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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Jul 08. 2024

당신은 언제나 존귀한 사람입니다

한평생 고생만 시켰지,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것도 없어.

그 옛날 결혼할 때만 해도 
내가 이런 남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그땐 아내를 이토록 힘들게 할지 몰랐어...

내가 이토록 무능력한 사람이 될 지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지...


마냥이쁜우리맘을 진행하면서 유난히 안타까웠던 건 어머님들의 남편, 그러니까 아버님들의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다는 것이었다. 당신의 무능함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한평생 고생만 시켰다는 점에서, 아버님들은 몹시도 괴로워하셨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아내를 볼 낯이 없다는 아버님들. 지난날 당신의 가난 탓에 아내를 아프고 괴롭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으로 한껏 움츠러든 아버님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 


아버님들도 왜 노력하지 않았겠는가.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농사만으로는 부족해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뛰었음에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살림에 숱하게 좌절하셨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지만 끝내 좋은 결실을 얻지 못한 것이 어찌 우리 아버님들의 잘못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당신 탓으로 돌리며 말년에도 두 다리 편히 뻗지 못한 채, 죄책감에 파묻혀 사는 아버님들을 마주할 때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모든 것은 당신의 탓이라고, 당신이 무능하고 죄가 많아서 그런 것이라 자책하는 아버님들께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은 존체 자체로 존귀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어깨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도 된다고. 더는 죄책감에 파묻혀 살지 않아도 된다고. 아내도 자식들도 이젠 모두 다 이해할 것이라고. 남은 생은 웃으며 살아가도 된다고. 당신은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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