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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Oct 30. 2023

가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며

쾌청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가을 냄새가 나를 반겼다. 하늘도 맑아서 더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가을의 전경을 눈에 담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찍이 집을 나섰다. 지하 주차장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되돌려 회사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아내가 정성껏 준비해 준 아침을 먹어 속도 든든하니, 회사까지 걸어가도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길을 나섰다. 길가에 떨어진 낙엽을 밟으니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났다. 기분 좋은 소리를 들으며, 한 걸음 한 걸음씩 병원을 향해 나아갔다. 모처럼 걸으니 눈을 사로잡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어떤 어르신과 아드님이 함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회색 모자를 쓰신 어르신을 모시고, 아드님께서 보폭을 맞추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고 좋아보이던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부자(父子)가 나아가는 모습을 오랫동안 잊고 싶지 않아 부지런히 눈에 담았다. 


나와 우리맘들의 모습도 저럴까?

우리도 저렇게 행복하고 따뜻해 보일까?


내가 어머님들과 길을 마을 길을 거닐 때면 동네 주민분들께서 "모자(母子) 간에 보기가 너무 좋네요." 라고 말씀해 주실 때가 많았다. 그분들이 느꼈던 감정이 아마 오늘 내가 느꼈던 것이 아닐까? 부모와 자식 간에 따뜻한 정과 온기를 나누면서 가을길을 걷는 일, 이것만큼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 또 어디 있을까. 


2주 전 다녀왔던 철원에서도 어머님과 함께 아름다운 가을길을 거닐었다. 비록 어머님 다리가 불편하셔서 오래 걷진 못했지만 짧게라도 함께 하면 어머님께 깊어지는 가을의 찬란함을 보여드렸다. 어머님께서는 내 생에 이렇게 행복한 순간은 다시없을 것 같다며 크게 감격하셨다. 그런 어머님을 따뜻하게 안아드리며 나는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머님, 아들이 치료해 줘서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해지시면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 가서 함께 오랫동안 걸을 수 있어요. 앞으로 이것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많을 테니 어머님은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세요"


그러자, 어머님은 크게 손뼉을 치셨다. 

앞으로 우리 의사 아들 덕분에 엄마가 호강하겠네~라고 말씀하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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