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지님은 언제 어떻게 비건이 되셨어요?
고등학교 때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 저)이라는 책을 읽고 환경문제 때문에 처음으로 채식을 시도한 적이 있어요. 당시 기숙사에서 살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타협하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2017년에 동물권으로 접근해 다시 시작했어요.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변화를 결심하게 된 세 가지 정도의 계기가 있었어요. 우선 여행을 하면서 같은 장소에 2년 텀으로 서너 번 정도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그러면서 ‘내가 여기서 어떻게 행동하고, 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느냐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두 번째로 여행 중 장엄한 절벽을 마주했을 때, 거대한 자연의 경이 앞에서 자연히 ‘점처럼 작은 나는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이 지구를 공유하며 지금 여기에 함께 존재하는, 세계의 일부일 뿐이구나’를 느꼈어요. 이런 깨달음이 결국 ‘나는 이 지구에 연결돼 있는 존재다.’라는 생각과 ‘누군가의 고통 위에 내 삶을 쌓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런 생각들을 하고서 곧 위빠사나 명상 수행을 하러 갔거든요. 이 세 가지 사건이 6개월 사이에 연이어 일어난 거예요. 명상을 하면 좀 더 직접적으로 연결감을 느끼게 되잖아요. 들숨과 날숨을 바라보면서 세상과 내가 진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고요. 곧이어 ‘생명을 먹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건이 되고 나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시선에 변화가 있었을까요?
‘나’를 완전히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타자와 계속 영향을 주고받는, 세계의 일부로 보게 되었어요. “너 하나 안 먹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냐”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이제는 내가 먹지 않음으로 인해서 한 생명이 덜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이것이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인지하며 살아요. 내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어요.
혹시 비건이 되고 인간관계에 어떤 변화도 있었나요?
비건 친구들이 주변에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마음을 완전히 열어놓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비건이 되고서 진짜 마음을 나누고, 믿고, 사랑할 수 있는 친구들이 훨씬 더 많이 생긴 것 같아요. 같이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고, 함께 꿈꾸는 미래도 너무 멋져요. 서로에게 계속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이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자주 느껴요. ‘내가 이들을 진짜 사랑하는구나. 이들과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겠구나. 우리는 계속 더 좋은 곳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겠구나.’
떠나는 사람도 사실 많죠. 근데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어서 오히려 삶이 더 풍성해졌다고 느껴요.
잉지님은 비건 친구를 어떻게 사귀나요?
비건 캠프에서 만난 사람들도 있고, 최근에는 동네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지지난해에 친구가 자기 주변에 있는 비건 친구들을 모아서 비건 파티를 열었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만난 친구들이 최근에 저희 동네로 다 이사를 온 거예요. 요즘은 그 친구들이랑 제일 자주 만나서 먹고 놀아요. 명절에는 전도 엄청나게 부쳐 먹었거든요. 원래 명절은 피곤하고 괴로운 날이었는데, 그때 친구들이랑 “같이 전을 부치고, 음식을 나눠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그래서 명절이 생겼나 보다”하고 이야기했어요.
그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안전해서 더 즐거운 것 같아요. 걱정할 거, 불편한 게 하나도 없어서요. 비건이라는 게 대부분의 집단에서 좀 특수하게 받아들여지잖아요. 그러니까 비건 친구들끼리는 자꾸 소개해주려고 하게 돼요. 같이 만나면 너무 좋으니까요. 친구의 비건 친구랑도 친구가 되고 하면서 친구의 폭이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 함께하는 친구들 모두가 처음부터 비건이었던 건 아닌데요. 다들 비건 지향으로 변했어요. 함께 어울리면 자연스럽게 같은 방향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니시죠. 점심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거의 사 먹어요.
주변에 먹을 게 많아요?
많지는 않아요. 파주로 출퇴근을 하는데 파주는 애초에 식당이 별로 없어요. 비건 식당은 더 없죠. 회사에서 식비를 안 줬으면 도시락을 싸다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기쁘게도(!) 식비가 나와서 점심은 보통 회사 동료들이랑 함께 나가서 사 먹어요.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는 비빔밥집, 보리밥집, 김밥집. 그리고 샌드위치 파는 곳이랑 두부 파는 곳 정도가 있어요. 다들 귀여운 게 어디 식당에 가서 비건 메뉴를 발견하면 다 저한테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차 타고 갈 수 있는 곳 몇 군데는 차를 얻어 타고 가기도 해요. 이제 함께 일한 지도 2년이 넘어서요, “식사하러 갈까요?”해서 일어날 때 제가 끼어 있으면 자연스럽게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 중에서 골라요. 다들 익숙해진 것 같아요.
