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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Oct 30. 2023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에

어머님들은 밤이 깊어오길 꺼리신다. 곧 아들과 이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큼성큼 다가오는 작별의 시간. 어머님들은 작별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을 몹시도 두려워하신다. 그런 어머님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시 또 적막한 시골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셔야 하니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고 속상하시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에 나는 어머님께 이렇게 말씀드린다. 


"어머니, 우리 지금 이렇게 헤어지더라도 며칠 뒤면 다시 만나는걸요? 어머님, 서울에 있는 아들네 병원을 오실 거잖아요. 제가 서울에서 멋진 가운 입고 어머님 기다리고 있을게요. 어머님이 오실 때까지 아들이 치료 준비 잘 해놓을 테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다시 만나니까요."


지금의 이별이 그저 잠시뿐인 것을 말씀드려도 어머님의 눈가엔 순식간에 눈물에 고인다. 작별의 순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나는 항상 겉옷 주머니에 손수건을 챙겨 다닌다. 어머님께서 이별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실 때면 재빨리 비상으로 챙겨둔 손수건을 꺼내어 닦아드린다. 슬픔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꼼꼼하게 닦아드리며 거듭 말씀드린다.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이 오늘이 마지막이 아님을. 얼마 뒤면 또다시 만나 모자간의 정을 나눌 것임을. 


나의 다독임에 어머님께서 감정을 추스르시면, 그때야 나는 차에 오른다. 

차에 올라서도 한참을 뒤돌아보며 혹여나 어머님이 다시 우시진 않는지 확인한다.

손을 흔드는 어머님의 모습에서 여전히 아쉬움과 슬픔이 묻어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훨씬 얼굴이 좋아 보이시는 것을 확인하면 나는 서서히 속도를 높인다.

얼른 서울로 돌아가 어머님께 좋은 치료를 해 드릴 준비를 끝마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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