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건으로 만든 젖소의 일생
내 하우스메이트 카하리는 올해부터 채식주의자가 될 거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채식주의자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래 니 선택이지. 잘해봐.
몇 달 전, 불교 절인 줄 알고 실수로 허리 크리슈나 템플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길에 받은 얇은 채식주의 관련 책이 내 책상 위에 있었다. 그냥 채식요리책 인 줄로만 알았던 그 책을 한번 흘끗 들춰보고는 잊고 있었는데, 카하리가 채식주의를 한다기에 그 책을 읽고 추천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카하리는 나에게 추천해줄 것이 있다고 하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냈다. 그리고 그녀의 가방에서 나온 그 책은 내가 추천하려던 바로 그 책이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어? 잠깐만 기다려보라고 한 뒤, 내방에서 같은 책을 들고 와서 이거 내가 너한테 추천하려고 했던 책이야! 우리는 같은 책을 들고 서로에게 추천하고 있었다. 카하리는 얼마 전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흥미로워서 나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게다가 이 책은 따로 서점에서 구매할 수도 없는 책인데 우연이라기엔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얼마 뒤, 연초에 운 좋게 육일 연속 휴무가 생겨서 다른 도시로 여행을 가던 나는 가방에 그 책을 담았다. 겨울바다라 조용하고 여유 있던 그 여행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그 책을 꺼내 들었다. 그 책은 나에게 인간이 왜 잡식 동물이 아닌지, 우리가 인간의 영양섭취에 전혀 필요가 없는 동물을 먹기 위해 키우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전 세계 기아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의 곡식들이 인간이 먹기 위해 사육하는 동물들을 먹이는 데 사용된다는 사실 등 내가 그전에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그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내가 아니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고기를, 아니 동물의 시체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떤 새로운 것에 관심이 생기면 충분히 알고 싶은 만큼 다 알 때까지 찾아보고, 공부하고, 물어보고, 알아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나는 점점 더 깊게 파고 들어갔다.
나는 우유가 들어간 홍차의 맛을 좋아하고, 요거트와 치즈의 맛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건 동물을 죽이는 게 아니니까 괜찮은 줄 알았다. 그래서 고기는 그만 먹더라도 요거트와 치즈는 포기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정보를 찾다가 우유가 왜, 어떻게 나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영상을 봐버렸다.
젖소는 젖소니까 젖이 그냥 나오는 소인 줄 알았고, 소고기는 다른 소를 잡는 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나에게 너무 충격적이었다. 잔혹했고, 끔찍했고, 슬펐고, 아팠다.
젖소는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이다. 엄마가 아기를 낳으면 젖이 나오고 아기가 젖을 떼면 엄마젖도 그만 나오듯이 젖소도 똑같다. 사람이 우유를 먹기 위해서 젖소는 임신을 해야 한다. 임신을 하기 위해서 사람은 성생활을 하지만, 우유를 위해 사육되는 젖소에게는 남자 친구나 남편이란 없다. 더 많은 양의 우유를 정기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젖소농장은 공장형으로 변했고, 소들에게 즐거워할 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다. 젖소 공장의 사람들은 빨리,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한다.
그들은 수소의 정액을 가지고 암소의 자궁에 주사기를 사용하거나 직접 팔을 집어넣어서 인공수정을 한다. 이건 인공수정이 아니다. 소들은 강간을 당한다. 수많은 젖소들은 이렇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당한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는 곧바로 인간들에게 빼앗긴다. 빼앗긴 새끼가 암컷이라면 엄마와 똑같은 끔찍한 삶을 살게 되고, 수컷이라면 그 아기 소는 엄마 젖은 커녕 육질을 연하게 만드는 사료로 근육이 자라지 못하게 좁은 공간에 갇혀서 사육당하다가 몇 개월 후 송아지 고기로 팔려간다.
새끼를 빼앗긴 어미소는 새끼를 제발 돌려달라고 몇 날 며칠을 구슬프게 울부짖는다. 그리고 그들의 슬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들은 새끼를 잃은 어미의 젖을 빼앗는다. 젖이 더 이상 충분히 많이 나오지 않게 된 젖소는 다시 강간, 임신, 출산, 새끼 납치, 젖 착취를 반복해서 당하는 삶을 살다가 지쳐 더 이상 임신이 불가능하게 되면 햄버거 소고기로 팔려가기 위해 살해를 당한다. 그 불쌍한 소들이 죽임을 당하는 나이는 보통 4-5년. 그리고 소의 정상 수명은 약 이십 년.