좋네요. 혹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별로 없어요. 불편해하시는 분도 없고요. 처음엔 다들 왜 비건이랑 식사하는 게 낯설잖아요. 그래서 “이건 먹어? 이건 안 먹어?” 이런 걸 많이 물어보셨어요. 동물성 요리에 감자나 다른 채소가 들어있을 때, “여기 감자 있는데. 감자는 먹으면 안 돼?” 이런 걸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그게 다 기준을 정하고 서로를(비건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식사 때마다 뭔가 주목받고 나를 설명해야 하는 것 같아서 멋쩍기도 했거든요. 저는 제가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특수성에 호의적인(?) 환경이 아주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되게 보편적인 환경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건 아닌데 직장 생활하는 비건으로 인터뷰를 해도 괜찮을까, 살짝 고민했어요. 하지만 이런 환경도 있고, 이런 환경에서 함께 일할 수도 있으니까요. 모든 직장이 이 정도는 되면 좋겠네요. 비건 직장인 파이팅.
잉지님 회사에서 보선님 《나의 비거니즘 만화》 책이 나왔잖아요.
보선님 책 나왔을 때 다들 읽고, 너무 좋았다고 했어요. 각자 이런저런 느낀 바를 전해주시기도 했고요. 저는 담당자도 아닌데 표지도 같이 봤잖아요. 하하하. 비건 대표! 그래서 그런가,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하는 것 같기도 해요. 책 나오고 얼마 후에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는데요, 다른 분들은 낙지가 들어간 전골 같은 걸 먹었거든요. 논비건 음식 사실 불편한데 보통 모른 척하잖아요. 근데 차장님이 그 얘기를 나중에 하더라고요. ‘내가 잉지씨 앞에서 이걸 먹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요. 아참, 회사 동료 중 한 명이 최근에 비건이 됐어요.
정말요? 너무 좋네요.
재작년 연말에 회식을 했는데, 그때 코로나가 한창 심할 때라 따로 밖에 나가진 못하고 회사에서 간단하게 피자를 시켜 먹었거든요. 파파존스에서 비건 피자랑 다른 메뉴들 시켜서 열몇 명 정도 모여서 같이 먹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느끼기에 그 장면이 너무 폭력적이었다는 거예요. 보통 ‘비건 음식도 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 ‘내가 동물을 먹으면 저 친구가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슬프겠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하여튼 그다음부터는 저랑 함께 점심을 먹을 때는 늘 같이 비건으로 먹었어요. 비빔밥에 계란을 빼 달라고 하면 똑같이 두 개 해달라고 하고, 반찬도 제가 나물이랑 튀김만 먹고 김치는 안 먹는 걸 따라먹는 거예요. SNS에 육식 사진 안 올리고, 비건 식품 소비도 적극적으로 하고, 비건 간식을 많이 사 와서 일부러 나눠주기도 하고요. 저는 SNS에 육식 전시 안 하는 게 가장 쉬운 비거니즘 실천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그 정도도 얘기하는 게 껄끄럽고 큰 결심이 필요하거든요. 근데 ‘같이 식사하는 테이블에 동물이 있으면 저 사람이 불편하겠구나’를 먼저 알아준 건 그 친구가 처음이었어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알아주니까 더더더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렇게 비건을 실천하면서도 항상 “나는 비건은 아니야, 나는 그냥 네가 슬픈 게 싫은 거야”라고 말하더니 지난달에는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채식을 해보고 싶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그 말을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나 이제 비건 할 거야”라고 다짐하고 얘기하는 게. 일 년~일 년 반에 걸쳐서 일어난 그 마음의 변화가 너무 반가웠어요. 덤덤한 척했는데 엄청 기뻤어요. 그리고 함께 지내는 다른 동료도 한 명 있거든요. 변화를 함께해서 그런가, 그 친구도 어느 날부터 같이 비빔밥을 시킬 때 저희가 “두 개는 계란 빼주세요”하면 “내 것도!”하고 외치더라고요. 그렇게 “세 개 다 계란 빼고 비건으로 주세요”가 되는 거예요. 세 명이 다 비건으로 시키니까 예전에는 그냥 뺄 것만 빼고 주던 사장님이 다른 반찬을 따로 챙겨주시기도 하더라고요.
