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밤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by 도시 닥터 양혁재

협약식이 있던 날, 유난히 공기가 차가웠다.

하루 종일 영하권을 맴돌던 날씨 때문인지,

병원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어깨엔

자연스레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날 우리가 만난 분들은

밤의 골목을 지키는 사람들이었다.


강남구 자율방범연합대.

누군가 잠든 시간에도, 누군가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안전을 담당하는 이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해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지켜낸다'는 말의 의미를 자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아픈 몸을 지키고,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우는 일을 한다.
그들은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건이 생기기 전의 시간을 지킨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MOU는 단순한 협약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대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MRI와 초음파 같은 비급여 검사부터
관절 수술, 척추 시술까지.
의료의 영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약속으로 남겼다.


“고생하십니다”라는 말 대신,
“필요할 때 언제든 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되고 싶었다.


병원이 지역과 맺을 수 있는 가장 건강한 관계는 무엇일까.

아플 때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존재가 되는 것.
이번 협약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느껴졌다.


오늘처럼 눈이 내린 뒤의 길은 늘 위험하다.
빙판길 위에서의 한 걸음은
생각보다 쉽게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래서일까,
이 계절에 ‘지킨다’는 말은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밤을 지켜주는 사람들 곁에
우리가 있다는 사실이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느껴진 하루였다.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치료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지역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의 건강을 함께 지키는 것,
그 또한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이 작은 약속이
겨울밤을 지나는 누군가에게
조금 더 따뜻한 의미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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