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아들의 낭만에 대하여

by 도시 닥터 양혁재

누구에게나 각자의 낭만이 있을 터.


나에게 있어 낭만은 잠시 의사 가운을 벗고, 일복으로 갈아입은 채로 우리맘들을 위해 논과 밭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젊은 일손이 절실히 필요한 우리네 어머님들을 위해 기꺼이 소매를 걷어붙이는 일. 이것만큼 내게 있어 더 큰 낭만이 어디 있는가.


어머님들을 위해 땀방울을 흘릴 때, 나는 더없이 큰 희열에 사로잡힌다. 때로는 찌는 듯한 무더위가, 어느 날은 온몸이 시릴 정도의 극한 추위가 나를 괴롭히지만 괜찮다. 아니, 끄떡없다. 어머님들을 향한 나의 사랑이, 궂은 날씨도 모두 이겨낼 수 있게 해주니까.


어머님들의 농번기 일손을 도우며, 나는 점점 도시가 아닌 시골이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있다. 가끔은 내가 의사인지, 농부인지 헷갈리는 순간도 있다. 그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한껏 몰입해서 어머님들을 도와드리고 있는 나. 나만의 낭만을 온전히 즐기는 나. 그런 내가 좋다.


마냥이쁜우리맘을 시작한 이후로, 전과 많이 달라진 나의 일상. 비록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지만...괜찮다. 나의 낭만을 위해서, 그리고 전국 팔도에 계시는 우리맘들을 위해서라면 이깟게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나의 피로쯤은 결코 우리맘을 통해 얻는 행복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번주 토요일에도 강원도 산간 오지 마을에 거주하고 계시는 우리맘 주인공 어머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서울에서 쉼 없이 3시간 반을 달려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이른 새벽부터 또 일어나 차에 올라야겠지만,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기꺼이 그곳을 향해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다. 그곳에 어머님이 기다리고 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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