어느 날은 그 친구가 “나 이제 점심때 우유 들어간 음료 안 마실 거야”하고 말하더라고요. 그 뒤로 한 번도 안 마셨어요. 함께 만들 수 있는 변화가 되게 큰 것 같아요. 제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그가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각자 자신의 계기를 찾고 변화하는 걸 지켜보는 일도 너무 즐겁고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그 힘이 계속 계속 넓어지는 걸 보면서 저는 아주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회식은 보통 어떻게 하나요?
사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잘 안 해요. 합정에는 비건 옵션이 있는 식당이 제법 있어서 그런 곳에 갈 때도 있고요. 첫 회식에서는 그냥 제 메뉴를 따로 주문해주셨어요. 저 입사하고 얼마 안 돼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송년회를 했는데요. 그때는 레스토랑에 미리 전화해서 비건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메뉴를 물어봐서 따로 파스타를 만들어주셨어요.
그래도 고깃집 이런 데는 안 가나 보네요.
제가 있을 땐 고깃집은 안 가요. 최소한 옵션이 있는 데로 가려고 해요. 아주 예전에 회사에서 회식 장소로 장어구이 집을 선택한 적이 있는데요. 원래 자주 가던 곳이고, 그냥 그걸 안 먹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깜빡 잊으신 거예요. 보통 어떤 식당에 못 가는 사람이 잘 없잖아요. 그때는 “언제 장어구이 집에서 회식을 한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사실 좀 당황했어요. ‘어,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요. 먹을 음식이 없는 것도 없는 건데 장어가 수족관에 갇혀 있고, 살아 있던 모습 그대로 불판에 올라가고, 타는 냄새가 나고... 그런 걸 보는 게 너무 힘들잖아요. 입사하고 얼마 안 됐던 때라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그 자리에 있을 걸 상상하니까 너무 괴로워서 저는 안 간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당시에 함께 일하던 상사분이 먼저 오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배려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요. 벌써 예약해서 취소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거기 앉아 있는 게 잉지 씨에게 괴로울 것 같으니까 안 와도 된다고. 엄청 감사했어요. 그땐 저만 안 간다고 말하기가 좀 힘들었거든요. 다들 마음을 써주셨어요. 다른 분들도 미처 생각지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말씀해 주셨고요. 부사장님은 일찍 나가서 다른 걸 먼저 먹고 가는 건 어떠냐고도 제안해주셨어요.
그래도 꽤 잘 챙겨주시는 편이네요.
맞아요. 그리고 그 장어구이 집 이후의 회식이 복날이었는데요. 두부구이랑 삼계탕이 있는 식당에 갔어요.
어쨌든 회사 생활하다 보면 다 함께 밥을 먹어야 할 일이 종종 생기고, 매번 비건 옵션이 있는 선택지를 따로 찾는 게 번거로운 일인데도 늘 해주시더라고요. 항상 편하게 말하라고 말씀해주시고요. 되게 좋아요. 선물로 화장품 세트를 나눠준 적도 있는데 제 것만 비건 인증받은 걸로 따로 챙겨주셨어요. 하하. 감사하죠.
일하면서 잉지님이 비건이라서 생긴 에피소드 같은 게 있을까요?
음, 보선 님 책 만들 때요. 저한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셨어요. 보도자료 쓰거나 카피 쓰거나 할 때 이렇게 써도 문제가 없는지, 원고는 괜찮은지. 비건이 아니면 간과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도 물어보시고. 보선님 책 초판에 비건 식당 할인 쿠폰이 들어갔는데요. 제가 비건 맛집 리스트를 많이 추천해드렸어요. 그 외에도 비건 관련 이슈가 있으면 항상 물어보시는 것 같아요.
