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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Sep 13. 2023

양쌤의 진료소에 오신 여러분을 위해

죽어라 일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적 상황. 큰 병원을 가보자니 부담스럽고, 어찌할 도리가 없어 장날에 읍내까지 나가서 사 온 파스 한 장으로 연명하는 삶. 혹여나 부담을 줄까 걱정되고 미안해서, 자식들에게는 "아프다" 말 한 마디 꺼내보지 못하는 우리네 어머님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렇게 도출한 결론은 이것. 마냥이쁜우리맘 촬영을 나갈 때마다 마을 회관이나 정자를 잠시 빌려 그 동네 어머님들의 건강을 살펴드리는 것이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양쌤의 진료소'랄까? 산간 오지 마을에 살고 있기에 병원이나 약국이 있는 읍내에 가려면 마을 어귀에서 한참이나 기다려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어머님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먼 길을 나설 어머님들을 생각하니, 계속해서 마음이 쓰였고 결국 양쌤의 임시 진료소를 열게 된 것이다. 


양쌤의 임시 진료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님들께서는 하던 일도 모두 내려놓으시고, 서둘러 달려오신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셨으면,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하던 일도 멈추시고 내게로 달려오실까. 어머님들의 애타는, 간절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오시는 어머님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드린다. 당장 어떠한 치료를 해드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육안상으로 봤을 때 어떠한 치료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또 어머님들의 통증 양상을 살펴 적정한 치료 계획을 함께 고민해 드리기도 한다. 


더 큰 도움을 드리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나를 보며 어머님들은 세상에 이런 의사 선생님이 어디 있냐며 연신 고마움을 표하신다. 도움을 드린 것도 많이 없는데, 자꾸만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님들을 보면 때로는 죄송스럽기도 하다. 여건만 된다면 더더욱 양질의 치료를 도와드리고 싶은데, 아쉬운 대로 조금이라도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한 운동법을 상세하게 알려드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사 아들, 양쌤의 임시 진료소는 마냥이쁜우리맘이 지속되는 한 계속해서 오픈할 예정이다. 주인공 어머님뿐만이 아니라,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모든 마을 어머님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은 것이 나의 마음이니까. 한 분이라도 더, 한 분에게라도 더,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그것만큼 기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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