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by 은소리

못마땅한 길 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기댈 곳 없는 내일


바라지 않은 바람은

쉬이 지나가면 좋으련만

부지런히 발 앞에 놓인다.


켜켜이 내려앉은 마음 위로

덩달아 오늘이 쌓이고

머지않은 시간이 올라앉는다.


아무렴,

바쁘게 울리는 알람 소리

기어코 살아낼 시간


비좁은 틈을 걷는다.

시간의 바람을 세어

조바심과 두려움의 사잇길을


기어코 내딛는다.

한 자락 먼저 닿은 마음이

깊은 숨을 뱉어 낼 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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