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by 은소리

겁이 좀 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

대범하게 웃으며 넘겨 온

출렁이는 무수한 물결이


힘을 빼야

사나운 파도 위

두둥실 떠갈 수 있다는데

잔뜩 웅크려 펴지지 않는다.


유영하지 못하는

무거운 몸뚱아리를 당겨

물 밖으로 보낼수록

깊이 가라앉는다.


심연의 끝

마침내 그 끝에서

가까스로 다닿은 그 위

비소로 내딛는 첫 발


허우적거리다 지친

호흡 한자락을 발끝에 모아

무섭고 두려워 달아나고 싶던

불안의 끝자락으로


아, 나의 고도는 이처럼 얕으니

생의 두려움이 이처럼 깊었구나

잠영을 시작할 시간이다.

나의 겁쟁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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