아 이제 비건 담당하시는 분이구나 거기서
비건 특사 같은 거 뭔지 알죠. 어떤 그룹에 보통 비건이 한 명 이상 없잖아요. 그리고 최근에 알라딘에서 《나의 비거니즘 만화》 리커버가 나왔는데요. 저는 사실 다른 팀인데 제가 맡았어요. 비건이라서. 좀 웃기죠. “작가님이랑도 알고, 비건이니까 잉지님이 하면 어때요?” 하셔서 맡았는데 그거 듣고 과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그걸 잉지 씨가 왜 해요?”라면서. 사실 보선님 책이라서 흔쾌히 맡은 것 같아요. 책 처음 나올 때부터 욕심났거든요. ‘보선님 책 내가 하면 너무 좋겠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맞아, 한 번은 마케팅팀에서 콘텐츠 만들면서 회사 사원들 캐릭터를 동물로 넣은 거예요. 그래서 ‘동물 대상화는 안 하면 좋겠다’라고 건의를 했는데 들어주셔서 사람으로 바꿨어요. 보선 님 책이 좋은 핑계가 돼요. “저희 그래도 《나의 비거니즘 만화》 낸 곳인데... 동물 대상화는 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속상했던 적도 있어요.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무심해서. 회사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누구 생일 되면 케이크 사 와서 같이 초도 불고하거든요. 그럴 때 저는 못 먹잖아요. 그냥 같이 앉아서 차 마시거나 다른 빵을 주시거나 하기도 하는데 언제 “(비건인)친구 생일 때는 비건 케이크 먹어요.” 했는데 어떤 분이 “나는 비건 아닌데 왜 비건 케이크 먹어야 해?”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냥 장난처럼 한 말이었는데 그게 되게 상처가 됐어요. 그게 되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 사람을 배제하는 말이잖아요. 어떤 얼굴로 앉아 있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날 잠을 엄청 설쳤어요. 이게 왜 상처가 되는 말인지, 이걸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생각하느라고요. 그게 연말이어서 저도 휴가를 길게 쓰고 하느라 말을 못 하고 애매하게 지나버렸는데, 다음에 또 어떤 계기가 생기면 그때는 꼭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를 만들고 있는데요. 마케팅 팀장님께서 이 책 읽으면서 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가장 가까이 있는 비건이 저니까. ‘나도 모르게 잉지 씨한테 상처를 줬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읽으면서 좀 피로했다고도 하셨지만요. ‘그래서 이런 것도 신경 써야 돼?’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네, 신경을 좀 써주십사(...)
혹시 회사나 동료에게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딱히 바라는 건 없어요. 다들 각자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니까요.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는 모두 한번 읽어보면 좋겠어요. 책이 진짜 좋거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 책 홍보를 해보겠습니다. 많은 비건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잖아요. 비건 소재의 옷을 만들기도 하고, 비건 식당을 열기도 하고, 활동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슈를 취재해서 기사를 쓰기도 하고요. 저도 비건으로서 늘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요. 이 책이 바로 그 시작이에요!
많은 분이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를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아요. 저도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육식주의를 명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는데요. 《나의 친애하는 비건 친구들에게》는 바로 이 책의 저자인 멜라니 조이가 쓴 관계 심리학 책이에요. 논비건 세상을 살아가는 비건과, 비건과 가까이 살아가는 논비건을 위한 최초의 비건-논비건 관계 심리학 책이랍니다. 이 책에서 조이는 육식주의가 비건과 채식인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미치는 영향과, 비건이 겪는 트라우마, 비건-논비건 관계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과 그 해결 방법 등 그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비건의 심리를 파헤치고 신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서로가 연대하고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합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위안을 많이 받았는데요. 특히 제가 처음 비건이 되었을 때 이 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저는 외톨이가 될까 봐 가장 두려웠거든요. 매일 무너지고 부서지는 것 같던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 시기를 훨씬 유연하게 지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랑하는 비건 친구들과 비건이 되고 싶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걱정되는 예비 비건들 모두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었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친애하는 한국의 비건들에게 멜라니 조이의 목소리를 빌어 보내는 저의 러브레터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지만 그럼에도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비건들이 이렇게 서로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고요. 어디에서도 좀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비건들이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 팔을 활짝 벌려 환영받는 느낌을 받기를 바라기도 했고요. :)
비건이 된 지 올해로 6년이 되었습니다. 제 곁에는 사랑하는 친구들이 여전히 많아요. 비건도 논비건도 있지만 저는 우리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믿습니다. 사랑은 같은 신념을 가졌을 때가 아니라, 같은 신념을 향해 다가갈 때 더욱 굳건해진다고 느껴요. 이 책이 논비건 세상을 살아가는 친애하는 비건들과 비건들 곁에서 선물 같은 사랑을 전하는 논비건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요. 안전하고 행복하세요!