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농사에 관해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왔고, 농촌에는 가볼 기회가 없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 의사 가운만큼이나 일복이 익숙해진 건 모두 마냥이쁜우리맘 덕분이었다. 우리맘 어머님들의 일손을 거들어 드라기 위해 농사에 손을 보태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적성에 잘 맞았고 실력 또한 나날이 늘어갔다. 매주 토요일마다 생생한 현장에서 어머님들께 배우니 어찌 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처음엔 실수도 많이 하고, 잡초를 뽑아야 하는 데 다른 걸 뽑아서 어머님께 혼이 나기도 했다. 모든 동작과 행동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력을 일취월장해졌다. 이젠 어머님이 오더만 주시면 혼자서도 척척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비닐을 씌우는 것은 기본이고, 지지대를 세우고, 거름을 뿌리고, 비료를 주고, 땅을 고르는 일까지.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거뜬하게 해낼 수 있게 됐다.
지인들도 나의 변화에 놀라고 있다. 이젠 내가 의사라고 직업을 밝히지 않으면 천생 농사꾼인지 아는 분도 있을 정도다. 일복이 잘 어울리는 나, 이젠 모든 농기구의 이름을 알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내가 참 좋다. 농사가 익숙해지면서 어머님들을 더 깊이 있게 도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의 발전이 어머님들께 큰 도움이 되어 다행이다.
하지만 농사일에는 끝이 없다고, 아직도 모르는 부분들이 적지 않은 상황. 틈날 때마다 관련 영상도 찾아보고 때로는 책도 읽어보면서 농사 스킬을 더 향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공부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어머님들의 가이드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날이 오길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