프잖아! 얼른 꼬마 등을 꺼!"


작고 반짝이는 무엇인가가 하윤이에게 소리쳤어요. 하윤이는 무엇이 자신에게 말을 하는 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얼른 꼬마 등을 껐어요.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꼬마 등처럼 생긴 꼬마 별이 창문 사이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윤이는 너무 놀라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답니다.


"그렇게 앉아만 있지 말고 어서 문을 열어줘! 난 너무 오래 여행을 해서 지쳤단 말이야."


하윤이는 꼬마 별의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주었어요. 창문 틈 사이로 꼬마 별은 방 안에 슝 들어왔답니다.


  꼬마 별은 자신보다 큰 배낭을 메고 있었어요.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지만, 꼬마 별의 옷은 낡고 해어져있었어요. 아주 오래 여행을 한 것처럼 보였지요. 꼬마 별은 방안에 들어오자마자 배낭을 벗어버렸어요. 떨어진 배낭과 이상한 지도가 함께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어요.


"넌 도대체 누구야? 별이야? 장난감? 외계인?"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 난 장난감이나 외계인이 아니야. 너 생각대로 별이 맞아."

"뭐라고? 별이라고? 그럴 리가 없어. 별이라면 하늘 위에 있어야지, 너처럼 돌아다니는 별이 어디 있어."

"에휴, 누군 이렇게 다니고 싶어서 내려온 줄 아니?"


꼬마 별은 자신의 옷을 툭툭 털며 이야기했어요. 하윤이는 그런 꼬마별이 자신의 친구 같기도 하고, 옆집에 사는 언니 같기도 했어요. 하윤이는 꼬마별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아졌어요. 자신의 창문은 왜 두드린 건지, 언제부터 여행을 하기 시작한 건지, 옷차림은 왜 그 모양인지 등등 머릿속이 온통 복잡해졌답니다.


"그만 물어봐. 넌 정말 질문이 많은 아이구나!"

"뭐라고? 난 말을 한 적이 없어!"


하윤이는 깜짝 놀랐어요. 머릿속이 꽉 찰만큼 질문이 많아지긴 했지만 말을 한 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꼬마별이 시끄럽다고 이야기하니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정말? 내 머릿속 이야기가 들려? 아니야. 그런 게 어딨어. 말도 안 돼. 난 말한 적이 없는걸!'


"이것 봐, 또 말하고 있잖아. 네 생각이 다 들린단 말이야. 차라리 그냥 직접 물어봐. 그게 덜 시끄럽겠어."

"뭐라고?"


하윤이는 그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요.


"정말 내 이야기가 들린다는 거야? 내 머릿속 이야기가?"

"그래. 다 들려, 너무 잘 들려서 문제야. 그러니까 이 지도를 보고 너를 찾아올 수 있었지. 내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는지 아니? 나도 빛만 찾으면 될 줄 알았어. 그런데 내려오자마자 너 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해대는지, 머리가 울릴 지경이었어. 그래도 너는 양호한 편이니까 안심해. 자신의 생각이 들리는 것을 알고 난 뒤에 더 많은 생각을 한 아이들도 있었으니까. 골치가 아팠지만 그래도 잘 해결했어. 아무튼 너와 얼른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또 떠나야 해. 밤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대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밤이 왜 싫은 거야? 에휴,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이게 무슨 고생이람."


꼬마 별은 그동안 참았던 말을 쏟아냈어요. 하윤이는 자신의 생각이 다 들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웠어요. 그런데 꼬마별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하윤이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려고 했어요. 다시 머릿속 안에 질문들로 가득 차려고 할 때였어요.


"알았어! 천천히 이야기해줄게."


꼬마별은 하윤이를 안심시키며 말을 이어갔어요.


"나는 하늘에 살고 있는 꼬마별이야. 하늘 중에서도 제일 꼭대기에 살고 있지. 우리 집은 제일 꼭대기여서 하늘 위로 높이높이 날아가야만 한다고. 그런 내가 이렇게 제일 아래로 내려온 거야."

"그래, 네가 하늘에 살고 있는 꼬마 별이라는 건 알겠어. 그건 알겠는데, 대체 우리 집 창문은 왜 두드린 거야? 여행은 또 뭐고? 별이 왜 여행을 해?"

"넌 정말 질문이 많은 아이야. 생각은 많지 않아도 질문이 많구나. 천천히, 하나씩 물어봐. 내가 너희 집 창문을 두드린 건 너를 만나기 위해서야. 난 이렇게 너 같은 아이들을 만나려고 길고 먼 여행을 하는 거라고. 그리고 별이 여행을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딨어? 뭐, 나 같은 별이 흔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나도 이렇게 여행을 하려던 건 아니라고!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아니 그만그만! 내가 물어본 질문에만 대답해 줄 수 없어? 너도 정말 말이 많은 별이구나!"


하윤이는 꼬마별의 이야기를 멈춰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꼬마별이 밤새 말을 이어갈 것만 같았지요.


"그래 알겠어."

"휴, 그럼 다시 물어볼게. 나 같은 아이들을 만나려고 여행을 시작했어? 나 같은 아이들이 누군데?

"밤을 싫어하는 아이들."


하윤이의 말에 금세 풀이 죽어있던 꼬마 별은 다시 반짝이며 말했어요.


"밤을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여행이 시작된 거야. 나도 이렇게 길고 먼 여행이 될지 몰랐어. 빛 지도를 그릴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빛이 너무 겹쳐있다는 걸 알지 못했거든. 분명 하늘에서 볼 땐 하나의 큰 빛이었는데, 내려와 보니 빛이 여러 겹으로 겹쳐있었더라고. 어쨌든 이 여행이 얼른 끝나면 좋겠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알았어, 알았어. 그래 나도 네가 얼른 집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내 인형과의 시간을 더 방해받기 싫어."


하윤이는 자신의 손에 인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해냈어요.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인행과 놀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지요.


"좋아, 나도 얼른 다른 곳으로 가야 하니까. 넌 대체 밤을 왜 싫어하는 거야? 너 같이 밤을 싫어하는 아이들 때문에 달님이 숨어버렸다는 걸 아니?"

"뭐?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달이 왜 없어, 밤이 되면 달이 떠오르는 거야. 학교에서 그런 것도 안 배웠어?"

"에휴, 넌 정말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자, 창 밖을 봐. 달이 언제부터 안 보이는지도 모르겠구나 넌."


꼬마 별의 이야기에 하윤이는 창 밖을 내다보았어요. '달이 뜨지 않는 밤은 말도 안 돼. 정말 이상한 별이야.'라고 구시렁거리며 창 밖을 올려보았지요. 그런데 정말 캄캄한 하늘엔 달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무리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달은 보이지 않았어요.


"오늘 하루 보이지 않는 거야. 하늘에 구름이 많이 끼는 날은 그럴 수 있다고 했어. 오늘이 그런 날 중에 하루인가 보지."


하윤이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했어요. 그 말에 꼬마 별은 더 강하게 빛을 반짝였어요.


"뭐? 하늘에 구름이 많이 껴서 그렇다고? 이 바보야! 넌 언제부터 달님이 숨었는지도 모르잖아! 오늘 하루 보이지 않는 게 아니야. 달님이 꽁꽁 숨어버렸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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