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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Jan 16. 2024

내가 끝내 울 수밖에 없었던 사연

마냥이쁜우리맘 86화 주인공,  박남순 어머님 

유난히 날이 추웠던 날, 추위를 뚫고 담양까지 달려갔습니다. 제가 담양을 향해 속도를 높인 이유는 단 하나, 남순 어머님을 만나기 위함이었죠. 


먼 길을 달려 어머님을 처음 만난 그 순간, 저는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애써 감추시지만, 끝내 보였던 허전한 한쪽 손. 그렇습니다. 어머님은 사고로 한쪽 손을 잃은 상황이셨습니다. 아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애써 손을 감추던 어머님. 그런 어머님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시작했던 공장 일. 여느 날과 다름없던 하루였는데, 갑자기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갔고,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결국 오른쪽 손을 완전히 잃게 됐죠. 수술 직후, 죽고 싶은 마음부터 들었다는 어머님. 그러나 남은 자식들이 있기에 어머님은 이를 악물고 다시 살아보기로 결심하셨다고 했습니다. 


굳게 마음을 다잡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한쪽 손이 없다 보니, 옷을 입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농사를 짓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남의 도움을 최대한 받지 않고 홀로 열심히 살아오신 어머님. 오른쪽 손을 잃은 아픔을 잊지 위해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몇 배로 더 열심히 일하셨다고 했죠. 그 결과, 이젠 무릎에도 병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워낙 사용량이 많다 보니, 연골이 많이 닳고 또 무릎이 심하게 붓게 된 것이죠. 


어머님의 일상을 지켜보며 저는 남몰래 많이 울었습니다. 울지 않으려 부단히 애써봤지만, 소용없었죠. 뜨거운 눈물이 양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한쪽 손이 없지만,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애쓰시는 어머님. 아프고 힘들어도 혹시나 당신의 존재가 자식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질까 염려되어 홀로 고통을 감내했던 어머님. 어머님의 고달픈 사연에 자꾸만 눈물이 흘렀습니다.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좀처럼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에 눈물 흘리는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눈 주변이 벌겋게 부어오를 때까지 우는 저를, 어머님은 따뜻하게 안아주셨습니다. 당신은 괜찮다고 말씀하시면서요. 


당신도 괴로운 상황에서, 우는 아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시는 어머님을 돕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드리기로 했습니다. 삶의 의지를 잃은 어머님이 다시 희망을 품으실 수 있도록, 치료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리기로 했죠. 결국 저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성한 곳 한 군데 없었던 어머님의 몸을 정성껏 치료해 드렸죠. 인공관절부분치환술부터, 어깨주사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통해 이제 더는 어머님이 홀로 괴로우시지 않도록,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지 않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도 제 진심을 알아주셨을까요?


치료 후, 회복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어머님의 병실에 들러 어머님을 살폈는데요. 제가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어머님은 제 손을 잡고 삶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강한 재활 의지도 보여주셨죠. 매일 운동에 열중하고 있다는 우리 어머님, 집으로 돌아가서도 아들의 조언대로 끝까지 운동에 힘쓰겠다는 어머님. 그런 어머님을 보며, 저는 이제야 걱정과 슬픔을 내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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