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연애, 3번의 이별, 그리고

한가롭던 재즈는 할 일을 마치고 흐릿한 긴 유리문을 나섰다.

by 무긴이

김은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다. 나이는 나보다 2살 어렸지만, 내가 모종의 이유로 학교를 늦게 들어간 탓에 함께 다니게 되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항상 붙어 다녔다. 주변에서는 그런 우리를 보고 신기해하곤 했었다. 나는 조용한 성격으로 학교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는 사교성이라는 능력이 정말 탁월했던 사람이었다. 과에서 진행하는 행사, 혹은 작은 모임이어도 항상 그가 중심에 있었다. 그는 키가 그리 크진 않았지만, 마른 체형 때문에 사람들은 실제 키보다 작게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그의 옆에 서면 생각했던 것보다 큰 키에 사람들은 종종 놀라곤 했다.- 그는 뾰족하다고 말할 수 있는 얄상한 턱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전반적으로 얇다는 인상을 받는다. 얇은 입술, 가는 코, 작지만 동그란 눈, 심지어 눈썹조차도 인상의 대세를 따르고 있다. 그렇다고 평면적인 얼굴형은 아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광대가 얇은 갈대숲 사이에서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있다. 연필로 그어진 드로잉이 입체적인 형태를 띠게 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는 나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존재였다. 특히나 연애에 관해서 그러했다. 나는 대학생 시절 한 번의 연애를 한 적이 있다. 연애라 해도 될지 애매한 관계였다. 공식적인 선언이나, 상호의 정확한 시작점 없는 그런 연애였다. 역시나 흐릿한 연결성은 금세 휘발되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연애로 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는 대학생 시절에만 3번의 연애를 경험했다. 그리고 3명의 그녀를 모두 진심을 다해 사랑했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아니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순 없지만, 그의 이별을 본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리라. 특히나 3번의 대학 시절 연애 중 가장 마지막 그녀는 그에게 더욱 특별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녀는 그와 나의 같은 과 후배였다. 그녀는 속을 잘 알 수 없는 굉장히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겉으로만 보면 그녀는 오히려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탓인지 그들의 이별의 핵심 내용은 그의 활발한 사교성 때문이었다.

그녀와 헤어진 날 김은 나와 함께 술을 마셨고, 알코올이 몸을 뜨겁게 데우기 전에 눈물을 터트렸다. 그녀의 불만은 다른 사람을 통해 김의 소식을 듣는 것이 싫다는 점이었다. 아니, 혐오스럽다고 했다.-그녀가 그렇게 말했었다고 김이 토로했다.- 그의 울음은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았다. 그의 애통한 눈물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니, 그가 겪고 있는 사랑의 후유증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고통이었다. 공허함이었고, 회환으로 가득 찬 무겁고 까칠한 숨이었다. 나는 경험한 적이 없었으나, 그의 표정과 행동으로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작은 언덕 너머 검은 연기를 보고 불이 난 것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


빈 맥주잔이 나무 테이블 상판을 강하게 내리쳤다. 바텐더는 흠칫했지만 다시 정상 템포로 돌아와 유리잔을 정리했다. 나는 천천히 숨을 뱉으며 그를 보았다. 그의 얼굴엔 세월이 묻어있었다.


“그녀는 고백을 듣고는 홀연히 사라졌어.” 상판 위에 놓인 투명한 맥주잔을 보며 그가 말했다.


‘아니야, 너의 고백을 들었고, 그 후에 나와 함께 모텔방으로 갔고, 해가 뜨기 전에 홀연히 사라진 거야’,라고, 속으로 말했다. 아마 그는 듣지 못했을 것이리라.


“내 연락뿐만 아니라, 누구도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아. 그녀의 친한 친구도···· 아무래도 내가 아주 어긋난 일을 저질러 버린 거 같아.”


그의 말 상당 부분이 들어맞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그를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진중한 마음으로 그를 의지하고 있었고, 이유를 모를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볼 때에 그녀는 김과 왠지 모를 연결된 부분이 있었다. 그것이 무어라 정확히 표현할 순 없지만, 이성으로서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서 이어진 어떤 결 같은 것이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지만 어쩐지 같은 표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는 관계가 급작스러운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그 탓이었을까? 두 번째 만난 남자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고, 사랑에 대해 질문하고, 보편적인 섹스를 하고, 연기처럼 사라진 것일까?

그날 밤 그녀는 내게 많은 말을 하였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 않은 말 중 한 가지는 김의 고백이었다.


김은 맥주를 다시 주문했다. 나도 남은 맥주를 들이키고는 함께 맥주를 주문했다. 맥주가 오는 동안 우리는 침묵했다.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바텐더는 맥주를 우리 앞에 내려놓고는 구석에 있는 노트북으로 노래를 바꾸었다. 한가롭던 재즈는 할 일을 마치고 흐릿한 긴 유리문을 나섰다. 가게에는 기타 소리가 울렸다. 누자베스의 아루아리안 댄스(Nujabes-Aruarians Dance)가 주변을 맴돌았다. 그가 내게 잔을 내밀었다.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며 잔을 부딪혔다. 댕-. 맥주잔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물먹은 스피커에서 고음이 먹혀버린 먹먹한 소리처럼 들렸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