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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Nov 27. 2023

베테랑 농부가 되어가는 요즘은

이젠 농부가 된 내 모습이 낯설지 않다. 비록 토요일 한정이지만, 나는 농부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다. 예전엔 고랑 하나 파지 못해 난처했으나, 이젠 그렇지 않다. 고랑쯤이야 어머님의 지도 편달 없이도 순식간에 파고 비닐을 덮고 김을 매고, 지지대를 세우는 일도 척척해낸다. 날로 일취월장하는 실력에 성연 씨는 내게 큰 박수를 보내주고 있다. 의사만큼이나 농부라는 직업도 제법 잘 어울린다면서.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처음보다는 실력이 훨씬 늘었다. 어머님이 한 마디만 하시면 척척해낼 수 있을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말이다. 농사라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0.5인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던 내가 이젠 1.5인분은 거뜬히 소화하니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한바탕 어머님 일손을 거들고 나면 힘은 들지만 마음만은 엄청 가볍다. 내가 애쓴 만큼 어머님은 한결 편해지실 테니까. 광활한 밭을 끙끙거리시며 혼자 헤매고 다니실 필요가 없으니까.  


이젠 농사에 필요한 장비들도 꽤나 갖추고 있다. 장비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삽과 장화부터 전용 옷까지. 내 차 트렁크에는 직업이 농부라고 해도 믿을 만큼 꽤나 많은 장비와 옷가지들이 실려 있다. 이젠 정말 어디 가서 나의 제2의 직업이 '농부'라며 명함을 내밀어도 되지 않을까. 물론 프로 농부 선배님들의 실력이 비하면 한참 부족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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