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는데, 아내가 나를 붙잡았다. 나의 가벼운 옷차림을 보고, 오늘 이렇게 입고 가면 감기 걸린다며 두꺼운 외투를 건넸다. 어쩔 수 없이 외투를 받아들긴 했지만, 이런 옷을 걸쳐야 할 만큼 날씨가 쌀쌀할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도 아내의 말이니,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차를 두고 출근하는 길, 집 밖을 나서자마자 아내의 말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옷깃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 가을바람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디찬 바람에 크게 놀랐다. 애써 매만진 머리가 모두 헝클어질 정도의 매서운 바람,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유난히 더 강한 바람에 맞서며 겨우 겨우 출근할 수 있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외투를 벗는데 냉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냉기를 품은 바람에 보드라웠던 살결도 한결 거칠어졌다.
진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잠시 여유가 있어 쉬고 있는데 갑자기 걱정이 확 밀려왔다. 어머님들이 떠오른 것이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고, 또 일하시는 것도 더 어려워질 텐데······.'
추이를 보아하니, 이번 가을은 유난히 짧을 것이고 겨울이 예년보다 더 빨리 찾아올 듯한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겨울이 예상보다 빨리 당도하면 길은 얼어붙을 것이고 그럼 우리 어머님들이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겨울철 어르신들이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낙상 사고'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나로선 자꾸만 걱정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주부터 만나게 되는 어머님께라도 낙상 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계속해서 알려드릴 계획이다. 날씨가 추울 땐 되도록 밖을 나가시지 않도록, 신발 밑창은 미끄럽지 않은 소재로 되어 있는 것을 고르시도록. 아들이 여러 차례 말씀드리면, 우리 어머님들도 충분히 인자하시고 나의 말을 따라주시지 않을까? 부디 그러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