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스타 셀프 헌정 영상
20대의 저는 막연하게 락스타가 되고 싶다는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저는 악기 하나 다룰 줄 몰랐고, 노래 실력도 형편없었습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편집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영상은 장난스러운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음악 대신 편집으로 연주한, 저의 20대 시절 지독한 콤플렉스와 엉뚱한 상상이 뒤섞인 셀프 헌정 영상, <MEEINGOO BLUES>입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영상은 20대 당시 저의 '열등감'에서 비롯됐습니다.
상상 속의 락스타는 늘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화려한 삶을 살지만, 현실의 저는 매번 차이고 상처받기 일쑤였습니다. 거울 속 제 얼굴도 싫었고, 제가 처한 환경도 원망스러웠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상 속으로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안에서만큼은 저는 비운의 천재이고, 방탕하며,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락스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겉으로는 웃긴 코미디 형식을 빌렸지만, 그 안에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저의 솔직한 결핍이 담겨 있습니다. 저에게 이 작업은 단순한 영상 제작이 아니라, 초라한 현실에서 유쾌한 비상구였습니다.
기획은 단순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설적인 락스타들의 일대기를 그대로 흉내 내는 것입니다. 불우한 어린 시절, 천재성의 발견, 성공 뒤에 따르는 방탕함,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까지.
저는 이 거창한 서사를 저에게 대입해 코미디로 비틀었습니다. '우드스탁'이 아닌 '우드락(Wood-Rock)'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다 극우 관객의 총에 맞아 죽는다는 설정이나, 외국 아티스트들이 저를 추모하는 인터뷰에 엉터리 영어 더빙을 입힌 장면들이 그렇습니다. 방구석에서 락을 듣는 리스너일 뿐인 주제에 락스타인 척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농담이니까요.
화면 구성은 제가 연출해서 찍은 컷들과 친구들이 핸드폰으로 대충 찍어준 일상 영상들을 섞었습니다. 친구들이 찍어준 영상들은 사실 술자리에서 한 번 보고 잊히거나 지워질 파일들이잖아요? 그게 아까웠습니다. 화려한 미장센을 꾸미기 귀찮아서도 있었지만, 어차피 지워질 그 B급 영상들 속에 꾸며내지 않은 진짜 제 모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상의 엔딩에서 카메라맨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저에게 묻습니다. "인생이 무엇입니까?"
저는 한참을 뜸 들이다 대답하려 고개를 돌리지만, 화면은 답을 듣지 않고 크레딧으로 넘어갑니다. 결국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인생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척, 뭔가 통달한 척하고 싶어 그런 연출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사실은 '몰라서' 대답을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매일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면 복잡한 생각을 안 해도 돼서 행복했거든요. 겉으로는 락스타 흉내를 내며 센 척했지만, 속으로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내 나이 때 아버지는 어떠셨나요? 저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너무나 혼란스러웠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 마지막 장면이, 역설적으로 이 영상에서 가장 솔직한 제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을 때 조회수는 처참했습니다. 이후로도 제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 개인 작업물들은 대부분 인기가 없었습니다. 처음엔 침울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래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을 받고 남의 이야기를 대신해 주는 영상이 아니라, 오직 내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 영상들은 저를 비추는 '거울' 같았거든요. 영상 속의 '나'는 연출된 가짜일지라도, 그것을 만들고 바라보는 '나'는 진짜니까요.
인기 없는 영상들을 하나씩 쌓아가며 저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더 선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뚜렷해지는 과정. 그것이 저만의 블루스였습니다.
가끔 이 영상을 다시 꺼내 보면 정립되지 않고 불안정했던 20대 시절의 낙서 같습니다. 오래된 옷장에서 나는 구릿한 냄새처럼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묘하게 그리운 향수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여전히 블루스 하고 있을까?
>>Film Archive
>MEEINGOO BLUES https://youtu.be/CF_1ouccMRo
지나온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합니다. [ https://rhoakt.myportfolio.com/creati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