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냅사진 찍으러 갈래?

설렘으로 가득한,

by 은소리

나와 그의 연애는 가난했지만 여전히 행복했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혼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다. 상견례를 하기 전, 그의 신대원 동기 학생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웨딩촬영을 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그에게 그분은 스냅사진 촬영을 제안하셨고, 우리는 선뜻 길을 나섰다.


학비와 용돈을 벌던 우리에게 결혼 준비는 너무 큰 산 같았다. 신혼부부 선배들에게 듣는 결혼 준비의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았다. 그중에 제일은 '스드메'였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이라는 크나큰 벽의 줄임말. 예비 신부라면 한 번쯤 거쳐야 하는 그 고비가 우리에게는 너무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냅사진을 찍어보면 어떻겠냐는 그의 동기의 말이 구원이 되었으리라. 모르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으러 멀리 나간다는 것이 내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낯을 가리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 사진을 찍으라고? 내가 모델도 아닌데? 더구나 2011년 당시에는 스냅사진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설득하고 설득해서 나는 그의 꼬드김에 넘어가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니 어떤 옷을 준비해야 할지, 화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와 약속된 장소로 나가보니, 그의 동기분 외에 함께 촬영에 나가는 두 분이 더 계셨다. 작은 자가용에 사진작가분, 촬영 도우미 두 분, 그와 내가 동승하게 되었다. 어디로 가는 지조차 알지 못하고 가자용에 올라타 한 시간 여를 달렸다. 준비한 김밥과 간식들을 나누어 먹으며 남자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마음을 열지 못하고 그 분위기의 경계에 서있었다. 그런 나를 아는 그는 좁은 차 안에서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괜찮아, 즐거울 거야.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달려간 곳은 연천이었다. 사진작가님은 그곳에 예쁜 배경이 될 수 있는 지점이 많다고 하셨다. 그곳에서 그와 나는 촬영을 시작했다. 어색하고 낯설었던 우리는 멋쩍게 웃었다. 낯설고 어색함의 향연 속에서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고, 결혼을 약속한 두 사람의 설렘이 고스란히 담겼다. 우리가 어색하게 웃고 손을 잡을 때, 작가님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르셨다. 언제 찍히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스냅사진은 쌓여갔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은 우리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컷이었다. 작가님은 서로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라고 하셨다. 마주 보고 앉아있는데도 어색해하는 내 손을 그가 꼭 잡고 눈을 맞추었다.

"오늘 촬영 어땠어?"

"즐거웠지, 처음엔 어색했는데 하다 보니 괜찮아졌어."

"다행이다. 나도 재밌었어."

"고마워, 이런 기회를 만들어줘서. 내 평생 이런 건 없을 줄 알았어."

"그러게, 나도 참 감사하네."

"응! 많이 감사하다"

"우리 이렇게 재밌게 살자."

"그래, 우리 이렇게 재밌게 살자."

작가님은 그 순간은 놓치지 않았다. 우리가 더 이상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서로의 눈을 보던 평안한 시간을 담아내 주셨다. 사실 그 사진은 우리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우리는 많이 편안해졌고, 이제 마지막이라는 안도의 한숨도 서로 나누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고, 사진 속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참 애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