소젖에는 젖고름이 들어있다. 그것도 매우 많이, 많이라 하면 1밀리리터당 약 30만 개를 말하는 것이다. 우유는 살균 작업을 한다. 살균 작업으로 세균은 없앨 수 있지만 젖고름은 없앨 수 없다. 우유에 젖고름이 들어있어요 라고 우유곽에 써놓으면 누가 돈을 주고 사 먹겠는가.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낙농업계는 교묘하게 말장난을 친다. 우유 체세포수 1등급. 체세포, 즉 젖고름의 수가 적기 때문에 1등급이라는 것이다. 찾아보니 젖고름 맞는데 먹어도 안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안전이란 무엇일까, 젖고름을 인간이 먹어도 당장 죽지 않는다? 당연히 바로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는 죄로 우리는 병에 걸린다.
당장 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소젖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은 우리의 소화기관이 말해준다. 동아시아인의 약 90%는 유당불내증이다. 즉, 우리는 우유를 소화시킬 수 없는 것이다. 우유는 소젖이다. 소젖은 송아지의 것이다. 그 우유엔 송아지를 커다란 어른소로 자라게 하기 위한 소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있다. 게다가 우유에는 모르핀과 유사한 중독성 성분인 카조 모르핀이 들어있는데 이는 송아지를 어미 곁에 머물러 계속 젖을 먹게 하기 위해서 있는 성분이다. 이 때문에 유제품은 진짜 마약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유제품에 중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구 상에 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의 젖을 먹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 엄마젖을 먹는 사람은 없다. 어른이 되어서 모르는 다른 사람의 젖을 먹는 사람도 없다.
사람 젖도 안 먹는 어른들이 소젖을 먹는다는 것은 잘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칼슘 섭취를 위해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듣고, 알고 있고, 그렇게 배웠다. 초등학교 때 성장기 아이들의 칼슘 섭취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각 반에 삼교시가 끝나면 두 명씩 가서 우유상자를 가져와 다 같이 우유를 마셨어야 했던 적이 있었다. 흰 우유가 비린내가 난다며 먹기 싫어했던 아이들도 강제로 끝까지 다 먹어야 했고, 우유를 먹기 싫어한다는 이유로 혼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는 칼슘 섭취를 핑계로 유제품을 먹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유나 치즈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우리 뼈에 있던 칼슘이 빠져나간다. 우유가 체내에 들어오면 산성이 되는데 그 산성이 된 몸을 원래의 농도로 맞추기 위해서 우리 몸은 뼈에 있는 칼슘을 꺼내어 사용한다. 즉, 우유를 많이 마시고 치즈를 많이 먹으면 뼈가 튼튼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약해지고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골다공증이 걸리게 된다.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 엄청난 배신감에 화가 치솟았다. 사람들이 "우유 안 좋은 거래"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긴 한데, 어떻게 왜 나쁜지는 자세하게 알지 못했기에, 직접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여태까지 바보같이 속아왔던 것이다. 내 몸에 나쁜 것보다 젖소들이 당하는 고통을 알게 된 것이 너무 아팠다. 미안하고,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고통을 당하는 그 큰 눈을 껌뻑이는, 눈물을 흘리는, 울부짖는 생명체들이 너무 불쌍했다. 여태까지 마셨던 우유들, 먹었던 요거트와 치즈들을 다 뱉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너무 역겹고 구역질이 나왔다.
이 모든 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유제품을 더 이상 먹거나 소비할 수 없었다. 젖소들을 강간, 학대, 살해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며 나 대신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
카하리는 치즈를 좋아했다. 거의 매일 치즈를 먹었고, 치즈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고 나에게 이것저것 추천해주고는 했었다. 그녀는 치즈 때문에 비건이 아닌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한 거였다. 나는 이 사실을 나만 알고 있을 순 없었다. 카하리에게 가서 인간이 우유랑 치즈 먹겠다고 젖소한테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카하리는 오랫동안 그렇게 좋아하고 거의 매일 먹었던 치즈를 포기하고 나랑 같이 비건이 되기로 했다. 그녀가 채식주의자가 된다고 했을 때, 나는 관심도 없었던 그때, 카하리는 몇 달안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한번 지켜보자고 했었는데, 이미 겨우 한 달 안에 내 인생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의사에게 직접 젖고름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What the Health]
젖소공장에서 무슨일이 벌어지는지 실제 영상을 보고 싶다면 다큐멘터리 [지구생명체(the Earthlings)]
비건주의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해주는 영상을 보고 싶다면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
유투브에 가서 우유의 진실이라고 검색해도 많은 자료들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