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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소리 Nov 27. 2020

달님이 숨었어요

제4화

  하윤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꼬마별이 그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거든요. 꼬마별의 빛이 너무 반짝여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어요. 하윤이는 인형을 더 꽉 손에 쥐었어요. 두근두근거리는 놀란 마음을 꼬마별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어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래, 달이 오늘만 나타난 게 아니라고 하자. 그래서?"

"뭐? 오늘만 나타난 게 아니라고 하자고? 넌 도대체 내 이야기를 어디로 듣는 거야? 이 바보야! 넌 하늘도 안 보고 사는 거야? 달님이 꽁꽁 숨어버린 지 벌써 일 년이 넘어간다고! 그동안 얼마나 하늘이 캄캄했는지 알아? 너처럼 무신경한 아이는 정말 처음이야! 이렇게 달님이 오랫동안 숨은 적은 없었단 말이야! 내 친구들이 얼마나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지 알아? 너처럼 이런 꼬마 등 따위는 저 높은 하늘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고!"


꼬마별은 점점 더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꼬마별이 소리를 지를수록 빛은 더 강렬해졌어요. 꼬마별의 눈빛에 따라 파란 불빛이 튀어 오르는 것 같기도 했어요. 하윤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잔뜩 움츠렸어요.


"알겠어! 그만해! 그만해!"


그제야 꼬마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지긋이 하윤이를 보았어요. 파랗게 빛나던 빛도 점차 사그라들었어요.


  하윤이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꼬마별을 보았어요. 더 이상 꼬마별은 터질 듯이 빛나지 않았어요. 하윤이는 다시 용기를 내어 꼬마별에게 이야기했어요.


"알겠어. 그래서 네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뭐야?"

"이제야 내가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게 되다니, 넌 정말 대단한 아이구나."

"너랑 또 싸우고 싶지 않아, 어서 이유를 말해봐."

"좋아, 나도 더 이상 화내고 싶지 않아. 잘 들어봐. 나는 네가 이제 밤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해. 네가 밤을 싫어하고 이런 진짜 빛이 아닌 가짜 빛을 켜 둘 때마다 달님이 슬퍼하시니까. 밤엔 잠을 자야 해. 캄캄한 밤에 반짝이는 달님의 빛을  바라보며 자란 말이야. 얼마나 아름답니!"

"싫어."


하윤이는 단호게 말했어요.


"난 밤이 싫어. 캄캄한 밤이 되면 얼마나 무서워지는 줄 알아? 그래서 나는 꼭 이 꼬마 등이 있어야 해. 그리고 나는 밤이 아니면 놀 시간도 없단 말이야. 아침부터 얼마나 바쁜 지 알지도 못하면서."


꼬마별은 놀란 입을 다물 수 없었어요. 달님이 사라진 지 일 년이 넘어간다고 말했는데도 소용이 없었어요. 캄캄한 밤하늘에 더 이상 달님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해도 하윤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넌 이기적이야."


꼬마별은 또다시 파르르 파란빛을 내기 시작했어요. 꼬마별이 아무리 설명해도 하윤이는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어요. 달님이 사라진 밤하늘이 얼마나 어둡고 무서운지 말해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어요. 꼬마별이 설명하는 동안 하윤이는 자신의 꼬마 등을 꼭 안고 쓰다듬었답니다.


  꼬마별은 그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어요. 한두 방울 또르르 떨어지다가 그만 엉엉 울어버렸어요. 꼬마별의 눈물에 하윤이는 또 한 번 놀랐어요.


"아니, 아니 그만 울어."


하윤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꼬마별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어요. '이러다가 엄마가 깨고 말 거야. 내 방 문을 열기라도 하면 어쩐담. 지금까지 놀았다는 걸 아시면 엄청 화내실 거야. 내일 숙제가 두 배로 많아질지도 몰라. 아휴, 도대체 왜 저렇게 우는 거야.' 하윤이는 온갖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꼬마별이 자신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낼 새가 없었어요. 꼬마별의 울음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거든요.


"넌 정말 이기적이구나! 내가 이렇게 울고 있는데도 엄마에게 들킬 걱정만 하다니 말이야!"


꼬마별은 하윤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닦았어요. 하윤이는 그제야 꼬마별이 자신의 생각을 듣는다는 사실을 기억했어요. '에휴, 내 생각을 다 듣는다는 걸 까먹고 있었어.' 하윤이는 구시렁거리며 한편으로는 엄마가 자신의 방 문을 열지 않기를 바랐어요.


"엄마가 잠에서 깰지도 몰라. 그리고 내 방 문을 열면 어떻게 되겠어? 너는?"


갑자기 하윤이의 눈이 반짝였어요. '그래 맞아! 꼬마 별도 엄마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거야. 꼬마별이 엄마에게 들통나서 좋을 게 없을 거야. 좋아! 이 핑계로 얼른 저 별을 내 방에서 내보내야겠어.' 하윤이는 또다시 꼬마별이 자신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었어요. 이번에 꼬마별은 하윤이의 생각이 다 들렸지만 내색하지 않았어요. 잠자코 하윤이의 생각을 듣고 있었지요.


  그때 저벅저벅 소리가 들려왔어요. 꼬마별을 내쫓을 궁리를 하던 하윤이도, 조용히 하윤이의 생각을 듣고 있던 꼬마 별도 모두 얼음이 되었어요. 모두가 숨죽이고 방문을 지켜볼 때, 끼익 하며 방문이 열렸답니다. 엄마는 조용히 방문을 열었어요. 방안은 캄캄하고 조용했어요.


"이상하네,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는데 말이야."


엄마는 방안에 들어와 하윤이가 잘 자고 있는지 침대를 살펴보았어요. 볼록 튀어나온 이불을 보자 엄마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인형을 이불 옆에 놓아주었어요. 엄마는 어디선가 찬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창문을 바라보았어요.


"어머, 창문이 왜 열려있지? 분명히 내가 닫아두었던 것 같은데."


엄마는 서둘러 창문을 닫고 방을 나섰어요. 캄캄한 방 안에는 베개가 들어있는 이불 옆으로 동그라니 인형만 있을 뿐이었어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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