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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소리 Dec 01. 2020

달님이 숨었어요

제5화

  하윤이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꼬마별의 배낭을 꼭 붙잡았어요. 엄마가 문을 열고 확인하려는 순간 꼬마별은 파란빛을 내뿜으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지요. 그때 꼬마별은 자신의 끈끈이 빛으로 하윤이와 배낭을 꼭 붙잡아 두었답니다. 그 덕분에 하윤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꼬마별과 함께 하늘 위로 날아올랐어요.


"우린 어디로 가는 거야?"


하윤이는 꼬마별에게 화를 낼 정신이 없었어요. 하늘 위를 날아올랐고, 꼬마별을 다시 화나게 했다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거든요. 높디높은 하늘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어요. 까마득한 하늘 아래는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어요. 하윤이는 꼬마별의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하늘 아래의 풍경에 넋을 잃었어요.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는 하윤이의 귓가에 날카롭게 꼬마별의 말이 들어왔어요.


"달님을 찾으러"

"뭐? 내가 잘못 들은 거야? 뭐라고? 다시 이야기해줘."


하윤이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꼬마별에게 물었어요. 꼬마별은 다시 담담하게 말했어요.


"달님을 찾으러 갈 거야."

"나도? 내가?"


하윤이는 깜짝 놀라며 꼬마별에게 물었어요. 갑자기 꼬마별을 따라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 달님을 찾으러 간다니 믿을 수 없었지요.


"너 같은 아이가 또 있을지도 몰라. 나는 그런 아이들을 만나 설득하고 설명하는데 지쳤어. 너처럼 밤을 끔찍이 싫어하는 아이를 만나 또 싸울 생각을 하니 끔찍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단 말이야. 차라리 달님을 찾으러 가야겠어. 그게 더 빠를 거야."


  꼬마별은 하윤이와 대화하면서 제2의 하윤, 제3의 하윤이 나타날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었어요. 또다시 아이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자신의 여행에 대해 설명할 여력이 없었지요. 꼬마별은 자신이 아이들에게 나타나면, 아이들은 고분고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답니다. 아이들은 고집불통이었고, 제멋대로였어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을 장난감 취급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그래도 결국 그 아이들 모두 밤엔 불을 끄고 자기로 약속을 했지요. 하지만 하윤이는 달랐어요. 아무리 이야기해도 하윤이와 약속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시작하면 싸움이 시작되기 일쑤였으니까요. 차라리 꼬마별은 달님을 찾는 것이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밤을 끔찍이 싫어하는 아이가 달님을 만나게 되면 저절로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신도 달님과 함께 있을 땐 캄캄한 밤도 환한 아침보다 더 찬란하게 빛이 났으니까요.


  하윤이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졌어요. 하늘을 날아올랐다는 기쁨은 잠시였어요. 달님을 찾으러 가겠다는 꼬마별의 이야기에 겁이 났어요.


"집으로 가고 싶어. 나는 달을 찾으러 갈 수 없어. 엄마에게 말도 안 하고 왔고, 나는 내일 학교도 가야 해. 그리고 나는 달이 어디에 숨었는지도 모른단 말이야! 어서 집으로 데려다줘. 집으로 가야겠어."


하윤이는 어서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어요. 이대로 꼬마별을 따라 달을 찾으러 갔다가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어요. 하지만 꼬마별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하윤이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꼬마별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결국 하윤이는 배낭에 매달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그만해! 소리 좀 그만 질러, 귀가 아프잖아!"


꼬마별은 그제야 하윤이에게 말을 했어요. 그래도 하윤이는 변함없이 꽥꽥 소리를 질렀어요. 꼬마별이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는 약속을 할 때까지 할 작정이었어요. 계속되는 하윤이의 고성에 꼬마별은 하늘 아래로 급하게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하윤이는 더 꽉 꼬마별의 배낭을 붙잡았어요. 잠시라도 배낭을 놓치면 떨어질 것만 같았거든요.


  꼬마별과 하윤이는 언덕 위로 떨어졌어요. 언덕에 내려오자마자 하윤이는 눕고 말았지요. 하늘 위에서 어찌나 배낭을 꽉 붙들고 있었는지 손과 팔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꼬마 별도 배낭과 하윤이를 매달고 비행을 하느라 지쳐있었어요. 너무 피곤한 두 사람은 그만 잠이 들고 말았어요. 할아버지 별은 언덕 위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자는 둘을 내려다보았어요. 나무는 깊고 단 잠에 빠진 하윤이에게 나뭇잎을 떨어뜨려 덮어주었어요. 하늘의 구름들도 잠자는 둘을 보며 빙그레 웃었어요. 엄마 구름은 자신의 구름 옷자락을 떼어 꼬마별에게 덮어주었어요. 꼬마별은 포근한 구름 이불 덕분에 오랜만에 집에서 잠을 자는 것 같았어요. 하윤이와 꼬마별은 깊고 긴, 아주 단 잠에 빠졌답니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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