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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 닥터 양혁재 Oct 07. 2024

사소한 순간의 소중한 일상

점심 식사 후 노곤한 오후. 저마다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우리 맘 어머님들도 그들만의 소중한 일상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되는 정이 어머님의 하루. 나이가 들며 먹는 약이 늘어나니 수북이 쌓인 약을 보고 있노라면 배가 부를 정도. 식사한다기보다는 아침 약을 먹기 위해 겨우 끼니를 때우는 식이다. 점심은 별로 안 먹어도 아침은 꼭 먹는다는 어머님. 바로 약 때문이다.


성한 곳이 없는 어머님의 몸. 밥상을 차리는 일이 귀찮고 힘들지만, 아프고 나서부터는 건강을 생각해 끼니를 잘 챙기게 되셨다고 한다. 조용한 집에서 홀로 식사하는 정이 어머님. 그릇 부딪히는 소리에 적적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기 무섭게 작업복을 갈아입은 어머님은 곧바로 땅두릅을 수확하러 나가신다. 조금만 늦어도 땅두릅이 자라버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연할 때 수확하는 것. 때맞춰 가지 않으면 한 해 농사가 물거품이 되니 말이다. 평생을 그렇게 시간에 쫓기며 살다 보니 어머님의 몸은 고달플 수밖에 없다.


먹는 이를 생각하며 깨끗하게 손질까지 하곤 한숨 돌리는 정이 어머님. 그 정성 덕분인지 어머님의 땅두릅이 제일 맛있다고 온 동네에 소문이 나 있을 정도이다. 단짝 친구, 옥심 어머님이 찾아오니 아침부터 열심히 손질한 땅두릅을 나누어주는 정이 어머님. 두 분은 병원도, 미용실도 같이 간다고 한다. 매일 연락할 만큼 가까운 절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다.


어쩌면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이지만, 두 분에겐 참 사소하고 소중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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