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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Oct 31. 2023

일 감옥에 갇힌 어머님을 위해

집과 비닐하우스를 오가며 하루 온종일 마치 감옥에 갇힌 듯 일만 하는 어머님. 그런 어머님을 아들로서 그저 지켜만 볼 수 없었다. 어머님 댁에 도착함과 동시에 나는 곧바로 환복하고 어머님의 일손을 거들기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 깻잎을 재배하고 또 그 외에도 갖은 농작물을 키워내시며 이를 팔아 살아가시는 어머님. 자신이 손을 놓아버리면 지금의 생활 수준도 유지할 수 없는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어머님은 절뚝거리면서도 집을 나선다. 


어머님이 하루에 해야 할 일의 양은 실로 엄청났다. 아무리 내가 쉬지 않고 분주하게 손을 놀려도 일은 끝나지 않았다. 나와 성연 씨가 모두 합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거리는 줄어들지 않았다. 어머님이 자꾸 합세하시려고 했지만, 편히 쉬시게 하고 성연 씨와 나는 계속해서 일에 열중했다.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른 채로.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머님의 근심 덩어리였던 일거리를 어느 정도는 해결했다. 어머님 혼자라면 아마 한 세월이 걸렸을 터. 줄어든 일의 양을 보고 어머님은 우리에게 진한 고마움을 전하셨다. 


평생 일 감옥에 갇혀 남들 다 가는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하고 살았던 어머님. 그런 어머님의 손은 보는 것조차 마음 아플 정도로 많이 검게 변하고 주름이 가득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손...어머님의 손을 어루만지며 남몰래 가슴속으로 울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형편, 그리고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남편... 어머님은 어디 말할 곳도 없이 수십  년간 괴로운 삶을 보내셔야만 했을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어머님의 손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며 나는 홀로 다짐했다. 기필코 다시 어머님을 일 감옥 속에서 꺼내드리고 아픈 다리까지 깔끔하게 치료해 드리겠노라고. 어머님이 남은 생은 괴로움이 아닌 행복함에 취해 사시게 해드리겠다고. 나의 굳은 다짐이 어머님께도 살짝 비쳤던 것일까. 어머님은 내가 떠나기 전까지 계속 나만 보면 자꾸 웃으셨다. 아이처럼, 행복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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