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중강약
닥터정 : 오늘은 알약의 제형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요?
황약사 : 좋죠. 다양한 제형들이 있는데, 흔히 알고 있는 건 캡슐, 정제, 서방정 같은 것들이죠. 약의 이름을 잘 살펴보시면 이름에 제형이 다 표시되어 있어요. OO캡슐, OO서방정, OO당의정 이런 식으로 말이죠.
닥터정 : 같은 약인데 왜 어떤 건 캡슐로 만들고, 어떤 건 서방정으로 만드는 거예요?
황약사 : 우선 약을 만들 때 약의 성분에 따라 정제로 딱 동그랗게 뭉쳐지지 않는 약들이 있어요. 그럴 땐 캡슐에 담을 수밖에 없죠. 성분에 따라 정제냐 캡슐이냐가 정해지는 거죠. 물론 약이 몸속에 들어가서 어떻게 작용하게 할 거냐에 따라서 제형을 달리 하기도 해요. 일단 약을 삼키면 위로 떨어질 텐데 일반적으로는 위에서 바로 소화가 시작되는데, 위에서 소화가 안되고 조금 더 멀리 갔으면 싶은 약들은 위산에 강한 성분의 캡슐에 넣으면 좋겠죠?
닥터정 : 그렇죠. 그렇다면 서방정은 뭔가요?
황약사 : 서방정이라는 단어의 뜻이 ‘천천히 방출된다’는 의미인데, 약의 성분이 바로 나오지 않고 오랫동안 천천히 나오도록 만들어진 거예요. 우리가 흔히 두통약으로 먹는 진통제도 서방정인 것과 서방정이 아닌 것이 있는데, 두 가지 약을 물에 녹여보면 녹는 속도가 달라요. 500mg짜리는 물에 녹이면 한방에 녹지만, ER 서방정은 반은 빨리 녹고, 반은 그대로 남아있거든요. 서방정으로 만든 목적은 닥터정도 아시잖아요?
닥터정 : 그럼요. 500mg짜리 1알을 먹으면 효과는 바로 나오지만 지속시간이 4~6시간 정도인데, 서방정 같은 경우엔 반은 효과가 빨리 나오고 반은 천천히 방출되는 구조잖아요.
예를 들어 650mg짜리 서방정을 2알 먹으면 각 알의 절반씩은 바로 효과가 나오고, 나머지 절반은 8시간에 걸쳐 천천히 효과가 나오는 구조라서 빠른 효과와 지속적인 효과를 같이 볼 수 있게 만든 거죠. 진통제를 먹는 목표가 급성 통증이냐 만성 통증이냐에 따라 제형을 달리 하는 것입니다.
닥터정 : 사실 집에서 약을 드실 때 캡슐을 까서 드시거나, 알약을 반으로 쪼개서 드시는 분들 꽤 있잖아요? 그런 경우엔 약의 효과가 줄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죠.
황약사 : 맞아요. 만약 위산에 취약한 성분의 약에 캡슐 방어막을 씌워놓은 것을 까서 드시게 되면 약 성분이 위산에 의해 손상을 입겠죠. 게다가 서방정의 경우엔 반을 쪼개서 드시면 약의 용량이 너무 줄어서 효과가 아예 없을 수도 있고요.
닥터정 : 물론 모든 약이 쪼개서 먹으면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경우에 따라서 반쪽으로 쪼개서 먹으라고 하거나 처방할 때 반알로 처방하기도 하니까요.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해 본 경우가 아니라면 제형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드시는 것이 맞습니다.
황약사 : 단순히 포장을 쉽게 하기 위해서나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모양의 약을 만드는 건 아니에요. 성분에 따라, 약의 목적에 따라 제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목적에 맞게 만든 제형을 손상시켜서 약의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 일은 없도록 해요.
오늘의 메시지
1. 당의정, 서방정, 캡슐 등 약 이름 뒤에 붙는 말은 약의 제형을 의미해요.
2. 제형들은 목적에 맞게 설계되었으니 쪼개거나 부수어서 먹으면 안 되어요.
3. 알약을 못 먹는다면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서 적절한 제형으로 처방을 받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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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글 : 황약사, 닥터정
그림 : 닥터정
팟캐스트 강약중강약 : http://www.podbbang.com/ch/10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