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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Oct 11. 2023

고되지만 보람찼던 축사에서의 하루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축사 관련 일은 살면서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우리맘 촬영을 해보면서 간간이 축산업에 종사하시는 어머님, 아버님들을 도와드린 적은 있지만, 서투른 실력에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차라리 농사일은 수십 번 반복해온 터라, 이젠 어머님의 진두지휘가 없더라도 알아서 척척해낼 수 있는데, 축산 쪽은 여전히 미숙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미숙하다고 해서, 어찌 축사 일을 도와달라는 어머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무릎이 아파서,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어설픈 실력이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용감하게 축사로 뛰어들었다. 


축사 안은 여기저기 치워야 할 곳이 정말 많았다. 당장이라도 마스크를 써야 할 정도로 먼지도 풀풀 날리고 있었다. 이 많은 일들을 어머님, 아버님 두분이서 하시려고 했다니, 정말 아찔했다. 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가. 어설픈 실력이지만, 나는 재빠르게 여기저기 어질러진 곳을 치우고 소들에게 사료를 주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사료를 잘 먹을 수 있도록 넓게 퍼트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직접 안으로 들어가 배설물까지 직접 치웠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괴로웠지만, 내가 지금 치우지 않으면 어머님, 아버님이 성치 않은 몸으로 또 고생하실 것이 눈에 훤해서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모두 치웠다. 


나의 노력 덕분에 한결 깨끗해진 축사 안을 바라보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 어머님은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간다며 손뼉을 치셨다. 비록 옷은 다시 입을 수도 없을 정도로 더러워지고, 냄새까지 배였지만, 행색이 말도 못하게 초라해졌지만, 어머님과 아버님의 일손을 덜어드릴 수 있어서 기뻤다. 성연 씨도 미션을 완수한 내게 박수를 보내주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10분 만에 샤워를 끝낸 그대로 침대에 뻗어 잠들고 말았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일말의 몸부림도 없이 다음날 아침까지 깊이 자버렸다. 다음날 일어나는데 어찌나 온몸이 아프던지. 여기저기 근육통이 나타났지만, 그래도 기분만큼은 한없이 좋았다.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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